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마약 조직이 혈안이 되어 찾고 있는 20대 여성 블로거
2013년 4월 5일  |  By:   |  세계  |  No Comment

지난 2006년 멕시코의 칼데론 대통령이 야심차게 선포한 마약과의 전쟁은 그야말로 재앙을 낳았습니다. 조직들 간의 끝없는 세력다툼이 격화됐고, 이를 말려야 할 경찰과 군대들까지 오히려 마약 조직에 포섭되며 피의 테러와 보복이 이어졌습니다. 7만 명의 희생자와 2만 7천 명의 희생자. 지난해까지 마약과의 전쟁이 부른 끔찍한 숫자입니다. 새로 출범한 니에토 정권 초기 석 달 동안 기록된 희생사 숫자도 3천 명을 넘었습니다. 테러가 일상 속에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언론도 점점 소극적으로 변했습니다. 관련된 사실을 보도라도 했다가는 기자는 당장 조직의 표적이 되다 보니 수십 명이 총에 맞아 죽고, 또 다른 수십 명이 납치가 되었다가 주검으로 돌아와도 뉴스와 신문은 이런 사실을 외면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약상의 블로그(Blog del Narco)”라는 이름의 블로그가 세상에 선을 보인 건 지금으로부터 3년 전입니다. 블로그는 조직같은 폭력으로 난도질 당한 상대 조직원의 시신 사진을 그대로 싣고, 관련된 사건의 요지를 정리해 소개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월간 방문자 수는 어느덧 3백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루시(Lucy)라는 가명으로 활동하는 블로거는 자신의 신원을 철저히 숨긴 채 활동하고 있습니다. 루시의 목표는 누구도 알리지 않고 있는 실상을 가장 사실적으로 알리는 일입니다. 용감한 목격자들이나 조직 내부의 제보자들이 블로그에 필요한 사진과 자료를 제공해주곤 합니다.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었던 루시가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전화 인터뷰를 응했습니다. 놀랍게도 당연히 남자일 줄 알았던 이 블로거는 20대 중반의 여성이었습니다. 마약 조직들은 루시를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지난 2011년 블로그에 여러 차례에 걸쳐 사진을 보내줬던 부부가 조직원들에게 납치된 뒤 참혹하게 살해된 채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마약조직은 시신 옆에 컴퓨터 키보드와 마우스를 흩어 놓았습니다. 다음 차례는 루시라는 경고의 메시지였던 셈이죠. 정부의 눈에도 블로그는 달갑지 않습니다. 수차례 시도됐던 사이버 공격과 블로그 해킹은 정부의 소행으로 추정됩니다.

한 달에 한 번씩 거처를 옮겨야 하고, 조직원의 눈에 뜨일 낌새라도 보이면 목숨을 건 도주를 감행해야 하는 일이지만, 루시는 당분간 절대로 블로그를 접을 생각이 없습니다.

“저는 우리 조국을 사랑해요. 궁극적으로는 멕시코 전체가 약에 빠져 있다거나 온통 부패했거나 살인과 보복이 만연한 곳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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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상의 블로그(Blog del Nar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