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노동 정책, 유럽에 확산
정부 간섭이 거의 없고 조직된 노조의 규모가 작아 단체 교섭권이 약한것으로 요약되는 미국식 노동 정책이 유럽 국가들에 확산되고 있습니다. 2008년 민영 부문에 종사하고 있는 포르투갈 노동자 중에서 190만명이 단체 교섭권 아래서 보호되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그 숫자는 30만명으로 확연히 줄었습니다. 스페인 역시 해고나 임시 고용을 확대하는 것을 제한해오던 규제를 완화하고 있습니다.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은 최저 임금을 동결시켰고 그리스는 최저 임금을 25% 삭감했습니다. 유럽에서 이러한 정책은 “내부적 통화절하(internal devaluation)”라고 부릅니다. 유로를 사용하는 국가들에서는 통화 가치를 내려서 수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특히 금융 위기에 큰 영향을 받은 남부 유럽 국가들은 국내 노동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미국식 노동 정책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노동 정책의 변화는 유럽 사회를 급진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최근의 변화가 유럽 사회의 사회적 통합을 해치고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미국에 비해서 유럽의 불평등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이유는 강한 노조나 최저 임금과 같은 유럽식 노동 시장 제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동서독 통일 이후에 노동 정책 유연화를 실시한 독일의 경우를 보면 노동 정책의 변화가 불평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독일은 2000년대 초반 경기 침체에 빠졌을 당시 경쟁력을 높이고 고용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노동자 보호 조항들을 완화하고 저임금, 단기간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냈습니다. 오늘날 이러한 저임금, 단기간 직업은 독일 전체 고용의 20% 이상을 차지합니다. 독일이 오늘날 낮은 실업률과 높은 수출 경쟁력을 보이는 이유가 바로 2000년대 초반 실시한 개혁때문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든 독일 사람들이 독일의 이러한 성공으로부터 혜택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1991년에 소득 상위 10%의 독일 사람들은 세전 기준 독일 전체 소득의 26%를 차지했었습니다. 하지만 2010년 이 비율은 31%로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하위 50%가 차지하는 비율은 22%에서 17%로 떨어졌습니다. 1996년부터 2009년 사이 독일 사회에서 증가한 소득 불평등 패턴은 1980년대 미국 사회에서의 소득 불평등이 확대되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잘 알려진대로 1980년대는 미국 사회에서 소득 불평등이 가장 빠르게 확대된 시기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동 정책의 변화가 고용을 증가시킨다고 하더라도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책의 장기적 비용을 우려합니다. 단체 교섭권이나 복지 국가 구조는 한번 무너지면 다시 세우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물론 최근에 변화의 움직임도 보입니다. 독일의 기민당은 사민당과 연정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독일 역사상 처음으로 시간당 8.5유로라는 최저 임금을 도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남부 유럽의 노동 시장이 미국화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NY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