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압의 세계
압력은 힘을 면적으로 나눈 값입니다. 지상에서 공기는 약 1기압의 압력으로 우리를 누르고 있으며, 이 압력의 크기는 두 변이 1 cm 인 정사각형을 약 1 kg 의 힘으로 누를 때와 같습니다. 수중에서 압력은 10 m 를 내려갈 때마다 약 1 기압이 올라가며,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의 경우 1000 기압이 넘어갑니다.
그러나 이 보다 훨씬 높은 압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있습니다. 카네기 대학의 지구물리 연구실은 지구내부의 상태를 연구하기 위해 초고압의 세계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300만기압으로 물질을 누를 수 있는 장치로 물질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이 장치는 끝이 뾰족한 0.5 캐럿 정도의 두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쪽 다이아몬드의 끝은 물질을 가둘 수 있도록 조금 파여져 있습니다. 다이아몬드 사이에 실제 가해지는 힘은 몇 kg 중에 불과하지만, 두 다이아몬드가 만나는 넓이는 매우 작기때문에 여기에 가해지는 압력은 극히 높아집니다.
“이 압력은 연필 끝에 코끼리 100마리가 올라가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런 높은 압력하에서는 물질이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존재합니다. 산소는 압력을 높여가면 푸른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하고, 결국은 반짝이는 금속이 됩니다. 대기압에서 산소는 두 원자가 안정된 상태를 이루지만, 초고압에서는 8원자가 모인 구조를 만듭니다.
대기압에서 규칙적인 구조를 가지던 물질들이 초고압에서는 매우 복잡한 구조로 바뀝니다. 원자 사이의 전자 위치도 바뀌게 되며, 이는 도체를 부도체로, 또 부도체를 초전도체로 바꾸기도 합니다.
“실리콘과 나트륨을 초고압에서 혼합하여 기존의 태양전지보다 더 효율적인 물질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이 물질을 보다 쉽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최종 목적 중 하나는 지구내부와 목성내부와 같은 초고압 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밝히는 것입니다.
“아직 우리는 지구 내부에 얼마나 탄소가 존재하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초고압에서 탄소의 물성은 전혀 달라지며, 이 연구를 통해 극한 환경에서의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밝힐 수 있습니다.”
“목성의 내부는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압력보다도 수백만배 더 높습니다. 목성의 내부에서 수소는 유동성 있는 금속의 상태로 존재하며, 이들이 목성의 강력한 자기장을 만든다고 지금까지 이론적으로 추측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수소에 300만 기압을 가했을 때, 예상과 달리 금속이 아닌 그래핀과 같은 얇은 판의 구조를 가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물질인 수소의 모든 가능한 구조를 밝혀낼 것입니다.”
(NY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