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과 공화당의 근본적 철학적 차이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의회 지도부가 연방 정부 예산 자동 삭감 (Sequester)을 둘러싸고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금요일부터 미 항공 안전이나 교육 관련 예산들이 자동 삭감되는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워싱턴 정치의 교착 상태는 정치인들이 재선을 위해서 자기 입장만 고려하거나 민주당과 공화당이 서로를 싫어해서 생긴 결과라는 분석 이외에 민주당과 공화당이 발 딛고 있는 철학의 차이를 극명히 보여줍니다.
공화당은 정부가 아무런 기능을 하지 않기를 원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공화당의 문제는 자신들이 워싱턴에서 가지고 있는 권력이나 시민들이 공화당에 보내는 지지도 이상으로 정부 규모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민주당 역시 미국이 국가 부채로 허덕이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 세금을 더 거둘 능력은 없으면서 현재 존재하는 정부 프로그램을 유지시켜야 한다고 믿습니다. 정치적 교착 상태의 핵심에는 미국의 정당 정치 시스템에 흐르는 오래된 철학적 논쟁이 깔려 있습니다. 민주당은 시장 경제에 대한 완충 장치이자 기회 균등을 위해 정부를 이용하고자 해 왔고 공화당은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 하는 것을 목표로 해 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2011년 국가 부채 한도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을 통해서 미국의 신용 등급이 최고 수준인 트리플A에서 한 단계 하락하자 한 발짝 물러나서 정부 지출을 자동 삭감하는 공화당의 법안에 찬성했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공화당의 예산안과 세금 감면은 부자들에게만 도움이 되고 중산층을 어렵게 한다고 다시 공격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하면서 그 직후 있었던 재정절벽(Fiscal Cliff) 협상에서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올리도록 하는데 공화당의 동의를 받아내기도 했지만 존 뵈이너 하원 의장등 공화당 지도부는 공화당원들로부터 민주당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연방 정부 예산 자동 삭감에 관한 협상에서도 이전과 같이 공화당과의 협상보다는 미국 시민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전략을 썼지만 공화당은 이를 두고서 ‘통치가 아니라 선거 캠페인을 하고 있다’라고 비난했습니다. (NY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