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관한 10권의 책
2014년 4월 4일  |  By:   |  과학  |  1 comment

모든 지적인 체계는 자신의 상태변화를 시간에 따라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인간에게 있어 이 능력은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기억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단지 몇 초 전의 상황을 떠올리는 단기기억과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반추할 수 있는 장기기억이 있으며, 사실에 대한 기억인 의미기억(semantic memory)와 사건에 대한 기억인 일화기억(episodic memory)이 있습니다.

기억에 대한 연구들은 인간이 종종 과거를 현재의 상황에 맞춰 편향적으로 기억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하나의 이야기로 재구성하려는 우리의 습성 때문입니다. 나는 이 분야의 최신 연구들을 모아 “빛의 조각들(Pieces of Light)”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그리고 아래에, 나에게 기억의 매혹적인 특성을 알려준 10권의 책을 정리했습니다.

  1. 나이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다우어 드라이스마, 에코리브르 (Why Life Speeds Up As You Get Older by Douwe Draaisma): 독일의 심리사학자가 쓴 이 책은 기억에 관한 최고의 책 중의 하나입니다. 그의 책에는 링컨의 사망소식을 들었을 때의 “섬광기억(flashbulb memory)”에 대한 1899년의 연구, 자신의 망각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6년 동안 일기를 썼던 심리학자 윌렘 와게나(Willem Wagenaar), 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빨리 흐르는지를 물었던 프랑스의 철학자 쟝 마리 귀요(Jean-Marie Guyau)의 이야기 등이 흥미롭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2. 기억을 찾아서, 대니얼 셱터 (Searching for Memory by Daniel L Schacter): 하버드의 심리학자 셱터는 일화기억에 관한 인지신경심리학 분야를 이끌어 왔습니다. 그의 첫 책이었던 이 책에서 그는 기억이 어떻게 저장되고 다시 불리워지는지, 기억상실증은 어떻게 기억에 손상을 입히는지, 트라우마는 기억을 어떻게 변형시키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비록 지난 18년 동안 기억에 대한 연구는 더욱 진전되었지만, 이 책은 여전히 기억에 대한 훌륭한 안내서입니다.
  3. 생각의 기술, 매리 커러더스 (The Craft of Thought by Marry Carruthers): 책을 손으로 옮겨쓰던 시절, 기억력은 매우 중요한 능력이었습니다. 기억을 어떤 방의 위치와 연결시키는 시모니데스의 “장소법(method of loci)” 등에서 보듯이, 중세시대에 기억법은 하나의 기술로 생각되었습니다. 커러더스는 이런 중세의 기억법과 생각이 구성되는 방법과의 관계를 학문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4. 이상한 방에서, 데이먼 갈것 (In a Strange Room by Damon Galgut): 우리는 자신의 기억을 되살릴 때 머릿속에서 마치 소설가처럼 행동합니다. 2010년 맨 부커 상의 최종후보에 올랐던 갈것의 여행 3부작은 화자와 시점을 옮겨가면서, 우리의 기억에서 우리는 곧 주인공인 동시에 관찰자라는 사실을 흥미롭게 알려줍니다.
  5. 기억, 앨런 배들리 등 (Memory by Alan Baddeley, Michael W Eysenck and Michael C Anderson): 영국의 심리학자 배들리는 작업기억(working memory)의 전문가입니다. 교과서로 사용되는 이 책은 기억에 대한 좋은 학문적인 안내서입니다.
  6.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알렉산드로 로마노비치 루리야, 갈라파고스 (The Mind of Mnemonist by AR Luria): 너무 좋은 기억력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신경심리학자 루리야는 자신의 환자였던 솔로몬 셰레셰프스키의 초자연적인 기억력과 이 때문에 고통받았던 그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과학적인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관점에서도 생생하게 풀어놓습니다.
  7.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안 반즈, 다산책방 (The Sense of an Ending by Julian Barnes): 이야기는 곧 시간의 흐름 속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모든 소설은 기억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러나 2011년 맨 부커상을 받은 줄리안 반즈의 이 소설은 특별히 기억이라는 주제를 탐구합니다. 중년에 이른 토니는 어린시절 자신의 친구와 연인이 겪은 비극을 자기의 기억에 의존해 이해하려 하지만, 그가 이 과정을 통해 발견하게 되는 것은 자신이 그 기억들을 얼마나 자기의 입맛에 맞게 바꾸어 왔는지입니다.
  8. 메모리: 앤솔로지, 해리엇 하비 우드, AS 바이앳 (Memory: An Anthology edited by Harriet Harvey Wood and AS Byatt): 이 기억에 대한 예화집에는 버지니아 울프가 자신이 태어나던 순간의 기억을 다룬 글에서부터 스티븐 로즈의 기억분자에 대한 글까지 문학에서 신경과학에 이르는 다양한 영역의 기억에 관한 글들이 모여있습니다.
  9. 아우스터리츠, W. G. 제발트, 을유문화사 (Austerlitz by WG Sebald): 기억은 이야기들로 구성되며, 최고의 작가란 바로 기억이 구성되는 방식을 흉내내는 작가입니다. 제발트는 사실과 상상의 조각들을 끊이없이 반복하면서 기억 자체와 같은 소설을 만들었습니다.
  10.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 (In Search of Lost Time by Marcel Proust): 이 책은 단지 작은 마들렝 과자에 관한 책이 아닙니다. 프루스트는 인지과학에서 비자발적 기억(involuntary memory)이 가진 힘을 상징합니다. 비평가 로저 셰덕이 말한 것 처럼, 100만 단어에 이르는 이 책은 과거의 자신과 이를 기억하는 현재의 자신 사이의 팽팽한 긴장을 통해 기억이 어떻게 자아를 구성하는지를 보여줍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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