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중독: 나는 어떻게 헤지펀드 커리어를 그만 두었나
2014년 1월 21일  |  By:   |  Economy / Business, 칼럼  |  15 Comments

*이 글은 월스트리트의 헤지펀드 트레이드였다가 비영리 단체인 그로서리쉽스(Groceryships)를 만든 샘 포크(Sam Polk)가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글입니다.

제가 월스트리트에서 마지막으로 일한 해에 보너스로 360만 달러(약 40억 원)를 받았습니다. 저는 이 보너스가 충분하지 않아서 화가 났습니다. 당시 저는 서른 살이었고 부양해야 할 자녀도 없었고 빚도 없었으며 자선에 관한 생각도 전혀 없었습니다. 저는 알코올중독자가 계속 술을 찾는 것과 똑같은 이유에서 그저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었습니다. 돈에 중독되어 있던 거죠.

이 일이 있기 정확히 8년 전에 저는 크레딧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Credit Suisse First Boston)의 거래소에서 여름 인턴을 시작했었습니다. 이때도 저는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아버지의 삶을 보면서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습니다. 아버지는 부엌 찬장을 파는 판매원이었고 늘 부자가 되고 싶어했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우리 가족은 어머니가 간호원으로 벌어들이는 월급에 의존해 살아야 했습니다. 아버지는 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 믿었습니다. 여름 인턴을 시작하던 스물 두살의 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제가 처음 거래장에 들어갔을 때 마치 트레이더들이 비디오 게임을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크고 화려한 TV 스크린과 하이테크 컴퓨터 모니터 등 모든 것에서 번쩍번쩍 빛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제가 월스트리트에 자리를 잡은 건 기적과 같은 일입니다. 콜럼비아 대학의 레슬링 선수였던 저는 경쟁심도 있고 야망도 있었지만, 매일 술을 마시고 대마초를 피웠으며 코카인을 정기적으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절도 혐의로 대학으로부터 정학 조치를 받은 적도 있고 주먹질을 해서 인터넷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저의 이런 분노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입니다. 아버지는 저에게 화를 낼 때면 얼굴이 붉어지며 분노를 조절하지를 못했습니다. 여름 인턴십을 지원할 때 저는 학교로부터 정학을 받은 것과 같은 경력은 모두 숨겼습니다. 그 일자리를 잡는 것이 저에게 너무 절박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저는 콜럼비아 배구팀에서 활동 중이던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인턴을 시작한지 3주만에 차였습니다. 절망에 빠진 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 진작에 도움을 요청했어야 할 상담사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상담사는 제가 술과 약을 하는 이유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분노를 표출할 때 제가 느꼈던 무력감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고 술과 약을 끊으라고 권유했습니다.

여름 인턴이 끝난 뒤 저는 그 곳에서 정규직으로 채용되지 못했지만 졸업을 하면서 뱅크오브아메리카에 취직할 수 있었습니다. 3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상무 이사에게 전화를 해 기회를 달라고 조른 게 통했던 것 같습니다. 상담사의 조언대로 술과 약을 끊은 뒤 저는 제 정신으로 돌아왔고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첫 해가 마무리 될 때 저는 4만 달러라는 보너스를 받았습니다.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돈을 출금할 때 통장 잔고를 확인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 주 뒤에 저보다 4년 경력이 많은 사람이 90만 달러 보너스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그 사람을 부러워하다가 저는 나도 열심히 일을 하면 저렇게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흥분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후 몇 년간 저는 미친듯이 일을 했고 승진했습니다. 저는 가장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채권과 크레딧디폴트스왑(Bond and Credit Default Swap) 트레이더로 경력을 쌓았고, 제가 뱅크오브아메리카에서 일한 지 4년차가 되었을 때 시티뱅크에서 2년간 175만 달러라는 연봉을 제시했습니다. 저는 이 제안을 가지고 회사와 연봉 협상을 했고 승진했습니다. 당시 저는 금발 미녀와 데이트를 하고 있었고 월세 6천 달러 짜리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저는 제가 무척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스물다섯 살에 맨하탄에 있는 어떤 레스토랑에도 갈 수 있었고, 원하면 뉴욕 닉스 팀의 NBA 농구 경기를 앞에서 두 번째 자리에서 관람할 수도 있었습니다. 여전히 다른 트레이더들이 버는 돈을 부러워하고 있긴 했지만, 저의 성공적인 삶에 무척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저의 상담사는 줄곧 말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제 자신을 강하게 보이려고 술과 약을 이용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제가 돈을 이용하고 있다고. 하지만 제 귀에는 그 말들이 좀처럼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저는 엄청난 부자인 저의 상사와 이야기를 하다가 무한한 부의 한계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저를 포함한 헤지펀드 트레이더들은 당시 헤지펀드 규제가 미칠 영향에 대해서 논의하기 위해 회의실에 모여 있었습니다. 월스트리트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규제를 싫어했습니다. 제가 “하지만 전체 시스템으로 보면 이 규제가 좋은거 아닌가요?”라고 말을 했을 때 회의실은 침묵에 휩싸였고 저는 제 상사가 저를 쳐다보는 차가운 시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상사는 말했습니다. “나는 전체 시스템에 대해 생각할 만한 여유가 없어요. 나는 오직 우리 회사에 이 규제가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만 생각합니다.” 저는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미 대단한 부자였던 그도 돈을 잃을까봐 두려워하고 있던 겁니다.

그 순간 이후 저는 월스트리트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정부가 금융위기 이후 트레이더들이 받을 수 있는 보너스를 제한했을 때, 혹은 정부가 세금을 인상했을 때 이를 혐오하는 트레이더들이 정부에 쏟아붓는 독설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보너스를 위협하는 것들을 없애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는 저보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을 항상 부러워했지만 처음으로 월스트리트에서 버는 돈이 당황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한 해에 버는 돈은 저의 어머니가 평생 번 돈보다 많았습니다. 저는 이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옳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저는 명석하고 숫자에 강했지만 제가 실제로 세상에 기여하는 건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저는 파생상품 트레이더였는데 신용 파생상품이 세상에서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세상이 크게 변할 것 같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직업인 간호사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뭔가 제대로 왜곡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연한 빈곤, 증가하는 수감자들, 비만과 같은 사회적 부조리가 존재했지만 저는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오히려 이러한 문제들로부터 이익을 착취하고 있었습니다.

돈에 대한 중독은 사회학자이자 극작가인 필립 슬레이터(Philip Slater)가 1980년에 낸 책에서 다뤄지고 있지만 그 이후 중독 연구자들은 돈 중독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돈 중독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은 무척 큽니다. 돈에 중독된 사람들은 미국 사회에서 증가하는 불평등과 중산층 몰락에 책임이 있습니다. 돈에 중독된 사람만이 맥도날드 CEO가 연봉으로 1,400만 달러를 받을 때 맥도날드가 최저임금을 받는 직원들에게 “최저 임금으로 살아가는 법”이라는 지침서를 발행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제가 돈에 중독되어 있다는 것을 자각한 이후로도 월스트리트를 떠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돈이 바닥날까봐 두려웠고 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돈 많이 버는 직장을 그만 두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해서 더 어려웠습니다. 2010년에 저는 회사에 360만 달러 대신 800만 달러 보너스를 요구했고, 제 상사는 만약 제가 몇 년 더 일한다고 약속하면 보너스를 올려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그 첫 해는 무척 힘들었습니다. 돈이 없어지는 악몽을 꾸기도 했고, 제 동료가 승진했는지 기사를 샅샅이 뒤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괜찮아 졌습니다. 저는 여전히 충분한 돈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돈 중독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때론 복권을 사기도 했습니다.

월스트리트를 떠난 지 3년이 지난 지금 저는 결혼을 했고 감옥이나 소년원에서 제 경험을 바탕으로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강의를 하기도 하고 고아원에서 아이들에게 글쓰기 수업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또 저는 그로서리쉽스(Groceryships)라는 비영리 단체를 세워서 비만과 음식 중독에 빠진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월스트리트에서 일할 때보다 지금 현재 훨씬 행복합니다. 저는 제가 세상에 진짜 기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멀리 떨어져서 보니 월스트리트를 지배하는 경구, 즉 “우리는 그 어떤 사람들보다 똑똑하고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그 만큼의 대가를 받을 자격이 있다”라는 것이 돈에 대한 자신들의 중독을 합리화하기 위한 구호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과거에 술과 약에 중독되었던 경험이 제가 돈에 중독되었을 때 이를 알게 해주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중독에 빠진 사람들을 돕는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돈 중독자들을 돕는 단체는 없습니다. 오히려 오늘날의 문화가 돈 중독을 조장하고 미화시킵니다. 뉴스 가판대의 잡지 커버들을 한번 보세요. 유명인사들과 CEO들의 얼굴이 가득하고 사람들은 이들을 숭상합니다. 만약 어떤 부유한 사람이 자신의 부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 이 사람은 돈에 중독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에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을 찾기란 드문 일입니다.

저는 최근 매년 몇백 만 달러를 버는 헤지펀드 트레이더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덫에 빠져 있는 느낌이고 공허함을 느끼지만 월스트리트를 떠날 용기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느끼는 사람들이 월스트리트에 더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돈 중독을 함께 치유할 수 있는 그룹을 형성하는 것은 어떨까요? 만약 제가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일을 그만두는 것이 두렵다면 보너스의 25%를 기부하는 펀드를 만들어서 돈이 진짜 필요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함께 노력한다면 우리는 세상에 진짜 제대로 된 기여를 할 수도 있을테니까요. (NYT)

원문보기

  • Pingback: 돈 중독을 이겨낸 어떤 트레이더()

  • 푸름

    기사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본문에서 말하는 ‘상담원’이 psychology counselor , 또는 therapist 인가요? 그렇다면 심리상담사, 심리학자로 번역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 https://www.facebook.com/terry.lee.1374 Terry Lee

    잘 읽었습니다, 번역 감사합니다.

  • 익명

    저도 푸름님이 말한 것을 지적하려고 했는데…counselor를 번역한 거라 상담사가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기사 아주 좋고 번역도 훌륭하네요.

  • 익명

    기사 잘 읽었습니다. 기삿글 선정도 잘 하셨네요.

  • 익명

    저도 잘 읽었습니다. 늘 감사히 보고 있습니다.

  • 민진이

    좋은 기사네요. 중간에 숫자게 강했지만은 숫자에 강했지만 같습니다.

  • Ycho

    좋은 기사 소개와 좋은 번역 감사드립니다.

  • http://hyeyoungyou.wordpress.com arendt

    지적해주신 부분들은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calvin

    좋은 글과 번역에 감사드립니다.

    요근래 본 글 중에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글이네요.

  • http://twitter.com/GmailRoad kim (@GmailRoad)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네요.

  • 익명

    좋은 글
    감사합니다

  • 김 동연

    잘 읽었습니다. 읽기 편한 번역 감사합니다.

    그런데 중간 중간 오타가 몇 개 보이네요.
    밑에서 세번째 문단 중간 부분 ‘돈이 바닦날까봐’
    그 밑 문단 마지막 줄 ‘월스트리에서’
    마지막 문단 첫째 줄 ‘자신이 덪에’
    수정 부탁드려요 :)

  • Boa Kim

    생각할 거리가 많은 기사이네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 K

    역시 저에게만 강한 인상을 남긴 기사는 아니었나 봅니다 :) 너무 가난해서 아픈 사람들, 너무 부유해서 아픈 사람들 모두 행복해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