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도 고개를 드는 유럽 회의론(Eurosceptic)
2013년 3월 27일  |  By:   |  세계  |  1 comment

경제학 교수인 베른트 루케(Bernd Lucke) 씨가 세운 ‘독일의 새로운 대안(Alternative für Deutschland)’이란 정당은 올 9월 치러질 총선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16개 주에서 각각 유권자 2천 명의 서명을 받으려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독일의 새로운 대안 정당의 가장 큰 목표는 유럽연합의 단일 통화인 유로화를 단계적으로 해체하는 겁니다. 루케는 키프로스의 사례만 봐도 유로화는 이미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분쟁의 씨앗이 되어버렸다고 꼬집습니다. 전쟁 대신 평화와 협력을 목표로 출범한 유럽연합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겁니다. 개별 통화체제로 복귀하거나 경제력이 비슷한 국가들끼리 모여 여러 개의 단일 화폐를 쓰는 것이 낫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또 온갖 통합을 무리하게 시도하다 비대해진 관료제만 남아버린 유럽연합의 위상을 단일시장 개념으로만 축소하도록 개선하고, 정치적으로는 스위스식 직접민주주의를 채택하고자 합니다.

독일은 다른 유럽연합 회원국들과 달리 유럽 회의론(Eurosceptic) 무풍지대였습니다. 유럽연합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유럽 회의론은 포퓰리즘이나 극우 단체처럼 금기시되어 왔죠. 지난 7일부터 순식간에 4천 명 넘는 당원을 모은 ‘독일의 새로운 대안’이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신생정당이 당장 올 가을 국회의원을 배출할 거라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군소정당의 난립 속에 나치의 등장을 겪었던 독일은 의회의 진입 문턱이 정당 득표율 5%로 꽤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독일의 새로운 대안은 여전히 엄청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습니다. 메르켈 총리의 우파 연합이나 사민당을 중심으로 한 좌파 블록 누구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못한 유로화 문제를 적극적으로 거론하는 이 정당은 유럽연합에 염증을 느낀 중도 부동층의 표를 모을 수 있습니다. 선거 결과가 박빙이 될수록, 중도 성향의 군소 정당은 연정 구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독일 국민 4명 중 1명은 유로화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Economist)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