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대국: 영어를 사내 공용어로 사용하는 기업들
2014년 2월 24일  |  By:   |  경영, 세계  |  9 Comments

중국 시골에서 자라고 공대를 졸업한 위안칭 레노보 회장은 40세가 될 때까지 영어를 써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2005년 레노보가 IBM을 매입하면서 영어를 익혀야겠다고 결심하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로 떠났습니다. 개인 교사를 고용했고, 바쁜 와중에 매일 몇 시간씩 영어 뉴스를 챙겨보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분기 실적 발표회에서는 모든 회의를 영어로 진행했죠.

영어를 사내공용어로 택하는 비 영어권 다국적기업은 레노보 뿐이 아닙니다.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하는 현상은 처음에는 크기는 작지만 국제적인 국가, 이를테면 싱가폴, 스위스, 북유럽 국가에서 시작됐죠. 스위스의 엔지니어링 기업인 ABB의 전회장 고란 린달은 ABB 내 공용어가 “어설픈 영어”라고 정의한 바 있습니다. 잇따라 독일 기업도 서서히 문화를 바꾸었습니다. 아우디에서는 영어를 못하면 임원이 될 수 없고, 루프트한자 항공은 임원들 대부분이 독일계인데도 회의나 공식문서는 영어로 진행합니다.

이어 다른 대륙, 이를테면 일본에서도 영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일본 최대의 인터넷 쇼핑 사업자인 라쿠텐,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 리테일링이 사내 공용어를 영어로 바꾸었습니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 혼다와 타이어 제조업체 브릿지스톤이 그 뒤를 따랐습니다. 내수 시장이 크고 능력 있는 매니저 채용이 어려운 중국에서는 아직 영어까지 하는 인재를 찾기 쉽지 않지만 레보노, 화웨이 등에서 서서히 영어 사용을 장려하는 추세입니다.

영어가 전 세계 비즈니스를 지배하는 건 딱히 다른 대체재가 없기 때문입니다. 견줄 수 있을 만한 언어는 중국어 뿐인데, 중국어가 전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언어로 악명이 높고 컴퓨터 환경에도 적당하지 않습니다.

영어를 사내 공용어로 채택하면 전 세계에서 인재를 고용하기 쉬워지고, 글로벌 시장 진출이 수월해지며, 해외 M&A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습니다. 글로벌화가 쉽다는 눈에 보이는 장점 외에 중립적인 언어가 주는 추가적인 이익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라쿠텐의 회장 히로시 미키타니는 영어를 쓰면 일본어에 배어있는 서열관계와 권위주의가 불분명해져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독일과 프랑스 회사가 합병했을 때 중립적인 언어인 영어를 쓰는 사례도 있었죠.

그러나 이와 같은 “영어화 현상”(Englishnisation) 이 모두에게 달가운 건 아닙니다.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은 주눅이 들고, 직업 안정성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하며, 회의에서 의견을 발표하기 어려워지죠. 2004년 GE 프랑스 지사에 근무하던 직원들이 내부 문서를 영어로 작성하라는 지시에 소송을 제기해 법원이 해당 지시를 내렸던 회사 측에 벌금형을 내린 일도 있습니다. 영어 체제를 도입하려면 임원들이 적극 나서 그 중요성을 홍보하고, 공부 의욕을 고취시킨 후, 변화가 달갑잖은 직원들이 습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어야 합니다. 적절한 보상 체계와 영어를 못할 경우 받는 불이익을 감안해 포괄적이고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죠. (Economist)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