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검색에서 드러나는 편견과 증오 (1)
2015년 12월 17일  |  By:   |  IT, 정치  |  No Comment

지난 2일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지 몇 시간 뒤, 언론은 용의자 가운데 적어도 한 명의 이름이 무슬림 계통이라는 내용을 속보로 내보냅니다. 이 뉴스가 나간 뒤 캘리포니아 사람들은 무슬림에 대해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구글 검색어를 토대로 유추해보면 간단한 답은 “무슬림을 죽여버리자(kill Muslims)” 였습니다. 무슬림이라는 단어의 연관검색어로 ‘죽이다(kill)’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검색된 것이죠. 미국 전체로 보더라도 “무슬림을 죽여버리자”는 검색어는 검색 빈도에서 “마르티니 칵테일 제조법(martini recipe)”, “편두통 증상(migraine symptoms”, “댈러스 카우보이스 선수 명단(Cowboys roster)”과 동급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종종 악랄한 생각을 합니다. 가끔 구글을 통해 그 생각이 드러나기도 하죠. 그렇지만 누가 무슨 생각을 하든 그건 그 사람 자유일 텐데, 이런 나쁜 생각을 하는 것이 실제로 문제를 일으킬까요? 지난 2004~2013년 주간 검색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해봤더니, 반(反)무슬림 검색 빈도와 무슬림을 목표로 한 증오범죄 사이에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발견됐습니다.

우리는 구글에 입력되는 검색어나 문장에서 무슬림을 향한 의심, 적개심 등 부정적인 요소를 추려내고 분류해 이슬람 공포증(Islamophobic)을 측정했습니다. 예를 들어 “모든 무슬림은 다 테러리스트인가요?(are all Muslims terrorists?)”라는 문장은 의문형으로 끝났다고 해도 이를 입력하는 사람이 이슬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유추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나는 무슬림이 싫다(I hate Muslims)”라고 아예 더 분명하게 드러나는 때도 있죠.

지난 2010년 9.11 테러가 일어난 그라운드 제로 근처에 모스크를 짓는 계획이 불거졌을 때, 혹은 매년 9.11 테러 기념일에 즈음하여 이슬람 공포증과 관련된 검색 빈도가 가장 높을 때마다 이슬람교와 무슬림을 향한 증오범죄도 가장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FBI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보고된 증오범죄 1,092건 가운데 무슬림을 목표로 자행된 공격은 16.3%였습니다. 여전히 가장 빈번히 공격을 받는 건 유대인들로, 전체 증오 범죄의 58.2%가 유대인을 향한 것이었습니다.

증오범죄는 그저 잔뜩 불만을 품은 혈기 왕성한 일부 젊은이들이 충동적으로 저지르는, 그래서 대단히 혼란스럽고 예측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구글에서 어떤 단어를 검색하고 어떤 내용을 찾는지만 갖고도 우리는 무슬림을 향한 증오범죄의 동향 일부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의 예측 모델이 정확하다면, 이슬람 공포증과 무슬림을 향한 증오범죄는 9.11 테러가 일어난 직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실제로 증오범죄가 늘어났는지 여부를 집계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슬람 공포증을 드러내는 검색어는 파리에서 테러가 일어난 직후 그 전보다 열 배가 많아졌습니다. 이후 꾸준히 늘어나던 검색 횟수는 샌버나디노에서 테러가 일어난 뒤 다시 한번 급증했습니다. 지금까지 집계된 범죄에 예측을 더하면 올 한해 무슬림을 향한 증오범죄는 총 200건이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9.11 테러가 일어났던 2001년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이는 대단히 우려스러운 수준입니다.

구글 검색어로 도대체 이슬람 공포증 혹은 그로 인한 증오범죄 빈도를 어떻게 예측할 수 있는 걸까요? “나는 무슬림이 싫어요.”라고 검색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일까요?

우리는 대개 사람들이 궁금한 정보를 찾는 용도로만 구글 검색을 활용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젯밤 스포츠 경기에서 누가 이겼는지, 애플파이 레시피가 무엇인지 등 그런 경우가 실제로 많기도 하죠. 하지만 사람들은 가끔 뾰족한 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구글에 이것저것 검색을 해보기도 합니다. 이럴 때 검색창은 의도와는 무관하게 고해성사 장소가 되는 것이죠.

검색어의 종류, 표현은 무척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난 우리 직장 상사가 정말 싫다(I hate my boss)”, “사람들이 짜증 나요(people are annoying)”, “나 취했다(I am drunk)” 같은 말도 검색창에 종종 입력됩니다. 그런데 정보를 얻기 위한 검색이 아니라 이렇게 자신의 기분, 생각을 드러내는 말을 검색창에 쓰는 사람은 실제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인들은 “난 우리 직장 상사가 정말 싫다”라는 검색을 매달 약 1,600회씩 하는데, 미국인들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상사가 싫어서 직장을 옮긴 사람들이 거의 절반에 이릅니다. 미국인 가운데 노동자는 약 1억 5천만 명이니, 엄정한 통계는 아닐지라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1,600명보다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달 미국에서“나는 무슬림이 싫어요.” 검색은 총 3,600회 있었습니다. “무슬림을 죽여버리자”는 검색은 2,400회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실제로 이슬람교의 영향을 두려워하거나 무슬림을 혐오하는 미국인은 훨씬 더 많을 거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구글에 검색어를 입력하는 건 아닐 뿐일 겁니다.

프린스턴 대학교 사회심리학과의 수잔 피스케 교수는 지난 50년간 흑인에 대한 편견과 흑인을 배척하는 행동 사이의 관계를 예로 들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누군가가 싫다’, ‘저들을 보는 게 역겹다’는 말을 입 밖에 내고 표현하는 사람이 그 생각과 의도를 실행에 옮길 거라는 예측은 타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슬림에 관한 안 좋은 검색이 늘어난다면, 무슬림을 향한 증오범죄 발생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고 봐야 합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구글 검색을 토대로 한 분석에는 통계적인 허점이 많습니다. 특히 선택 편향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전체 미국인을 대표하는 집단을 가려낸 뒤 그들에게 의견을 물은 것이 아니라, 굳이 검색어에 그런 단어, 표현을 입력한 사람들의 정보만을 토대로 전체를 해석하려는 것이 통계적으로는 엄정성을 떨어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정확히 무슬림을 싫어하는 미국인이 몇 명이나 되는지를 추정하는 게 아니라, (검색 결과를 토대로) 미국에서 증오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 일어난다면 어디서 어떤 양상으로 일어날지를 더 정확하게 예측하고 할 수 있다면 이를 예방하려는 겁니다. 여기서는 검색어 동향이 대단히 중요한 정보를 줄 수 있습니다.

스탠포드 대학교 정치학과의 폴 스나이더만도 비슷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여론 조사는 (시행 방법에 문제가 없을 경우) 전체 미국인이 믿고 느끼는 바와 생각의 차이, 그 지형을 실제와 가장 비슷하게 그려낼 수 있죠. 구글 검색어를 통해 우리가 찾고자 하는 건 전혀 다릅니다. 사람들이 어떤 이슈에 관심이 높아 검색어를 입력하고 이것저것 인터넷을 뒤져보는지를 알려주니까요. 전체 미국인을 대표하는 생각이 아니라는 점이 증오범죄를 예측하는 데는 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지도 모릅니다.”

증오범죄는 미국인들이 전반적으로 믿고 느끼는 것 때문에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한 명이라도 무언가에 큰 불만을 갖고 공격적으로 나서면 저지를 수 있는 게 증오범죄입니다. 이미 많은 무슬림 미국인들은 잇단 증오범죄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미네소타주에서 비영리단체 소속으로 학생들을 돕는 23살 아스마 모아메드 니자미 씨는 히잡을 씁니다. 지난 토요일 일을 마치고 자가용을 운전해 집에 돌아가는 길에 신호를 받고 멈춰섰을 때, 옆 차에 앉은 남성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걸 봤습니다. 그 남성은 차창을 내리더니 무슬림 여성(Muslim bitch)이라고 욕을 퍼붓고는 계속해서 니자미 씨를 쫓아왔습니다. 마치 도로에서 어떻게든 그녀를 쫓아내려는 것 같았죠.

니자미 씨는 정말 무서운 경험이었다고 털어놓습니다.

“샌버나디노에서 테러가 일어난 뒤 저는 항상 누군가 ‘이게 다 너희 무슬림들 때문’이라고 비난하지는 않을까 두려웠어요.”

니자미 씨는 호신용 스프레이와 차량용 블랙박스를 설치했습니다. (다른 차에서 사람들이 자신이 히잡 쓴 모습을 잘 못 보도록) 차창을 더 어둡게 태닝할 생각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증오범죄가 들불처럼 번져서 수많은 무슬림이 공격을 받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자신 혹은 자신의 사랑하는 가족이 증오범죄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과 공포는 미국에 사는 무슬림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습니다. 롱아일랜드 출신의 무슬림 여성 라나 이브라헴 씨는 말합니다.

“증오범죄가 모스크를 노렸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남동생 걱정이 앞서요. 남동생은 턱수염을 길러서 전형적인 무슬림 남성의 모습과 흡사해요. 늘 히잡을 쓰시는 엄마도 마찬가지로 걱정되고요. 엄마가 한번은 그런 말을 하시더라고요, 슈퍼마켓에 갈 때마다 모든 사람이 우려 섞인 두려운 시선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것만 같아 불편하고 불안하다고요.”

반대로 이번 일을 계기로 이슬람교와 무슬림을 제대로 이해하고 필요하다면 돕자는 연민 의식이 싹트지는 않았을까요? 증오에 맞서야 한다는 의식을 드러내는 검색어를 입력한 이들은 없었을까요?

파리와 샌버나디노에서의 테러 이후 이슬람교와 무슬림 전반에 관한 정보 검색도 늘었습니다. 예를 들어 “예언자 무하마드는 누구인가?”, “무슬림은 무엇을 믿는가?”, “꾸란의 내용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은 이슬람교를 향한 증오나 적개심과 연관 짓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중립적인 검색어는 증오나 편견을 드러내는 검색어에 비해 그 횟수가 훨씬 적었습니다. 샌버나디노의 테러 이후, 이슬람 공포증을 검색한 사람들 숫자만큼 무슬림을 죽여버리자는 검색 횟수도 늘었습니다. 테러 이전에 무슬림에 대한 주요 검색어 가운데 증오를 드러내는 검색어가 20% 정도였다면, 테러 이후 이 수치는 50%를 넘었습니다. 무슬림 하면 온갖 증오와 적개심을 반영한 단어들이 연관 검색어로 등장했다는 뜻입니다.

단지 무슬림을 향한 적개심이 높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무슬림을 향한 증오가 미국 내 다른 어떤 집단을 향한 증오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이 특히 문제입니다. 흑인, 백인, 동성애자, 아시아인, 유대인, 멕시코인, 기독교인 등을 포함한 다른 집단에 대한 편견을 측정한 결과, 무슬림을 향한 부정적인 인식은 구글이 검색어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한 지난 2004년 이래 그 어떤 집단에 대한 편견보다도 심각했습니다.

파리 테러가 일어나기 전, 미국인의 60%가 시리아 난민에 관해 찾은 연관 검색어는 “도움(help)”, “자원(volunteer)”, “원조(aid)” 등 긍정적인 시선이었습니다. 나머지 40%가 찾은 검색어는 안보에 대한 우려 등 부정적인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파리 테러가 일어난 뒤, 부정적인 연관 검색어가 전체의 80%로 급증했습니다.

이슬람교 사원인 모스크에 대한 검색 동향도 비슷합니다. 지난 10년간 모스크와 관련된 검색어 대부분은 다른 문화에 대한 호기심 혹은 단순한 질문에 가까웠습니다. 가령 “모스크가 무엇인가요?”, “모스크라는 단어는 어떤 뜻인가요?”, “무슬림은 언제 모스크에 가나요?” 등이었습니다. 하지만 샌버나디노 테러 이후 이전에는 눈에 띄지 않던 ‘모스크 폐쇄’와 같은 검색어가 연관 검색어 순위 상위에 올랐습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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