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시에 대한 연구
인간은 다양한 종류의 착시(visual illusions)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착시에 대한 연구는 아직 충분하지 못합니다.
착시란 우리의 지각(perception)과 현실(reality)이 일치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심리학자들과 신경과학자들은 착시를 통해 인간의 감각이 해석되는 방식이나 마음의 작동방식, 그리고 인간이 가진 인식의 한계를 연구합니다. 착시는 물체의 크기, 움직임, 색깔, 밝기, 입체의 형태 등 수 많은 요소에 영향을 줍니다.
예술가, 건축가들은 이미 수 천년동안 착시를 이용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의 건축가들은 건물의 기둥을 만들때, 지붕쪽의 굵기를 가늘게 만듦으로써 아래에서 보았을 때 건물이 더 높아보이도록 만들었습니다. “강제 원근(forced perspective)”으로 알려진 이 착시는 무대와 정원 등의 다양한 건축현장에서 사용되었습니다.
착시가 발생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두뇌의 효율성입니다. 우리는 시각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려 합니다. 이를 위해 두뇌는 몇가지 가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두뇌는 색깔을 판단하는 데 있어 자동적으로 물체에 드리워진 그림자의 효과를 고려합니다. 아래 육면체에 별표가 있는 윗면과 앞면의 가운데 타일은 실은 같은 색깔이지만, 우리에게는 위의 타일은 갈색으로, 아래의 타일은 오렌지색으로 보입니다.
인간의 착시는 진화에 의해 만들어졌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으며, 이는 이런 착시가 우리에게 적어도 한 때는 어떤 이득을 안겨주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이로부터, 다른 동물들 역시 착시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보호색을 포함한, 동물들이 가진 다양한 색을 의미하는 “애니멀 컬러레이션(animal colouration)” 이 착시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100여년 전 미국의 화가이자 박물학자였던 애봇 쎄이어(Abbot Thayer)와 그의 아들 제럴드(Gerald)에게서 처음 주장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의 연구는 그의 주장, 곧 동물들도 착시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이 그 착시를 이용한다는 것이 사실임을 보여줍니다.
동물들이 가진 착시는 짝을 찾기 위해서 또는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서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해 사이언스 지에는 그레이트 바우어새(Great bowerbird) 수컷이 강제원근’을 이용해 자신의 몸집을 암컷에게 보다 크게 보이도록 만드는 복잡한 전략이 발표되었습니다.
또한 농게(fiddler crab) 암컷이 에빙하우스 착시(Ebbinghaus illusion)로 알려진, 아래 그림과 같이 작은 물체에 둘러싸였을 때 같은 대상이 더 크게 보이는 착시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밝혀졌습니다. 농게의 암컷은 같은 수컷에 대해 그보다 더 작은 두 수컷 사이에 있을 때, 그보다 더 큰 두 수컷 사이에 있을때보다 그를 더 매력적인 농게로 대했습니다.
우리는 아직 동물들이 그들의 시각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 지에 대해 극히 적은 지식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종은 자기 고유의 착시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이들 각자가 가진 환경과 조건의 차이, 그리고 이들이 인식하는 세상의 차이에 의한 것일 겁니다. 19세기의 생리학자 요하네스 푸르키니에(Johannes Purkinje)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감각의 속임수야말로 지각의 본질이다. (Deceptions of the senses are the truths of perception)”
지난 50년간 과학자들은 동물의 감각능력이 인간과 극히 다를 수 있음을 알아왔습니다. 이들이 가진 착시를 연구함으로써 우리는 이들 뿐만 아니라 인간 역시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Convers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