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이 투표하지 않는 이유
2014년 11월 3일  |  By:   |  세계  |  No Comment

미국에서 중간 선거는 대통령 선거만큼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합니다. 2012년 대선 투표율이 59%에 달했던 것에 비해, 2010년 중간 선거 때 투표율은 42%에 머물렀죠. 젊은 층의 관심은 특히나 떨어져 2010년 18-24세 투표율은 고작 21%였습니다. 그래서 민주당이 대통령을 배출하는 시기에도 중간 선거에서는 지지층의 연령대가 높은 공화당이 유리해지곤 하는 것이죠. 젊은이들의 투표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젊은 층의 투표율이 낮은 것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2010년 영국 총선에서도 전체 투표율이 65%였음에도 18-24세 투표율은 이보다 훨씬 낮은 44%였죠. 젊은 사람들이 더 열심히 투표하는 나라는 유럽 전역에 한 곳도 없습니다. 역사적으로도 젊은 층의 투표율이 높았던 시기는 딱히 없었지만, 그나마도 최근으로 오면서 점점 더 낮아지고 있죠. 나이든 사람들은 흔히 젊은 사람들이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의 특성을 살펴봤을 때 그다지 설득력이 없는 설명입니다. 현재의 젊은 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교육 수준도 높고, 봉사 활동도 더 많이 하며, 마약이나 음주 때문에 말썽을 일으킬 확률도 낮은데, 단지 게을러서 투표를 하지 않는다는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죠.

그보다 요즘 젊은이들은 선거에 자신의 이익이 걸려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아이를 낳고 부동산을 소유하게 되면 학교나 병원은 잘 굴러가는지, 공원이나 도서관은 어디 있는지 관심을 갖게 되지만, 요즘은 젊은이들이 결혼도 늦게 하고 가정도 늦게 꾸리니까요. 한 곳에 정착하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삶이 정치적인 결정에 영향을 덜 받는다고 느끼게 되고, 거주지를 자주 바꾸는 생활을 하다보니 매번 새 주소지에서 유권자 등록을 하는 것도 귀찮은 일이 되고 맙니다.  운전면허나 사냥면허, 여권을 갖고 있지 않은 요즘 미국 젊은이들은 유권자 등록을 하기 위해서 따로 신분증을 발급받아야 하기 때문에 아예 유권자 등록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더 우울한 이유를 들어볼 수도 있겠습니다. 세계 각 국의 젊은이들이 “내 한 표를 주고 싶은 정치인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죠. 2008년 프랑스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15-24세 젊은이들 가운데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혁명 뿐이라고 답한 사람은 무려 22%에 달했습니다. 1990년의 7%에 비해 급등한 수치죠. 버락 오바마와 같이 카리스마있는 지도자가 등장하면, 젊은이들도 투표장으로 나옵니다. 실제로 오바마는 두 번의 선거에서 높은 청년 투표율로 인해 크게 덕을 보았죠. 하지만 이런 지도자가 등장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정치인 입장에서도 선거에서 이기는 손 쉬운 방법은 아무리 후보가 별로여도 일단 투표장에는 나올 나이 많은 사람들을 공략하는 것이니까요.  “어른들”을 겨냥한, 네거티브 전략과 냉소주의로 가득찬 선거전에 젊은이들은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슬프게도 냉소주의가 또 다른 냉소주의를 낳는 것이죠.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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