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건의 원인은 무엇인가
2014년 4월 24일  |  By:   |  과학  |  No Comment

(역주: 아래는 마크 뷰캐넌(Mark Buchanan)의 “예측(Forecast)”의 부분 발췌입니다.)

역사학자들은 원인과 결과라는 개념이 가진 까다로운 본성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도 깊이 생각해 왔습니다. 이는 세상의 대부분의 사건들이 수많은 원인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일어나기 때문이며, 그 사건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설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그들이 느껴왔기 때문입니다. 역사는 혼돈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작은 사건들이 서로 얽혀 전체 국가의 운명까지 좌우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920년 그리스의 왕이 애완용 원숭이에게 물려 죽은 사건은 결국 그후 연속된 사건들을 통해 그리스와 터키가 전쟁을 일으키도록 만들었습니다. 후에 영국의 수상이 되는 윈스턴 처칠은 이 당시 “한 원숭이가 25만명을 물여죽었다”고 평한 바 있습니다.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할렛 카(Edward Hallett Carr)는 역사학의 입장에서 ‘무엇을 한 사건의 원인으로 보아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대해 한 가지 해결책을 제안했습니다. 그는 한 사건에 대해 수많은 다양한 원인들이 존재할 때, 그 원인들 중 이를 통해 미래를 위한 교훈을 끄집어 낼 수 있는, 곧 “일반화 시킬 수 있는”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1937년 5월 6일, 뉴저지의 레이크허스트 해군기지에 계류 중이던 독일의 비행선 힌덴부르그는 36명의 사상자를 내며 폭발했습니다. 이 폭발의 가장 큰 원인은 비행선을 공중에 띄우기 위해 비행선 내부에 존재했던 수소 기체가 폭발한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힌덴부르그 사건의 원인을 무엇으로 돌렸을까요? 어떤 이들은 힌덴부르그가 구름을 통과하면서 그 금속 표면에 전하가 축적되었고, 이 때문에 발생한 정전기의 불꽃이 수소기체를 발화시켜, 폭발이 이어졌다고 말했습니다. 곧, 이들은 힌덴부르그가 폭발한 원인으로 정전기에 의한 불꽃을 꼽았습니다.

만약 우리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폭발을 막기 위해서는 불꽃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됩니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우리가 이 사건에서 얻어야 할 바른 교훈이었을까요?

거대한 금속 장비가 구름을 통과할 경우 전하가 축적되는 것은 피할 수 없으며 따라서 불꽃은 항상 일어나게 됩니다. 금속 장비가 역시 금속으로 이루어진 정거장에 착륙할 때에도 마찰에 의해 불꽃은 발생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불꽃이 일어난다고 해서 항상 폭발이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면, 수소 기체는 폭발성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수소 기체가 가득 차 있는 풍선은 항상 폭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곧, 힌덴부르그 사건의 보다 일반적인 원인은 바로 비행선을 가득 채우고 있던 수소 기체인 것입니다. 수소로 가득 차 있는 비행선을 하늘에 날리는 한, 비록 매 번 다른 이유에 의해 그 비행선이 폭발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항상 재난이 발생할 위험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불꽃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 아니라 수소기체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Foreca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