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에서 얼마만큼 연구비를 받아오는가가 좋은 교수의 기준인가?
2014년 3월 17일  |  By:   |  Economy / Business  |  No Comment

한 달 전 즈음, 뉴욕타임즈의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학자들이 현실 문제에 더 많이 목소리를 내고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칼럼을 썼고, 이 글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그의 칼럼이 뉴욕타임즈에 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콜럼비아 대학 공공 보건대학(Mailman School of Public Health)에 오랫동안 재직해온 캐롤 밴스(Carole Vance)와 킴 호퍼(Kim Hopper)는 학교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유는 이들이 외부에서 충분한 연구비(grant money)를 가져오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두 교수는 니콜라스 크리스토프가 칼럼에서 요구했던 학자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밴스 교수의 경우 성(gender)과 건강, 그리고 인권의 상호 관계를 연구해온 개척자였습니다. 킴 호퍼 교수는 콜럼비아 대학에서 연구를 하는 것 외에 정신 건강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는 클라인 연구소에 소속되어 노숙자들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고, 이 분야에서는 가장 유망한 학자입니다.

하지만 호퍼 교수와 밴스 교수의 해고는 실제 사람들의 삶과 연관된 문제에 적극 개입하는 공적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가져올 수 있는 ‘위협’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칼럼니스트 크리스토프는 대학이 점점 공적 지식인들을 키워내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에서는 옳았지만 그 원인을 정확히 찾아내지는 못했습니다. 그 원인은 대학의 문화가 아니라 바로 돈이었습니다. 다른 많은 공공 보건대학이 그러하듯 콜럼비아 대학 역시 소프트 머니 모델, 즉 교수들이 외부에서 가져온 연구비를 통해서 교수들의 월급을 충당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또 많은 교수들이 정년 보장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을 합니다. 외부 연구비로 충당해야 하는 월급이 과거에는 40~70%였던 것이 최근에는 80%까지 올랐습니다. 특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비중이 높거나 외부에서 연구자금을 가져오기 어려운 주제를 연구하는 교수들의 경우 이러한 관행 속에서 교수직을 지키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반면, 공중 보건과 관련된 주요 연구비가 지원되는 국립보건원(the National Institute of Health)의 예산은 최근 몇 년간 크게 감소했습니다. 따라서 최근에는 모든 연구 제안서 중 17%만이 예산을 받는데 이는 매우 낮은 수치입니다.

학교 당국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교수들이 공적 지식인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는지보다 연구비를 얼마나 가져올 수 있는지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만약 교수 월급의 80%가 자신이 획득한 외부 연구자금에 의해 충당된다면, 교수 시간의 80%가 연구를 위해 쓰여야 하지만 교수들은 수업과 박사과정 학생 지도, 그리고 다양한 학교의 위원회에서 활동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은 학교가 교수의 가치를 평가할 때 늘 얼마만큼의 돈을 가져왔는지에 밀려 고려사항이 되지 않습니다. 호퍼 교수는 최근 대학들이 기업이 연구를 지원하는 비지니스 모델로 옮겨왔기 때문에 콜럼비아 대학의 결정이 놀랍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학자들은 25년이 넘는 동안 콜럼비아 대학에서 연구하고 가르치며 공적 지식인의 역할을 해 온 두 학자가 해고된 것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연구비를 얼마만큼 학교로 가져오는가가 교수 평가의 유일한 기준이 된다면 장기적으로 학계와 사회가 더 불행해질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이는 비단 콜럼비아 대학이나 공공보건학 분야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른 분야에서 역시 연구비나 돈에 관련된 이슈가 다른 모든 기준을 압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The Nation)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