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는 세월호 안내 방송, 상식 따랐어야
2014년 4월 22일  |  By:   |  세계  |  1 comment

세월호 침몰 사고에는 해상 전문가들이 이해하기 힘든 점이 하나 있습니다. 도대체 왜 승객들에게 객실에 머무르라는 안내 방송을 했던 것일까요? 물론 해상 사고 시 탈출은 큰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고, 배는 망가져도 여전히 가장 믿을만 한 구명정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세월호와 같이 자동차와 여객을 함께 싣는 카페리(car ferry)는 이른바 “자유수면효과(free surface effect)” 때문에 빠르게 전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승객들은 배에서 빠져나와야만 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결정적인 순간에 배를 떠날 수 있도록 모여 있어야 합니다. 이준석은 경험 많은 선장이었음에도 배가 기울기 시작하고 최소 30분이 넘도록 대피 안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 미국 해양경찰 소속 사고 조사관 마리오 비톤(Mario Vittone)은 “만일 안내 방송이 없었다면 승객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려고라도 갑판으로 나왔을 것”이라며 아무런 안내도 하지 않았으면 오히려 피해가 적었을 거라고 말합니다. 이준석은 여전히 사고 해역에 조류가 빠르고 수온도 낮아 구조선이 도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승객들이 밖으로 나왔다가는 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대피 안내를 미룬 것이 옳은 결정이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마리오 비톤 등 해상 사고 전문가들은 이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배를 버려야 하는지가 확실하지 않더라도, 일단 승객을 갑판으로 모았어야 한다는 것이죠. 전 미국 해양경찰청장 쌔드 앨런(Thad Allen)은 선장이 두 가지 작업, 즉 배를 구하려는 시도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승객들을 배에서 탈출시킬 계획을 동시에 진행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탈출에 따르는 리스크는 분명히 있지만, 사전에 공지했어야 하는 갑판 위 대피 장소로 승객들을 모아두는 것에는 리스크가 따르지 않으니까요. 이렇게 승객들을 지정된 자리에 모아두면, 구명 조끼를 나누어주기도 좋고 마지막 순간에 탈출 안내를 하기도 좋습니다. 그리고 나서 기울어진 배를 세우는 데 성공한다면 언제든지 지시를 취소하고 승객들을 선실로 돌려보내면 그만이죠.

1987년과 1994년에 일어난 대형 해상 사고 2건 이후, UN 국제해사기구는 카페리 설계와 대피로 관련 규정을 강화했습니다. 그러나 1994년 건조된 세월호는 강화된 기준의 적용을 받지 않았죠. 그러니 카페리의 승무원들이 배가 기울어졌을 때의 대처 방법을 더더욱 잘 숙지하고 있었어야 합니다. 크고 복잡한 선내에서 승객을 대피시키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1995년 영국해협에서 일어난 선박 사고 때도, 바다가 잔잔하고 낮 시간이었음에도 승객 308명이 모두 탈출하는 데 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훈련 때는 8분이 걸리는 작업이었는데도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UN은 승무원들이 최소 두 달에 한 번씩 대피 상황을 연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세월호는 국내선 페리였기 때문에 이 조항에도 적용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앨런 전 해양경찰청장은 승무원들이 배가 기울고 있는 것을 인식했다면 빨리 배를 버리고 승객을 구하는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떤 규정의 적용을 받는지에 관계없이, 상식을 따랐어야 한다는 것이죠. (Washington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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