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치의 악몽, 베를루스코니 컴백
지난 일요일 이탈리아인들은 마음 속으로 우려해 왔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는 끔찍한 장면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지난해 말 경제위기와 미성년자 성매매 스캔들 속에 총리직에서 물러났던 76살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정계복귀를 전격 선언했습니다. 경제위기에서 구원투수로 등장했던 마리오 몬티 총리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라는 베를루스코니의 문자메시지에 우파연합 소속 의원들은 고분고분히 반대표를 던지며 몬티 총리를 압박했습니다. 이탈리아 최대 미디어 재벌이기도 한 베를루스코니의 움직임에 그가 소유한 언론사들도 발빠르게 보조를 맞췄습니다. 현 정부를 비판하는 사설이 잇따라 신문 지면을 채웠고, 방송은 노골적으로 베를루스코니를 띄우기에 나섰습니다. 베를루스코니는 몬티 총리의 긴축 정책이 실업률과 세금을 높였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고,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중도좌파 민주당에게는 거침없이 색깔론을 들이밀었습니다. 1년 동안 자신을 탈세, 성매매 혐의로 법정에 세웠던 사법부를 싸잡아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복귀부터 요란하긴 하지만 베를루스코니가 선거에서 이길 확률은 높지 않습니다. 북부연합 우파 정당과 손을 잡아도 베를루스코니의 지지율은 25% 정도에 머물 전망입니다. 민주당이 30%보다 낮은 득표율을 보일 거란 전망은 거의 없습니다. 여기에 몬티 총리가 중도 정당을 이끌고 선거에 나선 뒤 민주당과 손을 잡는다면 친유럽 성향의 민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Gaurd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