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과 세계은행, 두 한국인 수장의 협력
두 안경 쓴 한국인이 콩고의 수도 킨샤사 슬럼가에 드리워진 배너를 흐뭇하게 내려다봅니다. 이 콤비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김용 세계은행 총재로, 지난 5월 22일 두 세계기구의 협력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아프리카의 대도시를 방문했습니다.
두 기관의 협력계획은 간단히 말해 유엔의 정치적인 의제를 세계은행의 재력으로 뒷받침하는 겁니다. 아프리카 중부 대호수(Great Lakes) 일대 지역의 경우,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분쟁지역인 콩고 동부에 UN의 평화유지군이 파견돼 있는데, 세계은행이 1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유엔은 군대를 보내세요, 우리가 돈을 대겠습니다.” 김용 총재의 말입니다. 순방 내내 두 사람의 친밀한 관계는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근엄한 유엔 총장은 격식없이 이야기하는 스타일인 김용총재와 좋은 콤비를 보여줬습니다. 한국말로 활발하게 토론하는 것도 자주 목격되었습니다.
193개 회원국을 가진 유엔은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소명이고, 188개 회원국의 세계은행은 전 세계 빈곤을 경감시키는 걸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두 임무는 분명히 겹치는 내용이지만, 거대한 관료기구가 협력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공동 방문을 기획한 세계은행의 사무관은 일정 짜는 것이 거의 악몽이었다고까지 말했습니다.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는 모두 동의하긴 하는데, 정말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거죠.” 그러나 두 한국인은 같은 언어로 더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Econo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