미국 학자금 대출 위기, 2008년 금융위기의 전철 밟나
2014년 6월 20일  |  By:   |  과학  |  1 comment

크게 늘어난 학자금 대출이 미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학자금 대출 규모는 어느덧 신용대출을 넘어서서 주택 담보대출, 차량 구매 대출과 함께 미국의 3대 대출 항목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작금의 학자금 대출 위기는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작동하는 규제 때문에 악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학자금 대출 시장이 공급자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수입과 재정 여건에 맞는 채무상환 조건을 설계하는 것이 요원해졌습니다. 학자금 대출이 파산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파산을 통한 채무의 탕감 역시 불가능해졌습니다. 그 결과 많은 학생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있고, 이들의 낮은 신용도는 더 높은 금융비용의 지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오늘날 학자금 대출 위기 사태가 미국과 전 세계 경제를 강타했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전철을 밟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데에 있습니다.

우선, 2008년 금융 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작금의 학자금 대출 위기 사태에서도 심각한 재정 위기에 봉착하고 있는 학생들을 위한 금융 기관들의 구제책 마련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연방 감시 기관들은 학생들의 동시다발적인 채무 불이행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이들의 상환 일정을 현실성 있게 조정할 것을 금융기관들에 주문해왔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금융기관들의 반응은 미온적이기만 합니다. 이는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채무 상환 능력을 상실한 대출인들의 거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융자 재조정 계획(Home Affordable Modification Program, HAMP)의 실패과정과 유사합니다. 부실 채무자들을 중심으로 주택 담보대출의 상환 계획을 재조정하라는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들의 대응은 더디기만 했죠. 그 결과, 지난 6년 동안 융자 재조정 계획을 통해 구제된 가구 수는 당초 목표치의 ¼가량인 130만 가구에 그칠 정도로 그 효과는 미미한 상태입니다.

두 번째 유사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과 마찬가지로 학자금 대출 또한 최소한의 심사 과정마저 생략한 채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로보-사이닝(Robo-signing)이라 불릴 만큼 기계적인 대출 승인 과정은 학생들의 채무상환 의지, 미래의 예상 수익 등 최소한의 심사 과정마저 생략한 채 ‘묻지마 대출’을 감행하고 있죠.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무분별하게 발행된 채권 증서들이 파생상품들로 묶여 제2금융권 시장에서 제약 없이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복잡한 파생 상품 구조와 거래 내역으로 인해 원 채무자의 정보 및 신용정보 파악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채무자의 재정 상황에 맞게 채무구조와 상환계획을 수정하는 것 또한 요원해졌습니다. 이는 서프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진행 과정과 아주 흡사합니다. 이 당시에도 금융 기관들은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 계층들에게 ‘묻지마 대출’을 감행했고, 이 대출 증서들을 한데 묶은 파생 상품들을 기획하여 이들을 제 2금융권 시장에서 사고 팔았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한 것이 바로 이 파생상품들이었죠.

학자금 대출은 그 동안 저소득층에게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는 선기능을 수행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2008년의 금융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도 절대 배제할 수 없습니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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