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로카쇼 핵연료 재처리공장의 딜레마
로카쇼 마을은 일본 북동부 아오모리 현에 위치한 인구 1만 1천여 명의 작은 마을입니다. 이곳에는 전 세계가 관심과 우려,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일본 최대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공장이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에 쓰고 남은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재처리해 보관하는 공장이죠.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나기 전부터 건설이 진행돼 왔고, 현재 일본 내 대부분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을 안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가동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을 전면 폐기하겠다면서도 로카쇼 공장 가동은 2050년까지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환경단체와 주변 국가들의 우려를 무릅쓰고 2조 2천억 엔(우리돈 30조 원)이나 들인 대형 사업을 접는 게 쉽지 않은 데다가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큰 타격을 입은 도쿄전력이 지분의 상당수를 보유하고 있어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도쿄 전력이 파산에 이를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발전소 가동은 안 하면서 재처리 공장만 계속 운영할 경우 이란이나 북한 등 핵무기 보유국이 되려 애쓰는 국가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러시아 등 핵보유국들도 일본의 원자력 기술자들과 오랫동안 이어온 협력관계가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로카쇼 공장이 문을 닫는다면 2030년 원자력 폐기를 주장하는 일본 정부의 계획이 신뢰를 얻겠지만, 일본 민주당 정부는 의회 해산을 앞둔 상황에서 대다수 국민들이 핵 에너지를 두려워하는 데도 좀처럼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Econo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