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문화와의 궁합(Cultural fit)”, 제대로 된 인재 채용 기준으로 삼으려면? (1)
2015년 6월 12일  |  By:   |  경영, 칼럼  |  No Comment

“조직 문화와의 궁합(Cultural fit)”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뽑아 팀을 만드는 것” 쯤이 될 것입니다. 여러 문화권, 다양한 직종을 불문하고 이 궁합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그리고 지금도 인재를 뽑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입니다. 이른바 일 잘 하고 잘 굴러가는 조직을 만드는 데 팀원들간의 궁합, 조직력 만큼 중요한 게 없으니 당연한 기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기준은 원래 해당 조직에서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후보를 가려내는 데 필요한 체계적인 분석을 뜻했을 겁니다. 하지만 점점 뜻이 확장되고 지나친 해석이 자꾸 보태졌습니다.

1980년대, 이 개념이 처음 등장했던 때로 돌아가봅시다. 원래 취지는 이랬습니다. 회사가 사람을 뽑을 때 개인의 업무능력 뿐 아니라, 가치관과 성격이 조직의 전략 내지 지향점과 잘 맞는지도 고려해서 뽑으면, 노동자들의 업무 만족도도 높고, 그래서 일도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는 겁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Southwest Airlines)이 직원을 뽑을 때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이 겪었던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경험을 털어놓고자 하는지를 확인하는 건 아마도 일할 때 항상 즐거워야 고객들을 대할 때도 즐거운 자세로 일하게 된다는 회사의 철학과 방침에 걸맞는 인재를 뽑기 위해서일 겁니다. 사우스웨스트 경영진은 이러한 즐겁고 신나는 분위기가 브랜드의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투명성과 정직함을 생명으로 여기는 투자회사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트(Bridgewater Associate)가 비판 받는 걸 못 견디는 후보를 걸러내는 것도 결국 이 궁합 평가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조직, 회사에서 이 “조직 문화와의 궁합”은 상당히 남용되고 있습니다. 저는 투자은행, 경영 컨설팅 분야, 그리고 유명 법무법인의 인재 채용 과정을 오랫동안 지켜본 결과 이런 사실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면접관들은 거의 예외 없이 면접을 통해 “우리 조직에서 일할 만한 적임자인지”, 즉 조직과의 궁합을 본다고 말했습니다. 면접 단계까지 가는 건 좋은 이력서겠지만, 결국 일자리를 얻느냐 마느냐는 면접에, 그것도 바로 이 궁합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면접관들이 말하는 궁합이 조직, 회사의 가치관과의 적합도가 아니라는 게 문제입니다. 면접에서 조직과의 궁합이라는 이름 아래 포장되는 건 사실은 개인적인 호감도, 즉 면접관에게 남기는 인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같이 일할 팀원이나 후배 직원을 뽑아야 하는 면접관들은 같이 어울리기 편한 사람, 친해지는 데 문제가 없을 것 같은 사람을 선호하기 마련입니다. 고객을 정성스레 응대할 줄 아는지 여부는 뒷전으로 밀리기 십상이죠. 면접관들은 이를 “이성과의 소개팅, 혹은 데이트 상황”에 빗대기도 하고, “(겨울에 눈보라가 많이 쳐 종종 비행기가 연착되곤 하는) 미니애폴리스 공항에 이 친구랑 같이 몇 시간 동안 옴짝달싹 못하고 갇혀있어야 할 때를 상상”해보기도 합니다. 즉, 일터에서 매일 마주쳐야 할 사람을 뽑는 것인 만큼 공통 관심사가 있거나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을 아무래도 선호하게 된다는 겁니다. 대학교 때 조정(rowing)을 한 경험이 겹치거나,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이 있어 그와 관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거나, 아니면 같은 종류의 위스키를 즐겨마시고,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을 찾아 맛집 탐방을 다니는 걸 좋아하는 후보에게는 조직과 궁합이 맞는 후보라는 평가가 내려집니다. 정작 고객을 우선 순위에 두고 일을 하겠다는 포부, 팀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는 열정은 평가 항목에도 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열혈팬인 어떤 회사의 임원이 한 후보를 도저히 자기 회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열변을 토해가며 깎아내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후보는 뉴욕 양키스 팬이었습니다. 그 면접관의 판단 기준은 알 수 없지만, 그가 내세운 이유는 늘 그렇듯 “조직 문화와의 궁합”이었습니다. (New York Times)

원문보기

2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