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진해일 대비 해안선 따라 천리장성 쌓나
2014년 7월 1일  |  By:   |  세계  |  No Comment

3년 전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과 지진해일의 흔적은 동북부 해안선을 따라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특히 지진해일 피해가 심각했던 후쿠시마, 미야기, 이와테 현을 중심으로 일본 정부는 지진해일에 대비한 거대한 방파제를 쌓아올릴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바닷가마을 약 440여 곳에 총 길이 370km에 이르는 콘크리트 벽을 쌓는 일입니다. 이 천리장성 공사에는 최소한 8조 6천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규모 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쓰나미로 마을 주민 1만 9천 명 가운데 60%가 목숨을 잃은 미야기현 고이즈미 시의 상황을 봐도 주민들 사이에 대형 방파제 건설을 두고 의견이 갈려 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이자, 20년 전 지진해일에 대비해 해안에서 떨어진 언덕 위로 이사한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는 아베 마사히토 씨는 정부가 해안선을 정비해 지진해일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옮긴이: 일본 북동부의 해안선은 하천에 의한 침식으로 해안선이 들쭉날쭉한 리아스식 해안인데, 리아스식 해안은 지진해일이 왔을 때 파도의 에너지가 한쪽으로 모이기 때문에 육지의 피해를 키울 수 있습니다.) 아베 씨는 또 올해 말까지 주민들이 대부분 해안선에서 3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으로 이주를 마칠 예정인데, 그렇게 된다면 2천 3백억 원을 들여 지을 거대한 방파제는 기껏해야 파도로부터 논밭을 보호하는 애물단지일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아베 씨와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주민들도 적지 않습니다. 지진해일의 무서움을 온 몸으로 느낀 이들은 정부가 다시 있을지 모를 피해를 막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공사를 하겠다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합니다. 사실상 불모지가 되어버린 땅을 공사부지를 확보해야 하는 정부에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은 값을 받고 팔 수 있다는 것도 공사에 찬성하는 주민들에겐 숨길 수 없는 호재입니다.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해 지방정부 수장들도 방파제가 주는 이점을 부각시키며 공사에 찬성해왔습니다.

이와테현의 후다이시에서는 1980년대에 예산 낭비라는 비난 속에 쌓아올렸던 15미터 높이의 방파제가 주민 3천 명의 목숨을 살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례 없는 규모의 지진해일 앞에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방파제였던 가마이시의 방파제를 비롯해 인간이 쌓아올린 구조물 대부분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졌습니다. 아무리 높은 방파제를 쌓아도 그 안에 있는 주민과 생명체의 안전을 100%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천리장성 공사는 몇십 년 내지 몇백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자연재해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벌이는 인간의 또 다른 환경 파괴라는 비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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