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연말 특집: 공공서비스 분야에서의 민관합작(P3: Public-Private Partnership)은 득일까 실일까?
2013년 12월 27일  |  By:   |  과학  |  3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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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거진 철도 민영화에 대한 논란으로 여야는 물론 국민들 사이의 공방이 무척 뜨겁습니다. 이미 조중동을 비롯한 한겨레, 경향 등 많은 언론들이 상반된 견해에 입각한 관련 뉴스를 연일 보도하고 있고,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 상에서도 수준 높은 주장들이 활발히 오고 가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뉴스페퍼민트에서는 이미 이와 같은 민영화에 대한 논란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기 전 두 차례 민영화와 비교적 유사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민관합작(P3: Public-Private Partnership)에 대한 기사를 소개했습니다. 오늘은 이 두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민관합작의 개괄적 개념 및 종류, 득과 실에 대해 정리하는 기회를 가져볼까 합니다.

민관합작이란 무엇인가?
넓은 의미로 보면 민관합작은 공공과 민간이 각기 다른 자원과 재원을 공동으로 출자하여 철도, 고속도로, 항만, 공항, 전기, 상하수도, 가스, 쓰레기 처리와 같은 공공서비스 제공 분야에서 상호 이익을 도모하는 모든 협력 관계를 통칭합니다. 민관 합작에서 민간은 공공보다 우위에 있다고 여겨지는 전문성, 창의성, 효율성, 풍부한 경험, 그리고 막강한 자본력 등을 제공하고, 공공은 민간이 제공할 수 없는 행정적 편의, 제도적 확실성, 공공서비스 운영권, 정부 소유의 토지 공급 등을 맡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사업 구도라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민관합작은 공공의 채무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고, 이로 인하여 시설 노후화와 서비스의 질적 하락에 대한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울 때 민간의 자본력을 이용한다는 성격이 강합니다. 이 밖에도 공공의 부족한 서비스 운영능력을 보완하거나, 공공기관의 불투명한 경영과 부정부패 척결, 혹은 공공 서비스 운영권 임대를 통한 도시 재정수입이 민관합작 사업 추진의 목적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민관합작의 종류는?
민관합작은 크게 소유권을 민간으로 부분 혹은 전체를 이전하는 민영화(privatization) 방식과 한정된 기간 내에 운영권만 넘기고 소유권은 공공이 가지는 운영권 임대 방식이 존재합니다. 두 개의 방식 중 공공이 소유권을 통해 민간의 경영에 지속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후자가 선호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민간의 초기 투자금 회수를 위해 운영권이 보통 30년 단위로 길게 책정되는 것이 대부분이고, 전자의 경우 소유권을 넘기는 대신에 요금스케줄 등에 공공이 관여할 수 있는 여지를 계약서 상으로 명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민영화 방식과 운영권 임대 방식의 실무적 차이는 뚜렷하지 않습니다.

민관합작의 득
민관합작을 지지하는 이들이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논리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뉴스페퍼민트 관련기사 보기-도시재정안정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공공-민관 파트너쉽). 첫째는, 민관합작을 통해 공공 서비스를 운영하는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민영화 방식의 경우 지분 이전을 통해 일시에 많은 자금을 민간으로부터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재무재표 구조가 향상될 수 있고, 운영권 임대 방식은 지속적인 임대료 수입을 통해 장기적인 재무 건전성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죠. 둘째는 민관합작을 통해 공공 서비스 운영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경쟁 입찰을 통해 운영 능력이 검증된 민간 사업자를 선정하여 불합리한 경영을 시정하고 경쟁적인 서비스 제공을 통해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있다는 논리인 것이죠. 이는 특히 공공서비스의 부실 운영이 공공기관의 전문성과 경험 부족, 불투명한 경영구조에 기인할 때 설득력이 높습니다.

민관합작의 실
이와는 반대로 잠재적인 요금 인상을 이유로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의 민관합작을 반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뉴스페퍼민트 관련기사 보기-민관합작 개발 방식의 타당성에 제기되는 의문). 이들은 영리를 추가하는 민간의 설립목적상 서비스 향상을 위한 민간의 초기 투자는 공공기관이 운영할 때와 비교하여 과도한 요금 상승 압박의 원인이 될 것이라 주장합니다. 같은 수준의 초기 투자를 집행할 때 민간은 공공에 비해 신용도가 낮기 때문에 더 많은 금융비용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영리추구를 위한 수익률까지 요금산정에 고려하면 요금상승폭이 자연스레 더 높아 질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민영화나 운영권 임대 방식 모두에서, 공공기관이 민간으로부터 받는 매매금이나 임대료 또한 추가적인 요금 상승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더욱이, 이들은 전세계적으로 민관합작 거래를 통해 조성된 비자금이나 리베이트성 뇌물 수수 등으로 매매가나 임대료가 합리적인 수준보다 훨씬 부풀려진 사례가 많고, 장기적인 수요 예측이 빗나간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요금이 오르는 속도가 당초 민간이 제시하는 수준보다 훨씬 빨라질 확률이 아주 높다고 주장합니다. 이밖에도 이들은 공공서비스 시장의 특성상 독과점 시장 형성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자유 경쟁을 통한 운영효율 향상이 허구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민간의 최소 수익률을 보장하는 독소조항이 민관합작 계약서에 포함되는 경우, 서울 지하철 9호선과 공항철도의 경우처럼 요금 상승은 물론이고 공공기관의 지출이 민관합작 사업 전보다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며, 비경쟁 보장 조항이 계약서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 공공의 미래 서비스 보급 정책에 제약이 가해질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민관합작에 대한 원론적 가치 판단은 무의미
민관합작에 대한 찬반 논란에 원론적인 가치 판단을 내리는 것은 다소 무의미할 수 있습니다. 민관합작이 이루어지는 배경과 진행방식에 따라 그 결과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전 파산한 미국의 디트로이트처럼 공공 서비스 영역에서의 민관합작이 도시 재정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개발도상국들에서 많이 목격되는 공공기관의 운영 역량 부족은 민관합작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당한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펜실베니아의 턴파이크나 피츠버그의 민관합작 사례는 민관합작이 반드시 운영효율을 증대시키는 것은 아니며, 무시무시한 요금 인상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민관합작은 정치적 선택이 아닌 치열한 합리적 사고의 결과물이 되어야…
민관합작이 성공을 거두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고 그 속에서 상치되는 공익과 사익을 조율하는 과정은 너무나 복잡하고 험난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민관합작의 성공을 위해서는 사전에 철저한 평가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공공서비스의 운영효율이 떨어지고 있다면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 운영효율을 높일 수 있는 경험 있는 민간 사업자가 존재하는지, 공공 기관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 원인이 운영 손실에 있는지 공공 서비스 공급과 상관없는 다른 용도의 무리한 투자에 있는 것인지, 투명한 입찰과정과 거래를 통해 민관합작 계약과정에서 수반될 수 있는 부정부패를 방지할 수 있는지, 합리적이고 신뢰할 만한 자산가치 평가 및 미래 수요, 요금 인상 스케줄 예측이 가능한지, 공공에 의한 민간의 요금인상 스케줄과 서비스 향상 관여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가능한지, 해외 사업자가 참여할 경우 환율 리스크는 어떻게 제어할 것인지 등등 민관합작은 정치적 선택이 아닌 치열한 합리적 사고의 결과물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