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다니엘 카네만 인터뷰(2/2)
2015년 8월 25일  |  By:   |  문화  |  2 Comments

곧 그의 삶은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프랑스는 해방되었고 이들은 1946년에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했습니다. 카네만은 영리한 아이였고 새로운 장소에 잘 적응했습니다. 몇 년 뒤 심리학 학사 학위를 받았고 예비 장교들의 인성검사를 담당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이스라엘인이자 그 나라의 탄생을 지켜본 이로서 그는 인간이 가진 오류를 가장 생생하게 관찰한 사람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그는 어떤 다른 관점을 생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인간의 특징인 편견에 대해 연구했고, 우리가 무언가를 얻을 때의 만족감보다 잃을 때의 상실감이 훨씬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 손실회피 특성 역시 연구했습니다. 그는 왜 중동지역에서 사람들이 합의에 이르기가 그토록 어려운지를 설명할 수 있을까요?

“나는 이스라엘 정치 진영의 가장 왼편에 있었고 언제나 그랬습니다. 나는 팔레스타인 땅을 빼앗아야 한다는 사실이 처음부터 싫었습니다. 1967년 전쟁이 끝나고 나는 아이들과 팔레스타인 점령지구를 여행한 일이 있습니다. 한 식료품가게의 차양에 오셈 면(Osem noodles) 광고가 히브리 글자로 써있었죠. 나는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프랑스 가게에 독일어 글자가 쓰여있던 그 끔찍했던 기억이 떠올랐죠. 나는 이스라엘이 점령자가 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양 진영을 모두 만족하는 답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한 숨을 내쉬며 말했습니다. “이 문제에 이성적 해결 방안이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의 대학을 방문했던 한 팔레스타인 학자와의 만남을 기억합니다. 그들의 만남은 즐겁게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평화에 이르는 방법에 합의하지 못했습니다. 핵심은 팔레스타인의 반환권이죠.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이는 분명히 적법한 주장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스라엘의 종말을 의미하지요. 따라서 이스라엘이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상대방의 주장이 충분히 적법하다는 것을 이해하더라도 이 반환 요구를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그는 대체로 심리학이 세상을 바꾸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비관적입니다. 나는 그가 그저 인간의 본성을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실제로 “숙련된” 전문가라 하더라도 주가를 예측하는 데 형편없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여전히 월스트리트의 급료나 보너스는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능력이 뛰어난 CEO가 회사의 운영에 끼치는 영향 역시 동전 던지기보다 아주 살짝 높을 뿐입니다.

그의 연구는 일상에서도 우리로 하여금 실수를 덜 하도록 만들어줍니다. 그는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참석자들로 하여금 각자의 생각을 손으로 쓰라고 합니다. 이는 어떤 부정적인 주제가 먼저 이야기되고, 회의 내내 논의가 이 주제의 영향을 받는 “후광 효과(halo effect)”를 피하게 해주며, 보다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는 불필요한 학계의 논쟁을 피하게 해주는 “적대적 공동연구(adversarial collaboration)”의 개념 역시 만들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 개념을 만든 이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카네만은 전문가들의 판단 역시 종종 오류를 가진다는 자신의 주장을 반대하는 학자를 수소문 했습니다. 당시 게리 클라인은 전문가들의 능력, 예를 들어 소방관은 까다로운 상황에서 본능적이지만 훌륭한 판단을 내린다는 것과 같은 연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5~6년 동안 서로의 주장의 경계, 곧 그가 어디까지 옳고 내가 어디까지 옳은지를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는 매우 만족스런 경험이었습니다. 우리가 같이 쓴 논문의 제목은 ‘불일치에 이르지 못함(A failure to Disagree)’였습니다.”

카네만은 다른 이의 사고에서 미묘한 편향을 쉽게 발견하는 이로써, 본인의 특징 역시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비관주의자이며 “걱정하는 사람”이지 “명랑한 사람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즐거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고, 실제로 만족스런 삶을 살았다”고 말합니다. 그는 자신의 학문적 동지인 트버스키 및 행동 경제학자인 리차드 테일러와의 길고 유익한 우정을 쌓았습니다. 1978년 지각심리학자 앤 트라이스만과 결혼한 그에게는 두 자녀가 있습니다. 아이들에 대해 물었을 때, 그는 솔직하게 자신의 아들이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뛰어난 경제학자가 되었을지도 모를 아이였죠.” 그의 딸은 “기술 업계에서 잘 나가고” 있습니다.

비록 그가 가진 아들의 문제와 또 인생에서 겪게 되는 여러 피할 수 없는 어려움들이 있었겠지만, 나는 그의 삶 자체가 어쩌면 그의 이론인 자기 과신의 문제에 대한 살아있는 반증일지 모른다고 느낍니다. 독일이 점령한 프랑스의 한 양계장에 숨어 살던 유태인 소년이 살아남아 이 모든 위대한 업적을 이룰 것이라고 누가 예측할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존경받는 학자가 지적인 스타로 떠오를 것이라는 사실은요? 그러나 그는 한 번도 이런 대중적 인기를 목표로 삼은 적이 없습니다. “나는 야망이 많지 않아요. 커다란 성공을 꿈꾸지는 않았죠. 그저 열심히 일했을 뿐이에요. 내가 유명한 심리학자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다음 연구 주제는 “잡음(noise)” 또는 임의성(random variability)입니다. 이는 왜 사람들은 동일한 상황에서 서로 매우 다른 결정을 내리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런 임의적 오류는 그가 수십 년간 연구해 온 체계적 편향(systemib bias)과는 매우 다른 현상입니다. 이런 오류를 잘 예측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는 은행에서 융자를 승인하는 사람, 보험업자, 방사선과 의사들의 결정에 잡음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어떤 직원은 다른 직원보다 더 낙관적입니다. “분위기라는 게 있습니다. 잡음은 의사결정에 있어서 비용처럼 작용합니다. 보험업자에 따라 같은 대상에 대해 다른 요율을 적용하곤 하지요…” 방사선과 의사가 X선 사진에서 암의 징후를 읽을 때 이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카네만은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들을 일관성 있게 처리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일한 처리는 불가능하다 할지라도, 적어도 편향을 제어(control)할 수 있게만이라도 말이지요. 그의 새 주제 역시 흥미롭게 들립니다. 그의 연구주제는 불확실성에 관한 것이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그의 다음 책 역시 수백만 명이 읽을 것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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