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카도와 멕시코 미초아칸 주, 그리고 템플러 기사단
2014년 2월 3일  |  By:   |  세계  |  No Comment

“초록빛 황금(oro verde)”

멕시코 중부의 미초아칸 주(Michoacán) 사람들이 지역 경제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열대과일 아보카도를 일컬어 붙인 별명입니다. 세계 최대의 아보카도 산지이기도 한 미초아칸 주는 지난해에만 미국에 아보카도 50만 톤을 수출했고, 올해는 아보카도 수출을 통해서만 10억 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수입 농산물의 품질을 관리하고 규제하는 미국 농무부(USDA)로부터 멕시코 주들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수출 인증을 받은 미초아칸 주는 미국 마트에서 판매되는 전체 수입산 아보카도의 80%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딴시따로(Tancítaro)는 미초아칸 주 안에서도 가장 많은 아보카도를 생산하는 지역으로 지난해 미국으로 수출된 50만 톤 가운데 15만 7천 톤이 딴시따로 산이었습니다.

밝은 수출 전망과 달리 딴시따로 주민과 농부들에게는 큰 걱정거리가 있습니다. 주로 마약을 다루던 멕시코의 범죄조직들이 돈벌이가 될 만한 농산물 산지들을 골라 일대를 장악한 뒤 수익을 빼앗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딴시따로도 예외 없이 범죄조직의 목표물이 되었는데, 템플러 기사단(Knights Templar)라는 이름의 조직이 농장주들을 협박해 알짜배기 농장을 헐값에 인수받거나, 생산한 아보카도를 수출에 적합하도록 포장하는 업체들로부터는 보호비나 자리세 명목으로 돈을 뜯어갔습니다. 템플러 기사단이 가로채가는 수익은 1억 5천만 달러에 이른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입니다. 템플러 기사단원들은 지난해 11월 마을의 목사이자 농장주의 딸을 납치한 뒤 요구한 몸값을 받지 못하자 딸을 성폭행하고 살해하기도 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주민들은 스스로 무장을 하고 자율방범대를 조직해 범죄조직을 색출해내고 몰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극악무도한 범죄조직이라도 온 마을 주민들이 무장을 한 뒤 검문검색을 실시하자 일단 주춤하고 있지만, 문제는 상황이 전면전 양상으로 비화되면서 가장 중요한 아보카도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선 1천여 명 가까운 주민들이 기사단의 보복 범죄가 두려워 집을 떠나 피신해 있고, 딴시따로의 포장업체 가운데 두 곳은 6주 가까이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농무부의 감독관들도 안전을 이유로 마을을 떠났습니다.

연방정부까지 나서서 페냐 니에도 대통령의 측근을 임시 주지사로 임명하며 범죄조직 소탕을 지원하고 나섰지만, 주민들은 몇 년이 걸리도록 템플러 기사단의 전횡을 막지 못한 정부와 범죄조직과 결탁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경찰을 좀처럼 믿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자경단은 딴시따로 주변 마을들에서도 범죄조직을 몰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사태가 장기화돼 아보카도 생산에 본격적인 차질이 빚어질 경우, 아보카도 가격이 올라 미국의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Wall Street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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