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면 왜 돈이 많이 드는가
2014년 1월 24일  |  By:   |  Economy / Business, 경제, 칼럼  |  4 Comments

50년전 미국의 린든 존슨 대통령은 “빈곤과의 전쟁” 을 선포했습니다. “더 나은 교육, 보건, 거주환경, 연수, 일자리”를 “주요 무기”로 활용하겠다고 했지요.  그리고 1964년부터 십 년간 연방정부는 빈곤 아동 지원, 직업 훈련, 의료보장  등 빈민 정책에 투자하여 좋은 성과를 낳았습니다. 빈곤에 처해있는 이들을 구하는 게 정부의 책임이라는 개념이 정착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 등에 정부 예산이 소요되면서 빈곤정책의 무용성을 주장하는 의견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보수주의자들은 빈곤은 삶에 불성실했던 자들의 책임이라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가난한 자들은 무책임하고, 열심히 살지 않으며, 무언가에 중독되기 있기 십상이죠. 계획 없이 아이를 많이 낳고 결혼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1990년대 양당 사이에 복지 논란이 불거지면서 오랜 선입견이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빈곤의 쳇바퀴” 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사례가 싱글맘입니다. 일하지 않고 정부 보조를 받고 살아가며, 집안에서 아이들에게 안좋은 사례만 보여주는 싱글맘 밑에서 아이들을 키우느니 차라리 고아원에 보내는 게 낫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저소득 여성들의 “순결 교육”에 예산을 배분하는 정책까지 있었죠. (관련 저소득 싱글맘의 기고글 보기)

그러나 빈곤은 성격이나 의욕 부족에서 비롯된 게 아닙니다. 빈곤은  돈이 없는 데서 비롯됩니다. 그리고 여성들에게 돈이 없는 건 월급을 넉넉히 받지 못해서입니다. 제가 가난의 늪에 관한 책을 쓰며 웨이트리스, 간호보조원, 호텔 청소부, 월마트 직원 등을 경험해 본 적이 있습니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여성이 할 수 있는 직업들이었죠. 직접 경험해보며 이 저소득 계약직 자체가 빈곤의 덫이란 걸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위에 나열한 직업들은 너무나 적은 월급을 주어 더나은 직업으로 이직하기 위해 필요한 몇백불도 저축하기가 어렵습니다. 일 스케쥴을 조정할 수 없어 아이들을 직접 돌볼 수 없고 두개 이상의 일을 병행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무릎이나 허리가 금방 망가져 일할 수 있는 수명도 짧아집니다.

가난하면 생활비도 더 많이 소요됩니다. 이를테면 첫째달 월세나 보증금을 낼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면 비싼 모텔에서 하루씩 방값을 내며 살아가야합니다. 부엌이나 냉장고가 없으면 비싸고 영양가는 낮은 편의점 음식을 데워먹으면서 건강이 무너집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한 일이 터지면 터무니없이 비싼 이자를 감당해야합니다. 본인이나 아이가 아파도 병가를 낼 수 없는 직장이 일반적이고, 하루를 거를 경우 해고되기 십상이죠. 고물 자동차는 헤드라이트가 작동하지 않아 벌금 딱지를 받게 만드는데, 그 벌금을 제때 내지 못해 체포 영장이 나오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금전적으로 “계획” 을 세우기가 거의 불가능하죠. 이래도 가난한 여성들이 영웅이 아니라 “빈곤의 쳇바퀴” 에서 비난 받아야할 진원지일까요? 빈곤한 자에 대한 비난은 불황 이후 더 심해졌습니다. 정부보조금 대상자에게 약물 검사를 하고, 무단결석에 벌금을 매기고, 빚진 사람을 투옥합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가난의 책임들을 여성들에게, 특히 흑인 여성들에게 묻고 있습니다니다. (The Atlan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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