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지리적 분포는 어떻게 경제 성장을 방해하는가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들 가운데 하나인 아마존, 구글, 애플, 코스트코, 홈디포, 페덱스는 50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100년간 연방정부 역시 큰 변화를 겪었는데 메디케어(Medicare)나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 제도를 정립했고, 증권거래위원회를 만들었으며 다른 연방 프로그램이나 정부 기관들이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대학들은 비교적 오랜 세월 동안 위치나 형태가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1890년대에 문을 연 시카고대학이나 스탠포드 대학은 상대적으로 역사가 가장 짧은 대학으로 여겨집니다. ‘새로운(New)’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대학들도 실제 역사를 보면 그리 짧지 않습니다. 뉴욕에 위치한 뉴스쿨(The New School)은 1919년에 문을 열었는데 이는 여성 참정권이 보장된 1920년보다 전입니다.
거의 변화가 없는 대학의 모습과 연관된 한 가지 문제는 대학의 위치입니다. 100년 전에 비해 미국 경제가 운영되는 방식은 매우 달라졌지만 미국 유수의 대학들(Selective Colleges)의 지역에 따른 분포는 19세기 모습 그대로입니다. 상대적으로 높은 졸업률과 많은 자원을 가진 236개의 대학들은 미국 북동부인 뉴잉글랜드 지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중부와 서남부, 그리고 캘리포니아에는 북동부 지역에 비해서는 대학의 수가 적지만 플로리다나 텍사스에 비해서는 많은 대학이 분포해 있습니다. 매사추세츠 주에는 660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 한 주에 주요 236개 대학 중 22개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텍사스는 매사추세츠보다 인구가 4배나 많지만 좋은 대학의 수는 그 절반에 불과합니다.
인구 분포와 대학 분포의 불균형은 청소년들의 대학 진학에 영향을 미칩니다. 버클리대학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카드(David Card)에 따르면 모든 조건이 동일할 때 대학과 거리가 가까운 지역에 사는 청소년일수록 대학에 갈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좋은 대학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강해집니다. 또 랭킹이 높고 자원이 많은 학교에 진학하는 학생일수록 비슷한 성적의 커뮤니티 칼리지를 다니는 학생보다 졸업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대학들이 특정 주에 분포해 있는 상황은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핵심적인 요건이 되는 셈입니다. 이는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유수 대학들이 위치하지 않은 지역에 사는 가능성 있는 청소년들이 유수 대학에 진학할 확률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19세기 자선사업가들이 스탠포드나 시카고대학을 세운 것 처럼 마이애미나 오클라호마시티, 피닉스나 솔트레이크시티 등지에 새로운 대학을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좀 더 현실적인 방안으로 좋은 대학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사는 학생들에게 좋은 대학들에 대한 정보를 더 제공하거나 온라인 교육을 통해 이러한 불평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난 100년간 고등 교육에 있었던 변화보다 앞으로의 100년간 일어날 변화가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점입니다. (NY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