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유전학의 논란들
2013년 10월 8일  |  By:   |  과학  |  No Comment

미시간 대학의 학장 스티븐 쑤는 중국의 유전자 분석기관인 심천 BGI와 함께 IQ 150 이상인 2천여 명의 정보를 바탕으로 천재유전자를 찾는 연구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는 이 연구가 언론에 알려진 후 생각지 못한 거센 비판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연구에 참여했던 뉴욕대의 심리학자 제프리 밀러는 중국이 이 연구의 결과를 이용해 태아를 선별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고, 한 기사는 천재 아이를 낳도록 도와주는 벤처기업이 탄생할지 모른다고 비난했습니다.

행동유전학에 대한 비난에는 역사의 불행한 한 장면을 장식했던 우생학에 대한 우려가 깔려있습니다. 그러나 특정 영역에 대한 연구를 금지하는 것은 과학 자체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과학적 이유 외에 다른 금기나 규범에 의해 연구를 방해받을 때 그 분야의 발전은 지체될 수밖에 없고, 이는 다른 분야들에도 지속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네이처 지는 행동유전학에서 논란이 일어나는 네 가지 분야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1. 지능. 논란의 정도:높음. 올해 초 뉴욕 유니온 대학의 샤브리는 125,000 명의 유전자로부터 개인의 학력과 상관관계를 가진 유전자 셋을 발견했고 이는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는 “과거 특정 정보가 잘못 이용된 적이 있었다는 이유로 그 연구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지만, 반대자들은 특정 정보의 잠재적 남용 가능성과 그 정보에 대한 연구는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스티븐 쑤는 2011년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언젠가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 태아의 키와 지능 같은 정보를 얻게 될 겁니다. 나는 이 기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많은 지능 연구자들은 지능에 대한 연구가 사회적 불평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2. 인종. 논란의 정도: 매우 높음. 인종은 유전학의 금기 중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많은 경우, 이와 관련된 연구는 그 의도를 의심받기 쉽습니다. 일반적으로 인종 간의 유전적 차이는 같은 인종 내 개인의 유전적 차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알려져 있고, 이런 의미에서 인종 간의 유전적 차이를 연구하는 것의 학문적 중요도는 높지 않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연구자들은 인종 간 유전적 차이의 연구에 대한 금기가 너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005년 시카고 대학의 브루스 란은 지능과 관계된 유전형질이 백인과 흑인 사이에 다르게 진화했을 수 있다는 연구를 발표했고, 그는 거센 비난에 시달렸습니다. “이 나라의 인종 문제와 역사적 배경을 고려할 때 인종과 지능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바람직한 연구가 아니라는 점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과학적 논의를 빙자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찬성할 수 없습니다.”
  3. 폭력. 논란의 정도: 중간. 10여 년 전, 인디애나 대학의 트레이시 건터는 특정 사람들의 경우 약물중독에서 잘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같은 시기에 사람들은 특정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유아기의 학대로부터 더 잘 견딘다는 사실과, 나쁜 양육환경에서 범죄자가 되기 쉬운 체질이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습니다. 그녀는 범죄와 유전자의 관계를 밝히는 연구를 시작했으나 그녀가 발견한 것은 범죄에 있어 결코 환경과 유전자의 영향을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또 특정 변호사들은 유전자에게 책임을 돌림으로써 피고의 형을 경감시키려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4. 성. 논란의 정도: 중간. 1993년, 유전학자 딘 하머가 특정 유전자가 동성애와 관련되어 있을지 모른다고 발표했을 때 그는 보수주의 집단과 과학계 양쪽으로부터 비난을 받았습니다. 오늘날 미국의 동성애자 사회는 성적 지향에 유전적 영향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NIH 역시 다양한 성적 지향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UCLA 의 유전학자 에릭 빌레인은 아직 이 분야에도 금기가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후생유전학과 동성애, 곧 어떤 환경적 요인이 동성애 유전자를 발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지원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어쩌면 동성애자 인권 운동가들을 분노하게 만들지 모릅니다.”

“과학계에는 여전히 많은 금기들이 있습니다. 어떤 연구가 잘못 사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연구를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거꾸로된 해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어떤 연구가 잘못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면, 우리는 그 연구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연구가 잘못 사용되는 것을 막는 장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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