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의 약자, 문맹도 유권자다
인도 뭄바이에 살고 있는 요리사 수바르나 파데카르 씨는 글을 읽을 줄 모릅니다. 주방에서도 식당 주인이 그날 만들 요리 그림을 냉장고에 붙여주죠. 파데카르 씨는 투표소에서도 연꽃, 코끼리 등 정당을 상징하는 그림을 보고 투표를 합니다. 4월 7일부터 실시되는 인도 총선의 유권자 수는 8억 이상, 그 중 4분의 1은 문맹입니다. 인도 뿐 아니라 올해 선거가 열리는 브라질, 모잠비크, 이라크 등에서도 문맹인 유권자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문맹인 유권자들은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들에 비해 실제 투표를 할 확률도 낮고, 투표소에 가더라도 실수를 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대부분 사회에서 문맹률은 사회적 약자와 빈곤층, 여성들 사이에서 더 높죠. 글을 모르는 사람들은 돈이나 협박으로 표를 사려는 세력에 휘둘릴 가능성도 높습니다. 인도에서는 정당들이 문맹률이 높은 지역구에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후보를 내는 경향이 있고, 동유럽 국가에서는 빚을 진 로마(집시)족들이 대부업자의 협박으로 억지 투표를 하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문맹인 유권자들을 위해서는 투표 과정을 간소화해야 합니다. 인도에서는 정당의 마크를 활용한 투표법이 1952년에 도입되었습니다. 덕분에 신생 정당들은 손톱깎이나 칫솔처럼 우스꽝스러운 마크를 써야 하는 일도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후보자의 이름과 함께 사진이 표시되는 곳도 많죠. 투표 기기 도입도 도움이 됩니다. 브라질에서는 원래 후보자의 이름이나 번호를 직접 투표 용지에 써야 했는데, 전자 투표 기기가 도입되면서 무표효의 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투표 기기를 사용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4개밖에 없습니다. 유권자 교육도 중요합니다. 투표 과정을 설명하는 자동 안내 전화와 가정 방문 투표 교육이 문맹인 유권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만, 이 역시 부족한 곳이 훨씬 많습니다.
프린스턴 대학 토머스 후지와라(Thomas Fujiwara)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브라질 내 전자 투표 기기를 도입한 지역구에서는 의료 관련 지출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문맹이고 가난한 사람들의 표에 힘이 실리면, 정치인들이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입니다. 시에라리온과 베냉에서도 후보자 간 토론회나 타운홀 미팅이 실시된 후로, 자질 있는 정치인들이 등장했습니다. 유권자들에게 정보가 많이 주어질수록, 공동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가 나오는 것입니다. (Econo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