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짐머 칼럼] 홍역 이야기(2)
2015년 3월 4일  |  By:   |  과학  |  1 comment

‎1부에서

환자가 이런 다른 병들과 싸우는 동안 바이러스는 이미 새로운 숙주에게로 옮겨가 있습니다. 홍역의 높은 전염성은 환자들이 일생에 이 병에 한 번 이상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홍역에서 회복된 이들의 면역체계는 홍역 바이러스를 기억하게 되며 이 때문에 홍역 바이러스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높은 전염성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는 동시에 홍역 백신이 홍역에 대한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면역체계에 홍역 바이러스의 맛을 잠깐 보여주는 것 만으로 우리의 면역체계는 일생동안 홍역을 기억하게 됩니다.

에볼라와는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전염성이라는 홍역의 특징이 오히려 홍역이 지상에서 완전히 퇴치될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에볼라는 여러 동물들 사이를 옮겨 다닙니다. (과학자들은 박쥐를 주요 숙주로 보고 있습니다.) 수년에 한 번 씩, 이들은 인간에게 침투하고 발병을 일으킵니다. 이때문에 환자가 모두 치료되었다고 해도 우리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사라졌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저 에볼라 바이러스가 평소의 숙주에게로 돌아갔음을 알 수 있을 뿐입니다.

반면, 홍역은 오직 인간에게만 전염됩니다. 만약 누구도 홍역에 걸리지 않은 상태로 충분한 시간이 지난다면 이는 홍역 바이러스가 멸종되었음을 알려주는 증거가 되며 따라서 앞으로 어떤 인간도 홍역에 걸리지 않게 될 것입니다. 홍역의 감염이 수 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이는 몇 년 뒤 갑자기 홍역이 발병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또 한 번 홍역에 걸린 이는 다시 걸리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잠재적으로 숙주가 될 가능성 역시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홍역을 막는 매우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인 백신이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서 그것이 또한 쉬울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지구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만약 한 나라의 95% 이상이 면역상태가 아니라면, 홍역은 계속 사람들 사이를 옮겨다니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 수십년 동안 전 세계는 커다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홍역 백신이 개발되기 전인 60년대 초반, 홍역으로 죽는 아이의 수는 매년 7-8백만명에 달했습니다. 2014년 그 수는 14만 5천명으로 줄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2000년에서 2013년까지 홍역 백신이 구한 아이들의 수가 천오백 육십만명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제 홍역으로 죽는 아이들의 숫자는 더 줄어들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디즈니랜드 사태는 그간의 노력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2000년까지 미국은 자국 내에서는 홍역이 발생하더라도 더 이상 전염되지 않을 정도까지 면역률을 높였습니다. 가끔씩 발생했던 홍역은 다른 나라에서 감염되어 입국한 이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그 숫자는 다시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백신을 맞지 않는 사람들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홍역 백신을 피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애리조나 차터 스쿨의 경우 유치원생의 9%가 홍역 백신을 접종받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에게 백신을 맞히지 않는 사람들은 한 지역에 몰려 사는 경우가 많으며, 이들 지역은 홍역 바이러스의 취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어린이와 다른 병 때문에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도 취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디즈니랜드 사태는 백신을 맞는 것이 우리가 서로에게 져야 할 사회적 의무라는 사실을 각인시키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언젠가 우리는 홍역을 지구상에서 완전히 박멸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인류 전체에게 주어질 커다란 선물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새로운 질병을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것은 홍역 바이러스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바이러스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홍역 바이러스는 모르빌리바이러스라는 바이러스 종류에 속합니다. 이들은 고래에서 야생들소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팬더에서 유인원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숙주를 감염시킵니다. 이들은 홍역과 같은 전략을 쓰는 것으로 보입니다. 면역세포에 침투한 후 기도의 상피세포로 빠져나옵니다. 그리고 홍역바이러스 만큼 전염성이 강합니다. 어떤 연구들은 홍역이 수천년 전 한 야생 모르빌리바이러스에서 시작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소를 숙주로 가지던 모르빌리바이러스가 인간이 소를 가축화 한 후 인간에게 옮겨왔다는 이론도 있습니다. 인간의 수가 증가하면서 이 홍역 바이러스는 새로운 적합한 숙주를 찾은 것이지요.

과학자들은 동물의 모르빌리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염된 경우는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모르빌리바이러스들의 엄청난 전염성에 비추어 볼 때 이는 놀라운 일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가진 홍역에 대한 면역이 다른 모르빌리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일 지 모릅니다. 때때로 이들 동물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침투하기도 하지만, 이들이 인간에게 적응할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뜻이지요.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홍역의 박멸은 다른 모르빌리 바이러스가 넘볼 수 있는 생태학적 니치마켓을 그들에게 열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때문에 우리가 홍역과의 싸움을 멈추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 반대로, 우리는 질병과의 싸움에 있어 더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홍역의 박멸 이후에도 우리는 이와 관련된 바이러스들에 대한 연구와 그들이 우리에게 위협이 될 가능성에 대해 부단히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홍역을 박멸시킨 그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는 새로운 전염병에 대해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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