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아름다움의 진화” (2/2)
2017년 12월 13일  |  By:   |  과학  |  2 Comments

프럼은 자신이 전장에 뛰어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리차드 도킨스와 같은 적응론적 진화론을 고수하는 생물학자들은 프럼의 주장을 반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프럼은 논리적 승리보다는 자신의 주장을 명확하고 우아하고 매력적으로 포장하려 합니다. 자신의 짝을 위해 예술적인 정자를 만드는 정자새(bower bird)처럼, 그는 경쟁자를 밀어내거나 라이벌을 쫓아내기 보다는 열린 마음을 가진 이들을 설득하려 합니다. 이를 통해 그는 유혹적인 동시에 반역적인, 그런 흥미로운 책을 완성했습니다.

리차드 프럼은 무엇보다도 극단적인 조류 애호가입니다. 그는 알려진 지구상 1만 종의 조류 중 삼분의 일 이상을 직접 관찰했고 이 경험으로부터 아름다움은 생존 적합성을 알려주는 ‘정직한 신호’라는 적합론자들의 주장을 논박합니다.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자연이 있으며 특히 그의 새에 관한 이야기들은 매우 자세하고, 빈틈없으며, 상당한 깊이가 있고 때로 감각적입니다. 예를 들어, 극도로 화려한 청란이 꼬리를 펼칠 때, 그의 표현은 에로틱하기까지 합니다.

프럼은 깃털 진화의 전문가이며 이때문에 오히려 깃털이 하늘을 날기위해 진화하기 보다는 피부를 장식하기위해 진화했을지 모른다는 흥미로운 주장은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곧, 생존보다 아름다움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뜻입니다. 예술 비평가들이 예술에 목숨을 거는 이유에 역사가 있었던 것입니다. 프럼은 새들이 예술가라 생각합니다. 프럼의 동료인 마나킨은 새들의 춤을 자세하게 기록했습니다. 인간은 르네상스 시기에 이르러서야 원근법을 이해했지만 정자새는 오래 전부터 자신의 정자를 짓는데 이를 이용해 왔습니다.

정자새 수컷은 프럼이 제시하는 가장 설득력있는 예입니다. 이 특별한 새는 잔가지를 이용해 원형, 원뿔형, 혹은 꽃으로 장식한 기둥 모양의 구조물을 짓고 돌, 조개, 딱정벌레 껍질, 화려하 버섯 등을 이용해 그 구조물과 주변 땅을 장식하는 예술적 공간을 만듭니다. 이 건축물은 암컷으로 하여금 예술품을 구경하면서도 암컷이 쉽게 빠져나갈 수 있게 만들어져 있고, 수컷 또한 그렇게 행동합니다. 프럼은 어떤 수컷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작품을 재배열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며 조금씩 작품을 고쳐나가 마치 “까다로운 플로리스트”처럼 행동한다고 말합니다. 몇몇 종의 수컷은 나무 뒤, 혹은 자신이 만든 구조물의 뒷편에 숨어 암컷이 자신의 작품을 검사하는 것을 지켜봅니다. 암컷은 작품이 마음에 들면 목을 늘이고 꼬리를 들어 수컷을 부르고, 이들은 짝짓기를 하게 됩니다. (이 과정은 몇 초 밖에 걸리지 않으며, 두 새는 다시는 만나지 않습니다.)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은 암컷은 그냥 떠나갑니다.

프럼은 다른 종에서 관찰되는 이와 비슷한 구애과정이 장기간, 여러 세대에 걸쳐 이루어진 수컷과 암컷의 공진화에 의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수컷의 미적 감각과 사회적 능력은 암컷이 이를 기뻐하는지의 기준에 따라 끊임없이 판단되고 시험됩니다. 프럼은 암컷의 개인적 취향이 아름다움의 진화를 촉진시켰다고 말합니다.

다른 진화 과정과 마찬가지로, 여기에도 특별한 목표는 없습니다. 자연선택에서는 적합성이, 성선택에서는 아름다움이 기준이 될 뿐입니다. 물론 더 아름다운 장식품이 생존에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미적” 구애 과정은 암컷의 성선택, 자율성, 안전을 보장하는 환경과 기질, 의식행위 등 일종의 문화를 만들게 되고 이런 문제를 상쇄하게 된다고 프럼은 말합니다. (물론 암컷이 모든 것을 얻지는 못합니다. 짝짓기 이후 자식을 기르는 것은 암컷의 몫입니다.)

프럼은 이러한 미적 선택과정에 의해 암컷의 취향이 일종의 문명화를 통해 짝짓기 행동을 변화시키고, 넓게는 수컷의 사회적 행동 또한 변화시켜 “아름다움의 진화”가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이 부분에서 프럼은 이 과정이 수컷을 약화시키거나 암컷이 수컷을 지배하게 된다는 뜻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단지 암컷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는 수컷이 선택된다는 뜻입니다.

이 시점에서 프럼은 새들을 통해 보인 그의 이론을 호모 사피엔스의 성선택에 적용합니다. 그는 동물과 인간에 대한 연구들을 조금 보여주며, 어떻게 적응론자들이 인간의 특성을 설명할 때 성선택으로 쉽게 설명이 되는 문제를 놓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가 나열하는 여러 문제들, 곧 자연선택은 설명할 수 없지만 성선택으로는 설명가능한 문제에는 동성애, 일부일처제 선호, 여성 가임기와 무관한 남녀 모두의 성관계 선호, 뇌를 제외한 신체 거의 모든 부분이 여성과 비슷해져 힘의 차이가 줄어든 남성, 부성애의 진화 등이 있습니다. 이들 특성은 다른 영장류와 유인원에서는 매우 드물게 관찰되는 것입니다.

인간만이 가진 특성은 더 있습니다. 성관계에 대한 끝없는 관심, 항상 커져있는 여성의 가슴, 남자의 커다란 성기, 그리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특징인 여성의 오르가즘이 있습니다. 늘 성관계를 맺는 보노보를 제외하면(보노보 암컷이 느끼리라 생각되는 오르가즘과 함께) 어떤 유인원도 이러한 특성을 가지지 않습니다. 프럼은 인간이 이런 특성을 가지게 된 이유로 이를 통해 여성이 남성의 여성에 대한 태도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성관계가 임신보다는 여성의 오르가즘을 위해 이루어질때, 여성은 성관계를 통해 이 남자가 여성의 욕망과 취향, 선택에 얼마나 정성을 쏟는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곧 인간의 성관계는 일종의 보여주기 의식의 역할을 한다고 프럼은 주장하는 것입니다. 침실이 우리에게는 정자새의 정자인 셈입니다.

프럼의 핵심 주장 중 하나는 이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성선택은 수컷과 암컷의 해부학, 생리학, 그리고 관심사 사이의 절충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프럼은 양성생물에 있어 이러한 절충이 두 가지 방향으로 나타났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수컷이 더 큰 몸집과 힘으로 암컷을 지배하며 암컷이 누구와 짝짓기를 하고 누구의 자식을 낳을 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오리와 고릴라의 경우 우두머리 수컷은 힘을 이용해 암컷을 독점하며 때로 다른 수컷의 자식을 죽입니다. 다른 하나는 바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수컷과 암컷이 서로의 욕망 차이를 상대의 우선순위와 이를 추구하려는 태도를 서로 존중함으로써 해결하는 것입니다.

프럼은 우리 인간이 바로 이 두 번째 길을 택했으며, 인간이 가진 지적 능력으로 아름다움을 사회화시켰다고 말합니다. 바로 이런 점이 우리가 아름다움을 그저 기존 진화론이 말하듯 생존 적합성의 표지로만 이해해서는 안되는 이유라고 그는 주장합니다. 아름다움은 인간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보다 근본적이고 복잡한 진화적 동력인 것입니다.

1부로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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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isqus_VeXy0EGdGd

    veritaholic님, 언제나 한결같은 과학 관련 번역 감사합니다. 진화론에 관한 이렇게 재미 있는 기사는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요. 눈이 번쩍 뜨이는 서평이네요. 아름다움의 진화라는 책이 번역되면 꼭 읽어 보고 싶네요.

  • 차프란시스코

    인간은 본능적으로 진,선,미를 추구합니다. 교조적 진화론자들은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려고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