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패러독스 (2/2)
2017년 2월 27일  |  By:   |  과학  |  No Comment

1부로

내 핏빗이 알려주는 거짓말

더 활동적인 사람이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한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로 보였기에 최근까지도 사람들은 이 주장의 실험적 증거를 따지거나, 다른 가능성을 깊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와 90년대, 이중표식수법이 발달하면서 실험 결과는 종종 이러한 상식이 틀릴 수 있음을 알려주기 시작했습니다. 하자족의 결과 역시 그 자체로도 이상했지만, 오히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기보다는 오랜 시간 머리 위에서 짙어지던 구름에서 드디어 떨어진 하나의 빗방울 같은 것이었습니다.

초기 과테말라, 감비아, 볼리비아 등지의 농부들을 대상으로 한 이중표식수법 연구는 그들의 에너지 소모가 오늘날 도시 거주자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보였습니다. 시카고 로욜라대학의 에이미 루크는 2008년 발표한 연구에서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시카고의 흑인 여성과 나이지리아 시골 여성 사이의 활동량과 에너지 소모를 비교했습니다. 그녀 역시 두 집단의 활동량의 큰 차이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소모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로욜라 대학의 라라 듀가스는 선진국과 미개발 국가의 에너지 소모를 비교한 98개 연구결과를 종합해 역시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인간만이 같은 양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종은 아닙니다. 하즈다 연구 이후 나는 다른 이들과 함께 원숭이, 유인원, 레무르스 등을 포함한 영장류의 에너지 소모를 조사했습니다. 우리는 실험실의 영장류와 야생의 영장류가 거의 동일한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2013년 호주의 연구자들 역시 양과 캥거루에 관한 연구에서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2015년 중국의 연구팀은 동물원의 자이언트 판다와 야생의 판다가 같은 에너지를 소모한다고 보고했습니다.

집단의 평균이 아니라 각 개체를 조사하는 방식을 이용해 이 문제를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나는 루크와 듀가스 등이 포함된 연구팀과 함께 개인의 활동과 에너지 소모를 수년간 추적하는 “역학적 전이 모델링 연구(METS, Modeling the Epidemiological Transition Study)”를 시작했습니다. 300명 이상의 참가자는 핏빗과 유사한 가속도센서를 하루 24시간, 1주일 내내 차는 방식으로 활동량을 추적하며 또한 그들은 이중표식수법을 이용해 실제 에너지 소모량을 측정했습니다. 우리는 일상 활동이 신진대사량과 아주 약한 상관관계만을 가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평균적으로 종일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사람은 적당히 활동적인, 그러니까 일주일에 한두 번 운동하고, 계단을 이용하는, 그런 사람에 비해 하루 200칼로리를 덜 소모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가장 활동적인 사람들의 칼로리 소모량과 적당히 활동적인 사람들의 칼로리 소모량은 차이가 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는 하자족의 연구 결과와 역시 일치하는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신체는 어떻게 이런 고강도 활동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관리하는 것일까요? 어떻게 하자족은 야외 활동으로 수백 칼로리를 더 쓰는데도 하루 총 칼로리 소모량은 미국이나 유럽의 사무직 노동자와 같은 것일까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하자족이 1마일을 걸을 때 소모하는 칼로리와 미국인이 1마일을 걸을 때 소모하는 칼로리의 양은 같다는 것입니다. 이는 고강도 활동을 하는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건, 예를 들어 서 있는 대신 앉아 있거나, 잠을 더 달게 자는 등의 방식으로 에너지를 다른 곳에서 절약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METS 연구를 통해 이런 행동의 변화는 전체 에너지 차이를 메꾸는 데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신체가 활동 외에 사용되는 숨은 에너지 소모를 줄임으로써 이를 보상한다는 것입니다. 숨은 에너지 소모에는 세포와 장기를 관리하는 에너지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운동은 종종 면역시스템이나 에스트로겐 등의 호르몬이 관여하는 염증 반응을 감소시킵니다. 실험실의 동물에게 더 많은 운동을 시켰을 때, 이들의 에너지 소모량은 변하지 않았지만, 배란 주기가 감소했고 조직의 재생 속도가 느려졌습니다. 운동을 극도로 많이 시키자 어떤 동물들은 자신의 새끼를 먹었습니다. 인간과 다른 생명체들은 일일 에너지 소모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어떤 내부 전략을 가진 것처럼 보입니다.

이 모든 증거는 비만의 원인이 게으름이 아니라 탐식임을 알려줍니다. 자신이 소모하는 칼로리보다 더 많이 섭취할 경우 우리는 살이 찌게 됩니다. 인간의 역사에 있어 일일 에너지 소모량이 변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유행하는 비만의 원인은 바로 칼로리 섭취의 증가입니다. 이는 놀라운 소식이 아닙니다. “나쁜 식습관을 이길 수는 없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식이요법이 동반되지 않은 운동은 극히 비효율적임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발견은 왜 운동이 체중감소에 좋지 않은 방법인지를 말해줍니다.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 몸은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운동은 필요합니다. 이 기사는 헬스장에 가지 않으려는 분들에게 핑곗거리를 주려고 쓴 것이 아닙니다. 운동의 이점은 셀 수 없이 많이 밝혀져 있습니다. 심장을 건강하게 하고 면역시스템을 활성화 시키며, 뇌를 활발하게 만들고, 더 건강하게 늙도록 만들어줍니다. 나는 사실 위의 신진대사량 적응현상 때문에 운동이 우리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즉, 염증 반응처럼 너무 강해지면 부정적인 효과가 생기는 일에서 운동이 에너지를 빼앗기 때문에 건강해질지 모른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만성 염증은 심혈관 질환 및 자가면역질환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당연히 우리의 건강과 관계가 있습니다. 운동과 동시에 식습관을 변화시킬 때 우리는 원하는 몸무게를 유지하면서 건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발견은 식습관과 운동은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다른 도구임을 알려줍니다. 운동은 활력을 가지고 건강하게 사는 데 필요한 것인 반면, 다이어트는 체중을 관리하는 데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에너지 소모와 진화

최근 신진대사 적응에 관한 발견들이 운동과 비만에 관한 여러 가지 사실을 밝혀주었음에도, 왜 우리의 칼로리 소모량이 고정되어 있는가 하는 질문에는 아직 답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편, 우리의 에너지 소모량이 거의 변하지 않는 것과 인간이 다른 영장류와 전혀 다르게 진화한 것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생명에서 공짜는 없습니다. 자원은 제한되어 있고, 따라서 어떤 특질에 더 많은 자원을 쓴다는 것은 다른 특질에 더 적은 자원을 쓰는 일이 됩니다. 토끼는 엄청나게 많은 새끼를 낳지만, 오래 살지 못합니다. 모든 에너지를 자식을 만드는 데 사용하기 때문에 신체를 관리하고 오래 유지하는 데 쓸 에너지는 남지 않습니다.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는 커다란 이빨이 있는 큰 머리와 강력한 뒷다리를 가지고 있지만,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작은 팔과 손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룡조차도 모든 것을 갖지는 못했습니다.

인간은 이런 진화의 냉혹함을 무시하는 듯 보입니다. 우리의 두뇌는 너무 커서, 지금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는 동안에도 들이쉬는 숨의 네 번 중 한 번은 뇌를 위한 것입니다. 게다가 인간은 다른 영장류에 비해 더 큰 아기를, 더 자주 낳으며, 더 오래 살 뿐 아니라 활동량 역시 더 많습니다. 하자족에는 정신없이 뛰어노는 아이들부터 6~70대의 정정한 노인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인간의 에너지 낭비는 진화의 퍼즐 중 하나입니다. 인간은 유전적으로, 그리고 생물학적으로 다른 영장류와 극히 유사하므로 신진대사 역시 비슷할 것으로 여겨왔습니다. 그러나 하자족에 대한 연구처럼 에너지 소모가 제한되어 있다면, 어떻게 우리는 이런 고정된, 유인원과 비슷한 신진대사를 가지고 값비싼 인간의 특질을 유지하기 위한 많은 칼로리를 만들어내는 것일까요?

우리는 여러 종의 유인원을 비교하는 연구를 통해 인간의 고에너지 소모 특질이 신진대사 생리학의 진화적 변화에 의해 가능해진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영장류는 다른 포유류에 비해 약 절반의 칼로리만을 사용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영장류의 느린 신진대사는 그들의 느린 성장과 번식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인간의 값비싼 특질과 빠른 번식은 신진대사 속도가 빨라지도록 진화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기 위해서는 시끄러운 침팬지, 교활한 보노보, 담담한 오랑우탄, 수줍음 많은 실버백 고릴라 등에 이중표식수법으로 중수소가 든 물을 마시게 하고 소변을 채취해야 합니다. 과학을 위한다는 일념으로, 시카고 링컨파크 동물원의 동료 스티브 로스와 매리 브라운은 미국 전역의 열 곳 이상의 동물 관리인과 수의사의 도움을 받아 이 실험을 계획했습니다. 몇 년이 걸린 관찰과 연구 끝에 마침내 영장류의 에너지 소모와 인간의 에너지 소모를 비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구 결과, 인간은 그 어떤 영장류보다도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했습니다. 체격과 활동량 등 다른 요소를 고려해도 인간은 다른 침팬지와 보노보보다 약 400칼로리를 더 소모했습니다. 고릴라와 오랑우탄과의 차이는 더 컸습니다. 큰 두뇌를 유지하기 위해, 아기를 더 많이 낳기 위해, 그리고 더 오래 살도록 신체를 관리하는 목적으로 인간은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그저 우리가 다른 영장류보다 더 많이 먹기 때문은 아닙니다. (사실 그렇긴 하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당장 사용하지 않을 에너지는 비만으로 이어질 뿐입니다. 인간은 세포 레벨에서 이미 다른 영장류에 비해 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하고 더 많은 일을 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물론 인간의 진화에도 약점은 존재합니다. 우리의 소화관은 식물의 섬유질을 소화하는 다른 영장류에 비해 짧고 에너지를 적게 소모합니다. 하지만 인간을 인간으로 만든 핵심적인 변화는 우리의 신진대사 엔진의 진화 때문입니다.

 

행운의 공유

늦은 오후, 우리는 캠프로 방향을 틀었고 음와사드는 땅바닥 대신 정면을 보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기린 없이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것이 인간의 고에너지 전략이 가진 근본적인 위험입니다.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는 종종 발생하며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빠른 신진대사를 채워줄 수 있는 고에너지 음식은 자연에서 구하기 어려우며, 이를 찾기 위한 비용은 많이 들고 기아에 허덕이게 될 위험 역시 큽니다.

음와사드에게는 다행하게도, 인류는 기아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는 몇 가지 방법 또한 찾아냈습니다. 인간은 유일하게 요리를 통해 음식의 열량을 높이고 소화를 쉽게 만들 수 있는 종입니다. 우리는 불을 이용해 고구마나 하자족의 뿌리식물처럼 먹기 힘든 음식을 녹말 덩어리로 변형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뚱뚱해질 수 있습니다. 서구의 사람들뿐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도 날씬한 하자족의 성인들조차도 동물원에서 빈둥거리는 침팬지보다 지방이 두 배 더 많습니다. 비록 현대 사회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지방을 저장하는 이런 능력은 우리의 빠른 신진대사와 함께 어려운 시기의 에너지 버퍼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태양이 나무 위에 걸려 주황색으로 빛날 때쯤, 우리는 녹초가 되어 마을로 돌아왔습니다. 데이브와 나는 우리의 텐트로 향했고 음와사드와 네제는 각자의 초가로 돌아갔습니다. 기린은 잡지 못했지만, 누구도 그날 저녁을 거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마을 사람들은 약간의 칭찬 혹은 의식적으로, 인류가 기아에 대항하기 위해 개발한 가장 강력한 무기를 꺼냈습니다. 바로 음식을 나누는 행위입니다. 음식을 나누는 행위는 인류에게 너무나 근본적인 것입니다. 바베큐 파티, 생일 파티, 바 미츠바 등 우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음식을 나누며 이는 인류의 독특한 특성이자 중요한 진화의 유산입니다. 다른 영장류는 음식을 나누지 않습니다.

인간의 에너지 소모 증가가 인류에게 미친 가장 큰 영향은 바로 인류가 협력을 피할 수 없게 만든 것입니다. 신진대사가 빨라지면서 우리는 서로의 운을 나누어야만 했고, 협력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나는 데이브와 브라이언과 함께 정어리 통조림과 감자칩을 나눠 먹으면서 인류에게 다른 방법이 없었으리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기린은 못 잡았지만, 아무 문제도 없었습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