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바람에 휘청이는 선박업계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노력이 중요해지면서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eime Organization)는 최근 들어 깨끗한 연료 사용을 장려하고, 오염된 밸러스트(배의 무게중심을 잡아주기 위해 선박 밑부분에 싣는 물)의 배출을 금지하는 등 각종 규제를 신설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공급이 수요를 웃돌아 업계 사정이 녹록치 않은데 계속해서 늘어나는 규제에 선박업체들은 울상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연료입니다. 지금까지 선박에 쓰이는 연료는 값이 싼 대신 연소되면서 유황과 각종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정제되지 않은 기름이었습니다. 2005년부터 IMO는 특히 북미와 유럽의 “배기가스 규제 해안”을 지날 때 배출하는 황의 양을 엄격히 규제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아침에 기존에 쓰던 연료보다 50%나 비싼 기름을 사 써야 하게 된 업체들은 모든 배들이 디젤을 쓰면 비행기나 자동차 연료가 모자라 기름값이 크게 오를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밸러스트로 인한 항구 주변 바다의 오염 문제가 대두되자 IMO는 수질 기준을 큰 폭으로 올렸습니다. 배 한 척당 평균 170만 달러(19억 원)의 비용이 드는 작업인데, 당장 그 많은 돈을 들이는 게 업체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도 규제 대상입니다. 그리스 선박협회장인 플라치다키스의 불평은 일리가 있습니다.
“세계에서 무역이 이뤄지는 물건의 90%는 선박이 나르는데, 선박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전체의 2.7%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환경 파괴의 주범인 양 취급 받는 건 맞지 않아요.”
선박업이 워낙 규모가 크고 사업자들은 대기업부터 가족형 중소기업들까지 다양하다 보니 조직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해 로비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대표적인 로비 단체라고 할 수 있는 국제선박협회(ICS, International Chamber of Shipping)의 직원이 20명밖에 안 된다는 건 규제가 생긴 뒤에야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기 바쁜 선박업계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기도 합니다. (Econo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