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별 전투식량 열전
전투와 전쟁에서 병사들의 배를 채우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잘 먹어야 잘 싸운다(army marches on its stomach)”는 나폴레옹의 말이나 손자병법, 삼국지에서 병참기지를 급습해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병사들의 사기와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투식량은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습니다. 휴대하기 쉬워야 하고 동시에 안전하고 쉽게 데워 먹을 수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맛이 있어야 하는데, 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기가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먹을 만한’ 전투식량용 피자를 개발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이해할 만 합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학교급식 환경 개선을 위해 열린 자선 바자회에서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고 있는 군대나 각국 대사관, 영사관을 통해 각 나라 군대에 보급되는 전투식량을 모아 이색 시식회를 열었습니다. 모든 나라들이 흔쾌히 전투식량을 지원한 가운데 미군만이 규정상 전투식량을 외부로 유출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일대에서 전투식량이 뭉터기로 새어나가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라 가디언 취재팀은 현지 골목시장에서 미군 전투식량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11개 나라의 전투식량이 선을 보인 가운데, 요리로 명성이 높은 나라의 전투식량이 메뉴도 화려하고 호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바자회에 참가한 많은 민간인들은 전투식량의 맛에 만족하지 못했으며, 가능한 한 전투식량을 먹을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원문 기사를 보시면 나라별 전투식량 메뉴 사진과 설명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메뉴 몇 가지를 소개해드립니다.
이탈리아: 아침에 마시는 알코올 도수 40%의 코르디알레(과일향이 나는 술로 아주 작은 잔에 샷으로 마시는 음료)
프랑스: 예전에는 작은 휴대용 레드와인이 포함된 메뉴가 있었지만 이제는 없어졌습니다. 대신 빵에 발라먹는 사슴고기 빠떼(pâté), 초콜릿 푸딩 등이 있습니다.
에스토니아: 훈제 청어
싱가포르: 사천식 치킨면과 바질이 들어간 밥 등이 있습니다. (Guard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