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에게 “해피 뉴 이어”는 어떤 의미인가
2015년 1월 5일  |  By:   |  과학  |  1 comment

1955년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죽기 몇 주전, 자신의 절친 마이클 베소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의 가족들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죽음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와 같은 확신을 가진 물리학자들에게 과거와 현재 미래의 구분은 그저 환상에 불과합니다. 비록 그것이 아무리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하더라도 말이지요.”

시간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오래된 것입니다. 이 생각은 철학수업의 개론에 등장하는 헤라클레이토스와 파르메니데스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우주의 본질이 변화라고 말한 반면, 파르메니데스는 세상에 변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파르메니데스는 우주의 모든 순간이 이미 결정되어 있으며 우주의 역사는 그저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늘날 이들은 “영원주의자(eternalist)” 또는 “블록 우주(block universe)”관점으로 불립니다. 블록 우주 관점이란 우주를 3차원의 우주가 시간에 따라 바뀌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하나의 4차원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커트 보네거트의 제5 도살장에 나오는 외계족속인 트랄파마도리안들도 우주를 이런 식으로 바라보았습니다. 트랄파마도어인들에게 과거를 방문하는 것은 거리를 걸어다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로 여겨졌습니다.

이러한 시간을 무시하는 관점은 우리의 직관에 위배됩니다. 우리는 미래가 우리 앞에 서서히 펼쳐지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물리학은 모든 순간이 동일하다고 가정합니다. 어떤 한 순간도 특별하지 않으며, 그저 각 순간들이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만을 물리학의 법칙은 말해줍니다.

시간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주장에 대한 가장 열렬한 지지자는 영국의 물리학자 줄리안 바버일 것입니다. 그는 흥미롭게도 지난 수십년동안 학계에 속하지 않은 상태로 수십편의 논문을 수준높은 저널에 발표했습니다. 그는 러시아의 기술문서를 영어로 번역하는 일을 통해 생활을 유지하면서 여유시간 동안 시간이 포함되지 않는 중력 및 양자중력 이론을 만들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표현의 정확한 의미에 주의해야 합니다. 파르메니데스도 시계가 무엇인지, 그리고 지각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알고 있었을겁니다. 중요한 질문은 다음 순간이 그 전의 순간을 대체하며 존재하게 되는 그 과정이 과연 시간의 진행에 따라 비로소 일어나는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필름 릴이 돌아가며 상영되었던 과거의 영화를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영화를 직접 관람하며 순서대로 장면을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영사실로 가 필름을 다 펼쳐 놓고 모든 장면을 한 눈에 볼 수도 있습니다. 반-시간 주의자(anti-time perspective)들은 바로 우주를 이런 식으로, 즉 순간들의 집합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관점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습니다. 철학자 팀 모들린과 물리학자 리 스몰린은 시간은 실재하며 미래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시간이 그저 각 순간에 붙여진 이름이 아닌 현실의 능동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관점을 뒷받침하는 수학적, 물리학적 모델을 만들어 왔습니다. 모들린은 우주의 서로 다른 지점이 어떻게 서로 얽혀 있는지를 밝히는 새로운 시공간 위상수학을 만들고 있습니다. 고전 위상수학은 공간을 기본적인 구성요소로 삼았지만, 모들린은 입자들의 시간에 따른 경로인 세계선을 가장 기본적인 구성요소로 삼고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는 시간은 물리학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한편 스몰린은 물리학의 법칙 자체가 시간에 따라 바뀔 것이라 제안했습니다. 비록 우리는 그 변화를 눈치챌 수 없지만, 우주적인 긴 시간의 흐름에서는 우리가 물리상수라 여기는 값들이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시간에 대한 이 극단적으로 다른 두 관점 사이에 정답이 있을지 모릅니다. 즉, 시간이 실제로 존재하지만 그렇게 근본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한 때 과학자들은 열을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하는 “칼로릭”이라 불리는 실제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열이 그저 그 물체를 구성하는 원자와 분자들의 운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열은 여전히 실재하지만, 더 근본적인 수준에서 설명된 것입니다.

시간도 그런 것일 수 있습니다. 언젠가 우리가 궁극적인 물리학의 법칙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시간이 그렇게 근본적인 것은 아니며, 비록 그 법칙에는 시간이라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단지 우리가 경험하는 이 세상에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느껴지는 무엇일 수 있습니다.

물론 그 경우에도 시간이 “실재”한다고 말하는 데 어떤 문제가 있다고 나는 생각하지 있습니다. 나는 시간이 얼마나 근본적인 것인지와 무관하게, 나이든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기념일을 축하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때에도, 사람들과 함께 웃으며 새해를 축하하고 싶습니다.

(스미소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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