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처한 아프간의 미군 통역들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부대에서 통역으로 일하는 술라이만은 탈레반의 공격으로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미군 철수를 앞둔 현 시점에서 그가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단 하나, ‘아프간 동맹(Afghan Allies) 프로그램’에 의거한 미국행 특수 비자를 얻는 것입니다.
현재 아프간에는 술라이만과 같은 입장에 처한 사람이 수천 명에 달합니다. 일자리와 미군의 보호가 갑자기 사라지게 생겼는데 탈레반의 위협은 여전합니다. 특히 위험에 노출된 이들이 바로 미군의 통역을 맡았던 8천여 명입니다. 공식 집계는 없지만 매달 몇 사람씩 탈레반의 손에 목숨을 잃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쟁을 겪은 이라크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지만 행정 시스템이나 배당된 특수 비자의 개수로 볼 때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이 훨씬 더 나쁩니다. 비자가 주어지는 범위도 이라크의 경우 부모, 배우자, 형제 자매, 자녀까지 포함되었지만 아프간의 경우에는 당사자와 배우자, 자식에게만 비자가 발급됩니다. 아프간에서 미국 비자 발급 기간은 평균 2년 이상 걸립니다. 현재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몇 미국 의원들이 입법을 준비하고 있지만, 법이 바뀌어도 미국의 민간 기업이나 언론사, NGO에서 일했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특수 비자 신청 자격을 얻지 못합니다.
술라이만은 여러 차례의 공격에도 다행히 목숨을 건졌고, 함께 일하는 미군 동료들이 국무부에 서한을 보내는 등 도움을 주고 있지만 2008년과 2011년 두 번이나 미국 비자를 신청하고도 아직까지 비자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는 지난 10년간 미군 통역으로 일하면서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성실히 일했고 아프가니스탄 사람으로서의 정체성까지도 타협해야 했습니다. 가족들까지도 위험에 처할까봐 수개월 간 집에도 못 갔습니다. 미국 국무부에 비자 발급 진행 상황을 묻는 이메일을 보내보지만, 오늘도 돌아오는 것은 자동으로 발송되는 형식적인 답장 뿐입니다. (NY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