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짐머 칼럼] 홍역 이야기(1)
2015년 3월 4일  |  By:   |  과학  |  No Comment

최근 바이러스가 원인이 된 두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시작은 비슷하였지만 끝은 매우 달랐습니다.

지난 해 10월, 기니아의 한 여성은 에볼라로 사망했습니다. 그녀에게는 다섯 살과 두 살의 두 딸이 있었습니다. 1,000 킬로미터 떨어진 말리에 사는 친척인 아미나타 구이 탐부라가 그들을 맡았습니다. 탐부라는 두 살난 판타 콘데가 에볼라에 감염된 상태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들은 3일동안 버스와 택시로 이동했고 판타는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고열과 함께 끊임없이 코피를 흘리던 판타는 말리에 도착했을 때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탐부라는 에볼라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다섯 살 난 판타의 언니도, 그리고 이들과 같이 여행했던 판타의 삼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판타와 같이 차를 탔던 누구도, 그리고 여행중에 만났던 누구도 에볼라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판타가 죽은 후 말리는 국가 전체가 에볼라에 대비했습니다. 그러나 에볼라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12월에는 다른 사건이 있었습니다. 누군가 – 우리는 그가 누구인지 아직 모릅니다 – 캘리포니아의 디즈니랜드를 방문했습니다. 그를 환자 1호(Patient zero)라고 부릅시다. 그는 홍역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그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홍역의 증상인 발진이나 고열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며칠이 지나야 나타나기 때문이죠. 환자 1호는 디즈니랜드의 여러 장소에 바이러스를 남겼고 많은 이들이 감염되었습니다. 이들은 다시 다른 이들에게 바이러스를 전달했습니다. 1월 말까지 디즈니랜드 홍역에 걸린 이로 보고된 숫자는 94명이며 지금도 이 숫자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들은 바이러스가 얼마나 서로 다를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에볼라는 그 악명에 비해 전염성은 매우 낮습니다. 반면 홍역은 지구상에서 가장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입니다. 홍역이 전염성이 높은 이유는 한 가지가 아닙니다. 홍역은 발생과 전파의 모든 과정에 있어 전염성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홍역 바이러스의 생물학적 특징이 밝혀지기 시작한 것은 몇 년 되지 않았지만, 홍역의 전염성은 꽤 오래전부터 기록되어 있습니다. 1846년 덴마크의 의사 피터 파눔은 스코틀랜드와 아이슬랜드 사이에 위치한 페로 제도에서 발생한 홍역을 기록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부스럼과 발진이 환자의 온 몸을 뒤덮었고 고열이 시작되었습니다. 파눔은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그 환자는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이불을 들어올리면 증기가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페로 제도는 고립된 곳이었기에 파눔은 이 병이 어떻게 전염되는지를 비교적 손쉽게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간단한 규칙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가족 중에 환자가 한 명 발생하면 나머지 가족들은 2주 뒤 환자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파눔은 다른 규칙 역시 발견했습니다. 평균적으로 한 명의 환자는 7명에서 9명의 환자에게 병을 옮겼습니다. 오늘날 그 숫자는 12에서 18로 더 커졌습니다. 반면, 에볼라의 경우 그 숫자는 겨우 2에 불과합니다.

파눔의 발견이 감동적인 이유는 그의 시대에는 홍역의 원인이 무엇인지가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이 바이러스에 대해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50여년이 지난 뒤였습니다. 또 홍역 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은 1954년으로, 파눔이 페로 제도에서 머문 지로부터 약 100년이 지난 때였습니다.

지난 50년 동안 과학자들은 홍역 바이러스에 대해 연구해왔지만 최근에 와서야 그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 바이러스는 자신의 멸종을 막기 위해 세 가지 일을 합니다. 새로운 숙주에게 침투하고, 자신의 복제를 만들며, 그리고 그 복제를 다른 숙주에게 다시 전파시킵니다. 이 모든 단계에서 홍역 바이러스는 각 단계의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으로 진화했습니다.

홍역 바이러스는 공기를 이용해, 즉 폐를 통해 옮겨집니다. 폐 내부표면에는 침입자를 파괴하고 감염된 세포를 죽이는 면역세포들이 있습니다. 홍역 바이러스는 대담하게 이들 면역세포를 직접 공격합니다. 이들은 면역세포 속으로 들어가는 분자열쇠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 번 면역세포 내부로 침투한 이들은 다른 면역세포를 감염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면역세포는 바이러스 덩어리를 품은 채로 호흡기를 통해 임파선으로 이동합니다. 임파선에는 수많은 면역세포들이 가득합니다. 이것은 마치 디즈니랜드를 걸어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사람들이 아니라 세포들이 있다는 점만 다르지요. 이제 임파선에서 감염된 면역세포들은 몸 전체로 바이러스를 보내게 됩니다. 만약 바이러스가 신경계로 침투하게 되면 영구적인 대뇌의 손상이 발생합니다.

며칠 동안의 복제가 끝나면 이 바이러스는 주인을 떠날 준비를 하게 됩니다. 감염된 면역세포 일부는 코로 이동합니다. 코의 안쪽에는 상피세포가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면역세포가 상피세포와 합체될 수 있는 단백질을 만들며 이를 통해 바이러스는 상피세포로 건너갑니다. 이제 홍역 바이러스는 전 주인을 버리고 새로운 주인을 찾아 떠날 준비가 되었습니다.

감염된 상피세포는 엄청난 수의 새로운 홍역 바이러스를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환자의 날숨에 포함되도록 이 바이러스들을 코 안으로 쏟아 보냅니다. 또한 상부 기도를 손상시켜 감염된 세포 자체를 기침으로 몸 밖으로 보내도록 만듭니다.

홍역에 감염된 이들은 바이러스가 포함된 수증기 구름을 내뿜게 됩니다. 큰 물방울은 땅으로 떨어지며 이들의 전염성은 몇 시간 정도 유지됩니다. 작은 방울들은 공기를 타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까지 멀리멀리 날아가게 됩니다.

홍역의 전염성은 이들이 기도를 장악한다는 사실과 이들이 만드는 엄청난 수의 바이러스에 기인합니다. 한 집에 환자가 발생하면 같은 집에 사는 이들이 홍역에 걸릴 확률은 90%에 달합니다. 그리고 환자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 이미 바이러스를 내뿜고 다녔기 때문에 홍역이 발병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이미 바이러스는 여러 집에 퍼져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홍역의 증상이 늦게 나타나는 이유는, 그 증상이 바로 환자의 면역 시스템이 홍역과 싸우기 시작했음을 알려주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싸움은 감염된 면역세포와 감염되지 않은 면역세포간의 싸움입니다. 따라서 이 싸움은 면역체계를 약화시키게 됩니다. 그 결과 홍역을 완전히 이긴 사람도 다시 원래의 면역능력을 회복하는 데에는 수 주가 걸리게 됩니다.

이 기간 동안 사람들은 폐렴과 같은 다른 질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홍역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 기간 동안 환자를 잘 보호해야 합니다. 선진국에서 홍역으로 사람이 죽을 확률은 0.1%에 지나지 않습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5~10%에 이르며 난민촌에서 홍역이 발병할 경우 사망률은 25%에 이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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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지오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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