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tland – 월드컵 특집 축구 관전 가이드 (2)
2014년 6월 12일  |  By:   |  세계, 스포츠  |  1 comment

옮긴이: Grantland에서 정리한 월드컵 특집 ‘축구 관전 가이드’를 이틀에 걸쳐 소개합니다. 알아두면 축구를 분석적으로 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용어들도 있습니다. 독자분들 가운데 축구에 관심을 갖고 있는 팬들은 원문도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우리에게는 낯선 미식축구에 빗댄 표현이나 설명들은 의역하거나 추가로 설명을 덧붙였음을 알려드립니다.

*미드필드

– 등번호 10번을 단 선수를 흔히들 팀의 에이스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대개 중원에서 경기를 조율하고 (공격을) 풀어나가는 플레이메이커인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에는 10번을 단 선수가 거의 예외 없이 스트라이커 뒤에서 쳐진 공격수 역할을 하며 공격을 이끌었는데, 지금은 꼭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측면이든 최전방이든 공격의 꼭지점이 되는 선수들이 10번을 달고 활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FC바르셀로나와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리오넬 메시가 가장 좋은 예일 겁니다. 측면이든 보다 깊숙한 우리 진영 미드필드이든, 메시가 공을 잡고 드리블을 시작하는 지점이 공격의 시발점이 되곤 합니다. 많은 팀들이 수비를 할 때 하는 압박의 기본으로 최종 수비라인(포백)과 미드필드 라인의 간격을 좁게 유지하면서 상대편 10번의 플레이를 막으려 드는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Box to Box Midfielder)는 말 그대로 우리편 페널티 박스에서 수비에 가담해 중원을 활발히 누비며 상대편 페널티 박스 앞까지 공을 나르고 공격에 가담하기도 하는 미드필더를 지칭합니다. 수비부터 패스, 공간 창출과 넓은 시야, 그리고 필요하면 슈팅 능력에 왕성한 체력까지 말그대로 모든 걸 갖춘 선수들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바로 중원 사령관,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인 겁니다. 유벤투스와 칠레 대표팀의 아르투로 비달, 맨체스터 시티와 코트디부아르 대표팀의 야야 투레, 그리고 우리나라의 기성용 선수가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딥 라잉 플레이메이커(Deep-Lying Playmaker)는 기본적으로 포지션 상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와 비슷한 위치에서 경기를 풀어나갑니다. 하지만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가 공을 소유했을 때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한다면, 딥 라잉 플레이메이커는 말 그대로 우리 진영 깊숙한 곳에서 공격에 가담한 우리편 선수들로 인해 생긴 구멍을 메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최종수비 포백 라인을 보호하는 역할에 치중한다고 수비형 미드필더라고만 부르기에는 기본적인 패싱력과 후방에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습니다. FC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대표팀의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현재 가장 뛰어난 딥 라잉 플레이메이커라 할 수 있습니다. 소속팀에서는 보통 중앙수비수로 뛰지만, 부스케츠의 팀동료이자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살림꾼인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도 딥 라잉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자로 잰 듯한 롱패스를 최전방으로 직접 배달하는 킬패스 능력을 지닌 안드레아 피를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수비

수비의 목적은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 거라고 쉽게 말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 자세히 어떻게 점수를 안 줄 것인가를 논하자면 꽤나 복잡해집니다. 공격과 미드필드에 대해 설명한 부분을 토대로 수비의 목표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보자면, 소위 라인이 뚫리지 않는 것(오프사이드 트랩을 잘 써서), 최종 수비라인과 2선 미드필드 라인 사이 공간을 너무 허용해 플레이메이커가 마음껏 활개치지 못하도록 하는 것, 그리고 딥 라잉 플레이메이커가 여유롭게 후방에서 경기를 조율하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괴롭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농구에서 높은 집중력과 강인한 체력을 요하는 전면강압수비(Full-court Press)를 하듯 축구장에서도 그런 수비가 가능할까요? 90분 내내 상대방 선수들을 그림자 수비하기엔 축구장이 너무 넓고 선수들의 체력도 뒷받침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우리편이 공을 빼앗겼을 때 상대방을 효과적으로 압박하는 팀이 강팀 반열에 오르고 있는 게 분명해 보입니다. 이번 월드컵에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나서는 스페인 대표팀이 수비 라인을 굉장히 높게 끌어올려 전체 라인을 촘촘하게 운영하며 강력한 압박을 바탕으로 한 점유율 축구로 시대를 호령하고 있습니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넘어 유럽 무대에서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위르겐 클롭 감독의 도르트문트는 게겐프레싱(gegenpressing)이라는 ‘압박에 대한 압박’을 중심으로 성공했습니다. 모두 기본적으로 상대가 볼을 쉽게 돌리지 못하고 효과적인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하며, 나아가 기회가 오면 공을 빼앗아 재빨리 역습으로 전환하는 조직적으로 짜여진 압박 플레이를 바탕으로 한 전술적 흐름입니다.

– 특히 약팀이 강팀을 상대할 때 종종 들고 나오는 전술이 밀집 수비입니다. 수비수, 미드필더 할 것 없이 우리편 진영 깊숙이 내려 앉아 수비만 하는 형태를 말하죠. 꼭 약팀과 강팀의 경기에서만이 아니라 앞서고 있는 팀이 승리를 굳히기 위해 수비를 강화할 때도 미드필드 라인을 내리곤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 해설자들이 말하는 버스를 두 대 세워놓은 것과 같은 “두 줄 수비”가 이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8~9명의 선수들이 수비에만 집중하더라도 이기려면 골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이럴 때는 단 한 차례의 역습에도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는 출중한 공격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터키 갈라타사라이와 코트디부아르 대표팀의 디디에 드로그바 같은 선수가 그런 역할에 적합합니다.

– 페널티 박스에서의 반칙 유도와 시뮬레이션 액션은 축구와 다른 스포츠가 특히 다른 점 가운데 하나입니다. 부심이 있다고 해도 대개 주심 혼자 모든 상황을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페널티킥을 얻거나 상대편 선수를 퇴장시키는 건 경기의 흐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선수들은 누구나 다리가 살짝만 스쳐도 데굴데굴 구르거나 상대편 수비수 어깨 근처에 공이 가서 맞기만 해도 핸드볼 파울이라며 심판을 향해 호들갑을 떨죠. 심판이 컴퓨터가 아닌 이상 모든 상황에서 100%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FIFA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속임 동작으로 페널티킥을 유도하는 이른바 시뮬레이션 파울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등 규칙을 정비했지만, 모든 대회의 중요한 경기마다 페널티킥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수 있습니다. (Grant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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