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품위를 보여준 캐나다 공영방송의 의사당 총격 보도
2014년 10월 27일  |  By:   |  세계, 칼럼  |  6 Comments

캐나다 수도 오타와의 국회의사당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진 날, 캐나다의 공영방송국 CBC는 오후 내내 생방송 특보를 진행했습니다. 베테랑 앵커 피터 맨스브리지를 앞세운 이 날 방송은 고급스러웠고 조심스러웠으며, 미국의 뉴스 방송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화면은 크게 스튜디오와 현장 사진, 현장 동영상 세 부분으로 구성됐습니다. 우측 하단에 “속보”, 우측 상단에 “생방송”이라는 작은 딱지를 붙였죠. 시종일관 차분한 말투를 유지한 앵커는 카메라 앞에 자주 등장하지 않았고, 들어오는 소식을 무턱대고 전하는 대신 정보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방송 내내 박진감 넘치는 배경 음악이나 “국회 의사당 테러”와 같은 자극적인 자막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고,  이 특보를 자기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앵커나 기자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매일 저녁 뉴스가 시작될 때마다 긴박한 음악과 함께 화려한 속보 자막이 깜빡대는 화면을 보는 것에 익숙한 미국 시청자에게는 이상할 정도로 차분한 광경이었습니다.

캐나다 의사당 총격 사건에 비하면 별 것도 아닌 “속보”를 매일같이 숨 넘어가는 목소리로 전하는 미국 케이블 뉴스 앵커들에 비해 맨스브리지는 신중하고 사려깊은 모습을 보여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때로는 말을 잠시 멈추어가며 신중하게 단어를 골랐죠. 과장이나 루머, 오보가 끼어들 틈이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성숙한 뉴스의 모습이었죠. 이 방송을 보면서 저는 “남들보다 늦더라도 정확한 보도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방송사가 오늘날 미국에서 얼마나 귀한 존재가 되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CBC 뉴스는 경비병 사망 소식을 트위터 등 다른 매체들에 비해 늦게 전했습니다. 그러나 마침내 이 소식을 전할 순간이 되었을때도, CBC 뉴스는 품위를 잃지 않았습니다.  앵커는 “나쁜 소식을 전해드리게 되었다”는 말로 운을 떼면서, 어떻게 CBC가 이 소식을 접했고 정확한 정보임을 믿게 되었는지를 조심스럽게 설명해 나갔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하고 조용했지만, 아주 중요한 뉴스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는 말투였고 무엇보다도 이와 같은 소식을 전하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품위있는 말투였습니다.

캐나다 국민들에게 악몽과도 같았던 이 날, 맨스브리지를 비롯한 CBC의 보도팀은 정중하고 품위있는 태도로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미국의 방송사들이 배워야 할 모습입니다. (TVNew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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