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NBA 구단주 인종차별 파문: 돈으로 사랑도 사는 세상
2014년 5월 1일  |  By:   |  세계, 칼럼  |  No Comment

비틀즈가 50년 전에 이미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 선언한 바 있지만, LA 클리퍼스의 구단주 도널드 스털링을 못 만나봐서 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여성 지인에게 흑인과 같이 다니지 말라고 말한 음성 파일이 공개되면서, 스털링은 인종 차별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올랐죠. 놀라운 사실은 그가 미국유색인지위향상협회(NACCP) LA 지부로부터 공로상을 받을 예정이었다는 겁니다. 이전에도 스털링은 NACCP로부터 상을 두 번이나 받았습니다. 이번에 크게 실수한 거지, 그전까지는 잘 해온 것 아니냐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스털링은 여러 차례 인종차별로 고소당한 적이 있습니다. 한 사건에서는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에서 유색인종 세입자들을 몰아내려 했다는 혐의를 받았죠. 아파트 관리인은 법정에서 스털링이 “흑인은 더럽고 냄새나며, 멕시코인은 술주정뱅이에 게으르다”라고 말한 사실을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스털링은 법정에서 이를 부인했지만, 한편으로는 NACCP 시상식에서 몰려든 기자들을 향해 “나 같은 사람에게 왜 이 단체에서 상을 주는지 궁금한거겠지?”라며 유머 감각(!)을 발휘한 적도 있죠.

답은 돈입니다. 돈만 있으면 찬사, 인정, 칭송의 형태로 사랑도 살 수 있는 세상이니까요. 적절한 곳에 돈을 쏟아붓는 방식으로 과거의 죄를 씻고 박애주의자의 이미지까지도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스털링은 “흑인 역사의 달” 홍보 광고를 신문에 싣고, 유색인종 어린이들에게 클리퍼스 경기 티켓을 나눠주었습니다. NACCP에도 많은 돈을 기부했죠. NACCP 측은 이번 공로상 수여 계획과 지금까지 스털링과 유지해온 관계를 정당화하기 위해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사실 음성 파일처럼 큰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 스털링의 “성향”은 이전에도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이는 NACCP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2013년 3월, 동성애자 인권단체 Glaad에서는 영화감독 브렛 래트너(Brett Ratner)를 위해 새로운 상까지 만들었습니다. 그가 공식 석상에서 동성애 혐오 발언을 해 2012년 오스카 시상식 PD자리에서 물러난 적이 있는 인물인데도 말이죠. 그 역시 돈과 시간을 Glaad에 기부하고, 커밍아웃한 뉴욕 시장 후보를 위한 모금 활동을 벌여 면죄부를 받았습니다. 뒤로는 자신의 회사가 생산하는 포름알데히드가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것을 막기 위해 거액을 동원한 로비를 펼치면서도, 암 연구에 큰 돈을 기부해 암 연구 단체에서 상을 받은 데이비드 코크(David Koch, 흔히 말하는 코크 형제 가운데 동생)의 사례도 있습니다.

물론 세상에는 순수한 의미의 기부도 있고, 예방적 의미 또는 참회의 뜻을 담은 기부 행위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허영심에서 나온 의미 없는 기부도 있죠. 기부를 받는 쪽에서도 이를 이용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게 돈으로 산 세상의 칭송으로 자신의 잘못을 씻어내려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요. 정말 이상한 종류의 사랑이죠.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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