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과학(1/4)
2015년 4월 14일  |  By:   |  과학  |  4 Comments

지금으로부터 약 60여년전, 미국과 다른 여러 나라에서 젊은이들의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이 시작되기 10년 전, 올더스 헉슬리는 “지각의 문(1954)”이라는 책에서 자신의 향정신성 약물 경험을 묘사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영국의 낭만파 시인이자 판화제작자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천국과 지옥의 결혼(1790)”에 나온 비유에서 따온 것입니다.

지각의 문이 깨끗해진다면 모든 것은 무한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다. 굴 안에 갇힌 인간은 바깥 세상을 보기 위해 작은 틈에 바짝 붙어서야만 한다.

헉슬리는 인간의 뇌를 수도꼭지에 비유했습니다. 뇌는 우리의 인식 들 중 지각, 아이디어, 기억 등 우리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만을 남기며 나머지는 모두 제거해버립니다. 이렇게 제한된 인식은 우리를 이미지와 인상의 홍수로부터 보호해 주지만 한편 우리는 이런 학습에 의해 만들어진 스스로를 가둔 동굴을 현실이라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헉슬리는 이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수도꼭지를 우회하는 방법을 가지고 태어난 듯 보인다. 그렇지 못한 이들은 우연히, 또는 ‘영적 훈련’, 최면, 혹은 약물에 의해 일시적으로 이런 우회가 가능할 지 모른다.

헉슬리의 이런 가정, 곧 지각의 문이 평소보다 더 넓게 열릴 수 있다는 생각은 오늘날 뇌 영상 실험을 통해 사실로 확인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를 위해 약물, 최면, 오랜 영적 훈련 등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순간적인 사랑의 감정이 이를 가능하게 해줍니다. 그러나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랑이란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사랑을 과학적 용어로 말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사랑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생각들은 사랑을 열정이나 성적 욕망으로 묘사하고 있는 노래와 영화의 영향을 받았고, 또 사랑이 곧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야 한다는 이야기들에서 역시 영향을 받았습니다. 혹은 사랑은 곧 독점적 관계와 책임감(commitment)임을 말하는 오늘날의 결혼식 역시 사람들의 사랑에 대한 생각에 영향을 줍니다. 또한, 사람들의 사랑에 대한 생각들은 매우 개인적이며 각자의 경험에서 출발합니다. 사랑에 성공했던 경험, 상처로 남은 경험, 불장난이 남기는 교훈 등은 사랑에 대한 진지한 지적인 토론을 쉽지 않게 만듭니다. 그리고 사랑의 새로운 정의를 이해하는 것 역시 어렵게 만듭니다.

나는 감정의 과학에 기반해 사랑을 연구합니다. 나는 20년 이상 기쁨(joy), 즐거움(amusement), 고마움(gratitude), 희망(hope)과 같이 좋은 느낌을 주며 신체와 정신을 모두 고취시키는 감정들을 연구해왔습니다. 우리는 하루에 수십번씩, 홀로 있거나 때로는 다른 이와 함께 있을 때 이런 고취된 상태로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합니다.

아무리 짧고 순간적이라 하더라도 긍정적인 감정은 우리의 삶을 성장시키는 강력한  힘을 일으킵니다. 먼저 이 감정은 당신의 신체를 문자 그대로 더 크게 만듭니다. 마음은 열리게 되며 융통성이 생기고 창조적으로 바뀌며 현명해집니다. 나와 다른 이의 연구들은 긍정적인 감정이 우리의 삶을 더 높은 단계로 상승시키며 스스로 더 나은 자신으로 바뀌게 만든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긍정적인 감정은 이 난해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긍정 시스템을 움직이는 작은 엔진입니다. 나는 이 긍정적인 감정 하나하나에 주목하기 보다 이 감정이 전체적으로 한 사람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어떻게 이 감정이 우리 삶의 직물, 곧 우리를 다른 이들과 하나가 되게 만드는 사회적 직물을 짜는데 도움을 주는지, 그리고 우리를 성장시키고 환경을 변화시킴으로써 다시 일어서게 하는 지를 발견했습니다. 나는 이 시스템 전체를 이르는 단어를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긍정성(positivity)”입니다.

이 긍정성 시스템 전체에 주목함으로써 우리는 사랑에 대한 더 정확한 정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다른 모든 긍정적인 감정과 마찬가지로, 사랑 역시 “확장과 축적(broaden and build)”이라는 원형논리를 따르고 있습니다. 다른 이와의 즐거운, 그러나 순간적인 연결의 감정은 당신의 지각을 확장시키며 당신의 삶에 지속적이고 유익한 변화를 축적합니다. 나는 사랑이 곧 이런 다른 사람과의 연결에서 그 따뜻하고 열린 마음의 순간에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은 이 긍정 시스템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움직이게 만듭니다.

신체가 지구의 대기에서 산소를 필요로 하듯이, 그리고 음식에서 영양소를 필요로 하듯이 우리는 사랑을 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사랑은 마치 깊은 숨을 들이쉬거나 지치고 목마를 때 오렌지를 먹는 것처럼 그저 좋은 기분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삶에 힘을 주며, 생명을 유지하게 해주고, 우리를 건강하게 만듭니다. 사랑을 이렇게 이야기할 때 나는 단순히 시적인 표현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말하는 것입니다. 사랑의 존재나 부재가 어떻게 신체에 생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지가 점점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 생화학적 변화는 세포속 DNA가 표현되는 방식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우리는 이제 이 짧은 긍정적 연결의 순간으로써의 사랑을 꾸준히 즐길 때 한 사람이 어떻게 성장하고 변화하는지를, 건강해지고 쾌활해지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또한 이 과정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사랑을 경험하는 사람의 행동이 어떻게 바뀌며 신체내의 복잡한 생물학적 연쇄반응을 추적함으로써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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