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영원한 현재형(Permanent Present Tense)”
H.M 은 5 분 전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아침식사로 무엇을 먹었는지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는 자신의 일생이 기록된 책인 “영원한 현재형(Permanent Present Tense)”에 수록된 내용의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이 책의 저자이자 그와 50 여 년간의 시간을 함께 해 온 신경과학자 수잔 코르킨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는 1953년 자신에게 행해졌던 수술이 자신의 장기기억능력을 앗아간 사실과 자신의 기억상실증에 의해 우리의 뇌와 기억에 대한 지식이 혁명적인 진보를 이루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합니다.
27세의, 약간의 부끄러움을 가진 지적인 청년 헨리 구스타프 몰레이슨은 그의 심각한 간질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당시 실험적으로 사용되던 뇌절제술을 받게 됩니다. 의사는 그의 뇌에서 해마부위를 포함한 양쪽의 회백질을 제거했습니다. 당시에는 누구도 이 부위가 기억의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수술 이후 헨리는 곧바로, 그리고 매우 심각한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되었고, 다른 인지능력이 정상인 상태에서 기억능력만을 잃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연구대상이 되었습니다. 그의 개인적 손실은 과학에게는 커다란 행운이었습니다. 의학연구분야에서 그는 H.M 으로만 알려졌습니다.
헨리는 과학 연구라는 미명하에 새로운 단어를 배우거나 과거의 사진을 알아보는지를 끊임없이 요구받았습니다. 연구자들은 그가 가진 기억능력의 모든 측면을 조사했고, 가장 최첨단의 기술로 그의 뇌를 검사했으며, 기억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실험에 끊임없이 그를 동원했습니다. 이를 통해 뇌의 각 분야와 관련된 다양한 종류의 기억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약 30초간 지속되는 헨리의 단기기억력은 완벽했습니다. 그러나 해마 영역의 손실은 그가 방금 경험한 일들이 장기기억으로 바뀌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뉴스에 나오는 유명인들의 이름이나 노년에 지팡이를 집는 법과 같은 운동능력은 익힐 수 있었으며, 이는 무의식적 기억은 생성될 수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코르킨은 그가 책을 남긴 이유로, 기억 연구에 대한 역사적인 기록과 2008년 세상을 떠난 헨리에 대한 추모라는 두가지 목적을 이야기합니다. 그녀는 그가 비록 수술 이후 다소 무딘 감정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다정하고 유머가 있으며 협력적인 실험대상이었다고 말합니다. 안타까운 점은 헨리가 이러한 연구에 참여하는 것에 동의했는지에 대해서는 그녀가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비록 수많은 전문용어들과 까다로운 질문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영원한 현재형”의 매 페이지는, 우리의 삶에서 기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우리에게 되새겨 줍니다. 기억이 없다면 우리는 새로운 친구를 만날 수 없으며, 새로운 단어를 배울 수 없고, 내일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헨리는 55년간 그런 삶을 살았습니다. (Scientific Americ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