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tland – 월드컵 특집 축구 관전 가이드 (1)
옮긴이: 가나와의 평가전 0:4 대패로 한국 대표팀 경기 말고 다른 경기도 흥미를 갖고 지켜봐야 할 이유가 더 늘어난 것 같습니다. 방송 중계기술이 발달하고 전 세계 여러 리그를 안방에서 시청할 수 있게 되면서 정말 축구 전문가들이 많아졌습니다. 웬만큼 알아서는 축구팬 명함도 못 내밀 정도죠. 그러던 중 Grantland라는 스포츠 전문 사이트를 알게 되었습니다. Grantland에서 정리한 월드컵 특집 ‘축구 관전 가이드’를 이틀에 걸쳐 소개합니다. 특히 알아두면 축구를 분석적으로 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용어들도 있습니다. 독자분들 가운데 축구에 관심을 갖고 있는 팬들은 원문도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우리에게는 낯선 미식축구에 빗댄 표현이나 설명들은 의역하거나 추가로 설명을 덧붙였음을 알려드립니다.
* 라인업(Lineup)과 포메이션
4-4-2, 4-3-3. 4-2-3-1. 중계를 시작하기 전에 양팀을 소개하면 언제나 등장하는 포메이션 설명입니다. 보통 수비수, 미드필드, 공격수 순서로 골키퍼를 제외한 선수들의 진용을 표시하는 것이죠. 수비형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따로 구분하거나 최전방 공격수와 2선 공격수를 구분해 쓰기도 합니다. 포메이션은 기본적인 틀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실제 전술은 포메이션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숫자보다도 다음의 몇 가지 사항을 기본적으로 챙겨보면 팀의 기본적인 전술 방향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중앙 수비수 숫자: 2명? 3명?
흔히 수비수 네 명을 세우는 포백(four back)을 쓰는 경우 중앙수비수 두 명, 그리고 양쪽에 풀백(Full-back)을 한 명씩 둡니다. 최근 들어 포백이 사실상 기본적인 형태로 굳어졌지만, 중앙수비수 세 명을 세워두는 전술로 재미를 보는 팀들도 있습니다. 지난 유로 2012에서 체사레 프란델리(cesare prandelli) 감독이 이끄는 이탈리아는 중앙수비수 세 명을 두고 풀백보다 윙백에 가까운 보다 공격적인 형태의 측면 수비수(또는 미드필더)를 내세워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홍명보 감독이 현역시절 한국 대표팀은 홍명보라는 불세출의 스위퍼를 중심으로 스리백 시스템을 운영해왔고, 히딩크 감독도 무리해서 포백을 이식하는 대신 스리백을 받아들였고, 한국은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합니다.
– 투톱? 원톱? 제로톱?
전통적인 형태는 두 명의 스트라이커가 골 넣는 임무를 나눠맡는 투톱을 이상적으로 여겼습니다. 최근 들어 스트라이커 한 명을 세우고 여려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와 날개 공격수(윙어)들이 스트라이커를 지원하는 원톱 형태의 공격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죠. 잉글랜드의 웨인 루니(Wayne Rooney) 같은 선수는 최전방 공격수나 2선으로 쳐진 공격수 역할 어느 걸 맡겨도 제몫을 해내는 선수입니다. 칼로 두부 자르듯 이를 분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지난 월드컵 우승팀 스페인과 명문 클럽 FC바르셀로나 등은 아예 전통적인 의미의 스트라이커를 두지 않은 제로톱 전술을 쓰기도 합니다. 공격수의 숫자와 그 팀이 공격적인지, 수비 지향적인지는 사실상 무관합니다. 골 숫자를 비교해봐도 알 수 있죠.
– 윙어 또는 넓게 벌려선 중앙 미드필더
어떤 형태든 경기장 측면으로 벌려 넓게 써서 공격을 풀어가려는 전술적 노력은 있어 왔습니다. 아예 측면에서 머물며 크로스를 주로 올리는 형태의 전통적인 윙어(winger)나, 크로스보다는 전방 침투패스를 즐겨 하되 넓게 벌려 서서 수비를 분산시키는 미드필더가 여기에 해당하는 포지션일 겁니다. 지난 유로 2012의 이탈리아는 아예 윙어가 없이 중앙에 비교적 촘촘히 배치된 미드필더 4명이 공격을 전개하고 팀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했습니다. 측면 공격은 필요할 경우 전통적인 윙어보다는 조금 더 수비적으로 배치된 윙백들이 담당했습니다.
*공격
– 현대 축구의 공격 전술 가운데 양쪽 측면 풀백의 오버래핑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4-4-2나 4-3-3으로 표현할 때는 수비 라인에 포함되는 풀백이 공격을 논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한다는 건 흥미로운 일인데, 경기장 위에서 뛰는 필드플레이어 20명 모두에게 어마어마한 활동량을 요구하는 현대 축구에서도 특히 풀백이 공격에 가담해 수적 우위를 주는 것이 공격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공격력이 뛰어난 윙어를 보유한 경우, 그 윙어에게 상대편 수비가 몰릴 경우 생겨나는 공간을 효과적으로 파고 들어 공격을 강화하는 것이 오버래핑에 나선 풀백의 임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대회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브라질이나 독일이 공히 최고 수준의 공격력, 패싱력, 경기 조율 능력을 갖춘 풀백(각각 다니우 아우베스와 필립 람)을 보유한 것도 주목할 만한 일입니다. 두 명의 풀백이 모두 공격 지향적인 경우 뒷공간을 너무 자주 상대편에게 내줄 수 있기 때문에 보통 한쪽 풀백이 공격에 치중하면 다른쪽 풀백은 오버래핑을 자제하고 수비라인을 지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풀백이 공격에 가담했을 때 비는 공간을 메워주는 건 궂은 일을 도맡아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들의 몫입니다.
– 현대 축구의 날개형 공격수(윙어)는 두 가지 종류로 나뉩니다. 자신의 주발과 같은 측면 옆줄을 타고 공간을 넓게 쓰며 중앙의 공격수에게 크로스를 올리는 것을 주로 하는 전통적 윙어(traditional winger)와 자신의 주발의 반대 방향에 위치해 중앙으로 직접 파고 들며 골을 노리는 반대발 윙어(inverted winger)가 있습니다. 많은 선수들이 두 가지 특성을 모두 갖추고 있기도 합니다. 파리생제르망(PSG)의 윙포워드이자 우루과이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이기도 한 에딘손 카바니나 바이에른 뮌헨과 독일 대표팀의 토마스 뮐러는 뛰어난 돌파력, 크로스 능력도 갖추고 있지만, 직접 슈팅을 통해 골을 뽑아내는 능력도 둘째 가라면 서러운 선수들이죠. 맨체스터 시티와 스페인 대표팀의 헤수스 나바스 같은 선수가 측면 크로스에 집중하는 전통적 윙어의 표본입니다. 이청용 선수도 전통적 윙어에 가까운 플레이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오른쪽 측면에서 왼발로 공을 툭툭 치고 들어와 왼발 슈팅으로 무수한 골을 뽑아낸 바이에른 뮌헨과 네덜란드 대표팀의 아르옌 로벤은 전형적인 반대발 윙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Grant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