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 지수’의 한계
2013년 6월 12일  |  By:   |  Economy / Business  |  No Comment

세계은행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 (Doing Business rankings)‘ 지수는 각 나라에서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를 측정해서 매겨집니다. 지극히 평범한 과정 같지만 이 지수가 국제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4위를 차지한 세계은행의 최대주주 미국과 91위에 그친 세계은행의 가장 중요한 자금 제공국이자 고객인 중국 사이를 중재해야 하는 난처한 임무가 세계은행 총재에게 주어졌습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지수는 사업을 하기 위해서 몇 번의 ‘공식적’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를 측정하는데 세계은행의 지수는 절차가 적으면 적을수록 기업하기에 더 좋은 환경이라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이 기준 자체도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건물 안전과 같은 핵심적인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전력과 관련된 규제는 항목에 포함되지만 수송 관련 규제는 빠져있는 등 규제 항목도 자의적입니다. 또한 실제로 거쳐야 하는 절차 대신 ‘공식적’인 절차만 측정하는데,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 국가에서 건설 허가를 받기 위해서 공식적으로 거쳐야 하는 절차와 실제로 거쳐야 하는 절차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로 부패를 꼽고 있습니다. 만약 공식적인 절차가 너무 오래 걸리고 복잡하다면 공무원들이 뇌물을 받고 이 과정을 신속하게 처리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규제가 사업에 걸림돌이긴 하지만 실제로 규제가 기업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쓸데 없는 규제는 기업들을 지하 경제와 같은 비공식 경제로 유인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실제로 개발도상국에서 지하 경제는 GDP의 40% 가까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라 포르타(La Porta)와 쉴라이퍼(Shleifer)가 쓴 경제학 논문에 따르면 지하경제나 비공식 시장에서 운영되는 회사들이 규모가 작고 비효율적인 이유는 규제로 인한 비용이 높기 때문이 아니라 이 회사들이 운영되는 방식 자체가 나쁘고 따라서 고객의 수도 적으며 자사의 제품을 제대로 판매하지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 지수와 경제 발전 사이에 상관관계를 찾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해 줄 지 모릅니다. 실제로 중국은 91위로 미국보다 87계단이나 떨어져 있지만 지난 10년간 두 자리수 경제 성장을 기록했고, 미국은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었습니다. 또 2010년 이집트의 경우 기업하기 좋은 나라 지수 상위 10개국 중 하나였지만 세계은행은 별개 보고서를 통해 이집트의 실제 경제 발전은 부패와 연줄 때문에 지체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세계은행 보고서는 규제가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로 규제 자체 때문이 아니라 변덕스러운 집행 과정을 꼽았습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규제 수준에 관한 조사는 기업을 운영하는 환경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지만 순위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요약하자면 규제수준에 관한 조사는 계속되야 하되 순위는 없어져야 합니다. (Business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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