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주부 아빠들
2013년 4월 25일  |  By:   |  IT, 경영, 문화  |  1 comment

12살 소녀 마고(Margeaux Wolberg)의 학교행사에 항상 아버지만 참석하자 어느날 친구들이 물었습니다. “너 혹시 어머니가 안계시니?” 마고는 페이팔의 웹사이트에서 부회장 크리스틴(Kristen Wolberg, 45)을 찾아 보여주며 답했습니다. “봐봐, 우리 엄마는 아주 유명한 사람이야.” 크리스틴은 흔히 여성들이 느끼는 죄책감없이 아주 자랑스럽게 이 일화를 들려줍니다. 딸들에게 성공한 여성상을 보여줄수 있다는 사실에 그녀는 매우 만족해 합니다. 가족을 위해 제약회사를 그만둔 남편 마이크(Mike Wolberg, 43) 역시 서로 잘하고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역할을 찾았다며 만족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아빠들은 다양합니다. 아이들과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보내려는 전업주부 남편에서부터, 가정을 돌볼 시간이 전혀 없는 워커홀릭 임원들, 그리고 모든 걸 다 가지고 싶어하는(‘Have it all’: 관련글) 젊은 아빠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과거에 여성들만의 전유물이었던 고민을 합니다. 퓨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인생의 과제 중 하나다’라고 생각하는 18세-34세 남성이 전체의 47%로, 1997년의 39%에서 크게 증가했습니다. 미국의 법제도가 이를 뒷받침 해준 것은 아닙니다. 전세계 178개국이 여성의 유급 육아휴직 제공을 의무시하고, 54개국이 남성의 유급 육아휴직도 의무시하는 동안에도 미국은 캘리포니아와 뉴저지 외에는 여전히 유급 육아휴직의 개념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리콘밸리의 리버럴한 문화와 전례없는 부(富)는 미국에 새로운 형태의 부모를 탄생시키고 있습니다. “이건 실리콘밸리의 또다른 혁신(Innovation)이에요.”

대부분의 테크 스타트업은 20대가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시작합니다. 냉장고에 그득한 맥주와 레드불, 탁구테이블, 밤샘코딩 등은 가정 없는 싱글남들에게 적합한 문화입니다. 그러나 이 창업자들이 30대가 되어 자식이 생길 즈음 회사의 분위기는 달라집니다. 퇴근시간이 빨라지고, 남성의 육아 휴직 등 조직적인 지원이 생깁니다. 창업자들이 최근 아빠가 된 Pinterest, Foursqure 등이 좋은 예입니다.

이베이 회장인 존 도나호(John Donahoe, 52)와 UN 인권이사회의 미국대사인 아내 에일린(Eileen Chamberlain)는 네 아이를 두고도 직업적 성공을 거둔 드문 사례로 보이나 그 이면에는 몇번이나 가정을 위해 희생하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도나호는 오전 10시 아이들 픽업을 위해 잘나가는 컨설팅 회사의 임원코스를 관두려했고, 아내 에일린은 네번째 아이를 임신하자 직장 생활을 그만둘 각오로 판사직을 사퇴하였습니다.

스타트업을 성공적으로 매각한 하리나라얀(Harinarayan)이나, 최근 그룹폰, 페이스북 상장으로 큰 돈을 번 아빠들은 아이를 돌보면서 오랜 휴식을 취하기도 합니다.

아담(Adam Chambers, 40)은 부인 로라(Laura Chambers, 34)가 이베이에서 정신 없는 회사생활을 하는 동안, 창업가로 집에서 일합니다. 런던에서 만난 이 부부는 누구의 회사생활이 더 중요한지 끝없는 논쟁을 벌여야하는 런던 생활에서 벗어나 실리콘밸리로 오면서 새로운 방식의 삶이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담은 자기 사업을 운영하면서 집에서 어린 딸을 돌보는 동안 스카이프 미팅을 합니다. 쉐릴 샌드버그의 책 “린인” 에 나오는 “진짜 동반자”로 뽑힐만 합니다. 이렇게 좋은 남편도 일을 하고 있기에 모든 집안일을 책임질 수는 없었습니다. 회사생활에서 무슨일이든 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던 로라도 출퇴근시간이나 여행 스케줄 조절이 쉬운 보직을 맡고서야 한숨을 덜었습니다. 지금 실리콘밸리에서는 남녀 모두 “일과 가정”, “동등한 파트너십”의 균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Financial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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