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의 자신감 격차
2014년 5월 8일  |  By:   |  경제, 문화, 칼럼  |  2 Comments

이제 미국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의 대학 졸업 비율이 높습니다. 중간 관리직까지는 남녀 비중, 임금 격차도 줄어들었죠. 그러나 최고 고위직에서는 아직도 여성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를 설명하는 이유 중 하나로 여성의 자신감 부족 문제를 논해 보죠.

제가 인터뷰를 하면서 만난 성공적인 여성들은 모두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기술을 꿰차고 있는 베테랑 여성 엔지니어는 자신이 큰 프로젝트를 맡을 적임자인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몇 개 국어를 자유롭게 하는 케이티는 언론사에서의 성공이 그저 영국 엑센트 덕분이었인 것 같다고 불안감을 털어놓습니다. CNN 앵커 클레어도 자신은 ‘운이 좋았을 뿐’, 더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 남자 동료들이 자신보다 낫다고 믿고 있죠. WNBA 에서 주전 농구선수로 뛰는 모니크는 남자 농구 선수들을 보면 벤치에만 앉아있는 선수도 수퍼스타마냥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고 놀라워합니다. 스탠포드 컴퓨터공학과를 최우수로 졸업하고 창업에 성공한 클라리는 “별 거 없는데, 사기치고 있는 것 같아요.” 라고 합니다.

카네기멜론 대학의 린다 밥콕의 경영대학원(MBA) 학생 연구에 따르면 남성이 여성보다 연봉 협상에 들어갈 가능성이 네 배 높습니다. 협상 테이블에 요구하는 연봉은 여성보다 30% 높게 부르죠. 같은 학교에 같은 프로그램을 듣고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졸업 후 받을 기대 연봉을 조사하면 역시 남성은 20%나 높은 금액을 부릅니다. 코넬 대학의 심리학자 더닝 교수와 에르린져 교수는 과학문제와 함께 “나는 과학을 얼마나 잘할까?” “10점 만점에 내 점수는 얼마일까?” 를 물어보는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내 실력을 가늠하는 질문에 여성은 6.5점, 남성은 7.6점 으로 답합니다. 이 문제를 맞췄을까라는 질문에는 여성 5.8점, 남성 7.1점으로 대답하죠. 그러나 실제 문제를 푼 결과는 여성 7.5점, 남성 7.9점으로 매우 비슷했습니다. 실제 생활에서도 여성은 자신의 실력에 대해 계속 엄격히 평가합니다. 대회에 나갈 기회를 주었을 때 여성의 49%, 남성의 71% 가 응하고 승진기회가 있을 때도 여성은 100% 조건을 만족하지 않으면 선뜻 나서지 않습니다. 남성은 60%만 만족해도 바로 지원하는 것과 대조적이죠. 여성은 완벽히 준비가 되어있을때만 본인을 드러냅니다. 남성들은 스스로의 실력에 의구심이 들때가 없냐고요? 물론 있습니다만 여성들만큼 반복적으로 강하게 느끼진 않습니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어니스토 리유벤은 남성들이 “근거없는 자신감”(Honest overconfidence) 을 가지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사실 이런 근거없는 자신감은 커리어를 개발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어느 조직에서나 가장 존중받는 사람은 반드시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자신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사람들이거든요. 정말로 자신을 믿고 있기에 동료들도 믿고 따르게 됩니다.

여성들 중에는 완벽주의자가 많은데 그것도 자신감에 영향을 끼칩니다. 여성들은 100% 자신있을 때까지 일을 끝낸 걸로 처리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끝낸 일은 남성보다 적죠. 자신있을 때까지 승진 시험에 지원하지 않고, 위험을 무릅쓰지 않습니다.

두뇌가 작동하는 방식, 호르몬의 분비를 보면 여성은 생물학적으로도 부정적인 감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설계되어있습니다.

이 경향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남녀의 삶을 바꾸어놓습니다. 여성들은 초등학교에서부터 공부를 잘하고, 유순하게 사회에 잘 적응하여 칭찬을 받습니다. 그러나 위험을 무릅쓰고, 실패한 후에, 다시 평정을 찾는 것은 ‘멘탈’을 키워나가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남자 아이들은 꾸중을 듣고 벌을 받고 실패한 후 강심장을 키워나가죠. 재밌게도 실패하면 남자아이들은 이유를 노력의 부족으로 돌리는 반면 여자아이들은 자신에게 능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여자아이들은 자신감이 없어 경기에 임하지 않고, 자신감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잃습니다.

다시 회사로 돌아가서, 얼마전에 회사에 들어온 20대 로버트와 레베카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로버트는 아무 때나 상사의 사무실에 가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던지고, 전략을 바꾸어야한다고 의견을 마구 던집니다. 상사는 터무니없는 제안이 어이없기도 하고, 사업 이해도가 낮으니 더 공부하고 오라고 면박을 주곤 합니다. 로버트는 그럼 반박을 하거나 “그래요”라고 쿨하게 받아들입니다. 어쨌든 어깨를 으쓱하고, 다음에 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진도를 의논하러 오죠. 그에 비해 같은 시기에 회사에 합류한 레베카는 상사와 의논할 이야기가 있으면 미리 약속을 잡고 목차를 준비해옵니다. 파트너와 미팅 때는 신중하게 메모를 하죠. 그러나 상사 입장에서는 “잘못된 이야기를 할 준비가 되어있는” 로버트가 훨씬 편합니다. 레베카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눈물을 보인 사례까지 있었습니다. 로버트의 지나친 자신감에 짜증내는 동료들도 있지만, 나중에 누가 더 많은 일을 맡고 관리하는 역할을 하게 될 지는 이미 분명해보입니다.

한가지 더 짚어야할 점은 여성이 로버트처럼 행동할 경우 ‘마녀’(Bitch)라고 손가락질 받게 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겁니다. 자신감 가득한 여성이 목소리를 높이면 사회적으로 미움받게 될 가능성이 남성보다 훨씬 높습니다. 안그래도 사회의 평가에 민감한 여성은 더 주눅들기 나름입니다.

처음 이 연구를 시작했을때 여성이 생물학적이나, 자라오는 과정이나, 사회적으로 자신감이 부족하게 설계되어있고 결국 직업 개발에 한계가 있을 거란 사실은 연구자들을 우울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사회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죠.

우리의 결론은 자신감 부족이 치명적인 이유는 ‘시도를 하지 않게 만들기 때문’ 이라는 겁니다. 밀라노 심리학자 재커리 에스테스의 흥미로운 실험을 하나 더 소개합니다. 남녀한테 공간 지각 퀴즈를 줬을 때 남성의 시험 점수가 더 높았는데 이는 여성들이 많은 질문에 대답을 안하고 넘어갔기 때문이었습니다. 반드시 모든 문제를 풀어야 시험을 끝낼 수 있게 전제 조건을 바꾸자, 여성의 점수가 급격히 올라 남성과 비슷한 수준이 되었습니다. 바로 이 대목이 중요합니다. 여성이 자신없어 주저하는 걸 막을 수 있다면 남녀의 자신감 격차, 사회적 성공 격차도 좁힐 수 있을 겁니다. 여성들은 이제 그만 생각하고 행동을 시작해야합니다. 행동을 하다보면 뇌도 우리의 몸이 움직이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겁니다. (The Atlan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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