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의 동성애 문화 인정, 어떤 결과를 낳을까?
2014년 6월 12일  |  By:   |  경영  |  3 Comments

2007년 5월 1일 영국 정유회사 BP의 수장 존 브라운(John Browne)은 남성 성매매를 한 게 타블로이드지에 알려지면서 잘나가던 커리어가 송두리째 무너졌습니다. 그 스캔들은 몇주간 영국 미디어를 뒤덮었죠. 그러나 그는 다시 사모펀드 회사 리버펀드 홀딩스를 수압파쇄 추출(fracking, 천연가스 추출 공법) 전문 투자 회사로 키우면서 다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기업 내 동성애자 문제의 대변인이 되었죠. 그의 새 책 유리옷장(The Glass Closet: 유명인사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진 않지만 커밍아웃하지 않은 현상을 지칭하는 말)은 그가 그동안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 잘 보여줍니다. 책의 절반은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을 운영하면서 지속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어땠는지를 추억하고 또 다른 절반은 프로페셔널 세계에서 커밍아웃하는 것이 왜 좋은지 주장합니다.

최근의 기업 문화는 점차 동성애자 친화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포춘 500 대기업의 90%는 동성애자 차별을 금지하는 정책을 갖고 있지요. 골드만삭스의 수장 로이드 블랭크페인이나 JP 모건의 제이미 디몬은 동성 결혼에 찬성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맥킨지의 Glam(Gays and Lesbians in McKinsey), 구글의 Gayglers 같은 사내 동성애자 커뮤니티도 공식적으로 존재합니다. 잘 나가는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동성애자인 척한다는 이야기까지 들리는 판입니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신호와 달리 차별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포춘 500 기업에 커밍아웃한 동성애자 CEO는 한명도 없습니다. 올해 말 크리스챤 베일리가 버버리의 사장이 되면 FTSE 100 기업 중 첫 동성애자 CEO가 되겠네요. 영국에서는 41%, 미국에서는 34%의 동성애자가 직장 생활에서 커밍아웃을 하지 않는다고 책은 추정합니다. 그러나 브라운 씨는 아랫사람일 수록 ‘옷장’에서 나오기 어려우며, 불이익을 당하는 걸 두려워하거나 사생활을 보호하고 싶어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브라운 씨는 일과 삶의 경계가 최근의 기업 문화에서는 그렇게 명확하지 않다고 설득합니다. 기업은 이제 한 인간이 사회적 기능을 하는 데 중요한 창구이자 후원자라는 겁니다. 그리고 동성애자인 걸 감추고 승진했을 경우 높은 자리에 서서 브라운 씨가 맞닥뜨렸던 딜레마에 빠지죠. 문제를 미룬 것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동성애자가 커밍하웃하는 것이 기업에도 좋다고 브라운 씨는 주장합니다. 동성애 친화적인 문화를 홍보함으로서 더 능력 있는 인재를 고용할 수 있고, 동성애자 직원이 거짓말하는 데 쏟을 노력을 줄여줌으로써 생산성을 증진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브라운 씨의 책은 기업이 동성애 문제를 다루면서 가지게 될 문제를 간과하고 있습니다. 그가 제시하는 사례와 통계는 “다양성 컨설턴트”들이 제공하는 통계로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브랜든 아이크처럼 동성애에 반대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포용할 것인가도 고민하지 않았고요. 또 하나, 동성애 친화적인 문화는 기업의 글로벌화를 가로막습니다. 서방 세계는 점점 동성애를 받아들이고 있지만 우간다, 나이지리아, 러시아 등 77개 국가는 아직도 법적으로 동성애를 금지하며 서방 세계의 ‘문란함’에 대응해 처별을 되려 강화했습니다. 브라운 씨가 일하던 정유업계야 말로 보수적인 중동 국가들과 사업하면서 동성애 정체성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새로운 기조는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기업 운영에는 새로운 과제를 제시할 겁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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