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은 변질되고 알카에다가 돌아온다?
2013년 10월 1일  |  By:   |  세계  |  No Comment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알카에다는 “패망의 길”로 접어들었다며 전 정권이 시작한 “테러와의 전쟁”이 끝났다고 암시한 것이 불과 몇 달 전의 일입니다. 알카에다 연관 조직 알샤바브의 나이로비 쇼핑몰 인질사태가 쇼킹하지만 미국에서는 멀리 떨어진 “소프트 타겟”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얼핏 오바마 대통령의 선언에 부합하는 예시가 될 수 도 있으나 실상은 만만치 않습니다. 알카에다는 현재 그 어느때 보다 넓은 영역을 무대로 활동하면서 사상 유례없는 인원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2년 전의 상황은 달랐습니다. 오사마 빈라덴이 사살되기 전에도 무인조종기 공격 등으로 인해 아프간-파키스탄 접경 지역의 알카에다 중심부는 설 땅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소말리아를 주 무대로 활동하던 알샤바브도 아프리카연합의 압박 등으로 같은 처지였죠. 특히 “아랍의 봄”이 확산되면서, “서구의 지원을 받는 부패 정권은 오로지 폭력으로만 몰아낼 수 있다”던 알카에다의 주장이 힘을 잃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성과가 빛을 잃은 가장 큰 이유는 “아랍의 봄”이 변질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집트에서 선출된 비교적 온건한 이슬람 정권이 쿠데타로 무너지면서, 알카에다의 이데올로기는 다시 힘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시리아 내전의 혼란을 틈타 이라크에서도 알카에다 조직이 되살아 났습니다. 아사드 정권을 몰아내려던 반군은 초기 다수가 온건한 세속주의자들이었으나, 이제는 조직화된 지하드주의자들이 속속 유입되고 있습니다.

서구의 안일한 태도는 상황의 전개에 한 몫을 했습니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너무 빨리 발을 뺐고, 무인조종기를 사용해 알카에다의 지도부를 공격하는 것 만으로 네트워크를 해체할 수 있다고 만만하게 생각했습니다. 현재 재부상하고 있는 알카에다 관련 조직의 국제적인 구성을 볼 때, 이들의 영향력이 앞으로 일부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을 다시 반전시키는 것이 가능할까요? 가능합니다. 다만, 테러를 지원하는 정권을 몰아내는 일에 집중했던 부시 정부의 전쟁과는 초점을 달리해야 합니다. 때로는 꺼림칙한 구석이 있더라도 알카에다와 맞서 싸우는 역내 정부를 지원하는 일, 특히 현지 군 훈련과 첩보, 수송 등 간접적인 지원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알카에다의 사상이 다시 힘을 얻고 있는 이 시점에서, 서구가 엄청난 연성권력을 자랑하면서도 이 지역 내 온건한 무슬림들의 마음을 사는데 소홀히 한 것은 분명 아쉬운 지점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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