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G는 어쩌다 공공의 적이 된 것일까?
2016년 1월 20일  |  By:   |  건강, 칼럼  |  1 comment

형편이 넉넉하지 않던 대학생 시절, 저렴한 가격에 맛까지 있으면 제게는 더 바랄 게 없는 최고의 음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도 중국 음식을 먹을 때만큼은 따로 고려한 기준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MSG가 들었는지 아닌지였습니다. 글루타민산나트륨(monosodium glutamate)의 준말인 MSG는 몸에 해롭다는 건 분명 제 주변에서는 상식이었습니다. 가능하면 MSG가 들어있지 않은 음식을 골랐고, 밥을 먹고 나서야 내가 먹은 음식에 MSG가 들어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땐 수명이 며칠 줄어들기라도 한 것처럼 겁에 질렸습니다. 차이나타운에 가서 중국 음식을 거하게 먹고 나면 이상하게 몸이 찌뿌둥했고 두통이 왔으며 거의 예외없이 팔다리가 쑤셨습니다.

이제는 그때의 두통을 비롯한 증상들이 제가 먹은 음식 탓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정말 진지했습니다. 하루 종일 MSG를 먹지 않은 날에는 발암물질이나 다름 없는 화학조미료를 피했다는 생각에 안도하며 잠자리에 들곤 했죠. 정말 그땐 어려서 아무것도 몰랐던 겁니다.

MSG가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후 수도 없이 입증되고 거듭 확인됐습니다. 이제는 상식이라 해도 좋을 만큼 수많은 연구가 나왔고, 언론도 이를 꾸준히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옐프에서 중국음식점 후기를 검색하다 보면 “MSG 범벅이 된 이 집 음식을 먹고 심장 박동이 빨라져서 놀랐다, 밤에 잠을 못 잤다, 팔다리가 저리더라.”는 식의 후기가 어렵지 않게 눈에 띕니다. 과학적으로는 이미 결론이 난 사실인데도, 한번 굳어진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는, 특히 음식에 관련된 오명, 편견을 지워내는 데는 이렇게 엄청난 시간이 걸리는 법입니다.

1907년 일본의 화학자 이케나 키쿠나에가 감칠맛(이라고 번역되는 일본어 우마미)의 존재를 발견합니다. 키쿠나에는 다시마 육수, 아스파라거스, 토마토 등에서 맛볼 수 있는 이 맛이 글루타민산이라는 물질에서 나온다는 걸 발견한 뒤 이를 소금과 화합시켜 글루타민산나트륨, MSG를 만들었습니다. ‘맛있다’는 말과 사실상 동의어로 쓰이는 MSG를 음식에 첨가하면 감칠맛이 도드라집니다. 감칠맛은 단맛, 짠맛, 쓴맛, 신맛에 이어 다섯 번째 맛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우마미라는 일본어가 대체로 풍미가 뛰어나고 깊고 대단히 맛있는 맛 정도로 번역됩니다.

감칠맛을 정의하기가 쉽지 않은데 파마산 치즈, 버섯, 대부분의 육류에서 맛볼 수 있는 깊고 오묘한 맛의 총칭 쯤이 될 것입니다. MSG는 그 감칠맛의 정수를 뽑아낸 추출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MSG는 일본말로 맛의 정수를 뜻하는 “아지노모토”라는 이름으로 상품화됐는데, 아직도 그 명칭이 세계 곳곳에서 그대로 쓰일 정도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습니다.

하얗고 고운 이 가루는 위생적인 동시에 근대적인 맛을 더해주는 마법의 가루로 알려지며 아주 날씬한 병에 담겨 중산층 가정의 부엌에 자리를 잡습니다. 1950년대가 되면 과자부터 아이들이 먹는 음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포장 식품 중에 MSG가 빠진 식품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1962년 레이첼 카슨이 쓴 <침묵의 봄>이 밀리언셀러가 되고,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모든 감미료(sweeteners)에 발암물질이 들었을 수 있다는 이유로 감미료의 사용을 규제하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은 모든 화학 첨가물에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그리고 1968년 <뉴잉글랜드 의학지>에 “중국 음식을 먹은 뒤 두 팔에 통증이 계속되고 몸에 힘이 빠지며 심장 박동이 평소보다 빨라진 것 같다.”는 한 의사의 투고가 실립니다. 그는 자신의 몸에 나타난 알 수 없는 증상의 원인을 요리에 쓴 맛술, MSG, 아니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간 소금 탓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갑자기 비슷한 증상을 겪었다는 독자들의 편지가 쇄도했습니다. 연구진은 즉각 연구에 착수했고, “중국음식점 증후군(Chinese Restaurant Syndrome)”이라는 병명이 탄생합니다. MSG는 추앙 받던 마법의 가루에서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전락했습니다.

처음에는 MSG 섭취와 보고된 증상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가 잇따라 나왔습니다. “중국음식을 먹고 몸의 이상을 느꼈다고요? 유력한 용의자는 바로 MSG입니다”, “독성 흥분제: 당신을 서서히 죽음에 이르게 하는 MSG”, “MSG 복합증후군” 등 이를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뉴스 기사, 책이 쏟아졌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MSG만을 따로 떼어내어 안전 검사를 실시했고, 이 사실은 시사 고발 프로그램 “60분”을 통해 보도됩니다.

MSG를 용의자로 몰고 간 초기 연구들은 사실 허점 투성이었습니다. 당장 실험 참가자들이 지금 MSG를 먹는지 안 먹는지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그 효과를 측정한 것부터가 잘못된 실험이었던 거죠. 심지어 자신이 MSG에 민감하다고 말한 사람들도 MSG 함유 여부를 미리 알려주지 않으면 자신이 지금 MSG를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를 분간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후속 연구를 통해 밝혀집니다.

MSG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믿음이 급속도로 확산된 데에는 인종적 편견이 단단히 한몫 했습니다. 음식의 역사를 연구하는 이안 모스비는 2009년 발표한 논문 “완탄수프가 일으킨 두통: 중국음식점 증후군, MSG와 미국 음식 제조 연구, 1968-1980”에서 중국음식에 든 MSG가 순식간에 위험 물질의 상징처럼 굳어진 데에는 생소하고 이국적인 아시아 음식은 더럽고 위험하다는 미국인들의 뿌리깊은 편견이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중들뿐 아니라 의료계에서도 중국음식점 증후군은 1980년대 초까지 근거가 있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MSG가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연구가 대부분 관련 업계의 지원 아래 이뤄지긴 했어도 그 근거들은 과학적으로 타당하다는 게 대체로 합의된 결론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전히 MSG를 섭취하고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보고가 없지는 않지만,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예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MSG를 “대체로 안전한 음식”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물론 어떤 음식을 먹고 나타난 부정적인 증상 사이에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해서 환자들이 꾀병을 부렸거나 이들의 반응 자체가 허구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아마 이들은 위약효과(placebo effect)의 부정적인 반응을 일컫는 노세보(nocebo) 효과를 겪고 있는 듯합니다. 노세보 효과란 어떤 음식을 섭취하거나 치료를 받으면 오히려 안 좋은 반응이 일어날 것이라는 정보를 얻고 나면 실제로 그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중국음식점에서 소비자를 안심시키려 메뉴 옆에 “MSG 무첨가”라는 표시를 해두면, 오히려 소비자들은 지금까지 잘 모르고 먹은 MSG 생각에 겁에 질리고 실제로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겁니다.

수많은 유명 요리사, 권위 있는 의사들이 MSG는 건강에 나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수차례 밝혔음에도 아직 대중들은 이를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트머스대학의 브렌단 나이한 교수가 백신에 대한 대중의 인식, 태도를 연구한 뒤 지적했듯, 사람들은 지금껏 해온 행동과 경험에 모순되는 사실을 좀처럼 받아들이려 하지 않습니다. “중국 음식을 먹고 어떤 이유에서든 몸이 안 좋았던 사람은 자신이 아팠던 게 MSG 때문이었다고 이미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사실 MSG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아무리 근거를 들이밀어봤자, 사람들은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는 거죠.” 이는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정보의 중요성을 과대평가하는 가용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때문입니다. 그 결론이 사실이든 왜곡된 편견의 산물이든, 사람들은 한번 결론을 내리면 좀처럼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여 그 결론을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사실 MSG가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것이지 꼭 섭취해야 하는 건강식품은 아니기 때문에 MSG에 대해 잘못된 편견을 갖고 이를 멀리한다고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필요하게 노세보 효과를 겪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기회를 스스로 앗아가는 건 사회적인 효용의 측면에서 봤을 때 분명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무엇을 어떻게 먹을지에 관한 결정을 내립니다. 누군가에게는 지역 경제를 살리는 소비가 중요하고, 누군가에게는 동물의 권익을 생각해 육식을 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군가는 내가 지금 먹고 있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야만 안심하기도 합니다.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개인의 선택이고 취향이죠. 하지만 이왕 하는 분석이라면 정확한 과학에 근거한 것이 좋을 겁니다. MSG에 관해 아직도 남아있는 속설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닙니다. 사이비 과학과 편견에서 비롯된 문화와 정치의 산물입니다. (FiveThirty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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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릿속이 꽃밭

    갑자기 선풍기틀고 자면 죽는단 말이 생각나네요. 제가 아직 선풍기 틀고 자면 겁이나거든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