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분류의 글
  • 2017년 11월 14일. 후각과 생체시계

    “일어나서 장미 향 좀 맡아봐요(역주: 잠깐 일을 멈추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음미해보라는 뜻).”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면, 아쉽게도 이는 딱 맞는 표현은 아닐 수 있습니다. 지난달 발표된 한 연구는 후각이 우리의 24시간 생체시계와 맞물려 돌아가며, 가장 민감할 때는 잠들기 전 몇 시간임을 보였습니다. <케미컬 센시스(Chemical Senses)>에 실린 이 연구는 청소년들의 미각과 후각이 비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이루어진 대규모 연구의 일부입니다. 브라운 대학의 감각 연구자 레이철 허츠와 그녀의 동료들은 언제 사람의 더 보기

  • 2017년 11월 10일. 인터넷 쇼핑에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이유

    작년 어느 때 나는 잠깐 락스타의 분위기를 풍기고 싶었습니다. (자세히 묻지 마세요.) 그래서 팔찌를 사기 위해 인터넷으로 들어갔지요. 아마존을 이리저리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하나 찾았습니다. 검정색 밧줄 모양의 단순한 팔찌로 어떤 옷과도 잘 어울릴 듯 보였습니다. 평점은 그렇게 좋지 않았죠. 내 기억이 맞다면 별 둘 아니면 셋 정도였습니다. (아마존의 제품은 별 다섯이 만점입니다.) 하지만 상품평의 숫자는 100개가 넘었죠. 나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샀다면 아주 나쁜 물건은 아닐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더 보기

  • 2017년 11월 9일. 납과 범죄율의 관계를 지지하는 새로운 연구

    최근 로이터는 조사를 통해 LA 주변 전역의 아이들이 납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는 혈중 납농도가 다양한 발달장애와 성격적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런 일입니다. 더 무서운 것은 납이 범죄율과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케빈 드럼과 여러 학자들은 1980년대와 90년대 초의 높은 범죄율이 납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난 수십 년 간 납과 범죄율의 관계를 밝히는 연구들이 발표되어 왔지만 아직 정치권과 학계의 충분한 주목을 받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 두 요인의 더 보기

  • 2017년 11월 7일. [책] “네이버후드 프로젝트(Neighborhood Project)” 진화론은 빙햄턴시를 개선할 수 있을까?

    학부생들, 특히 의대를 지망하는 학부생들은 내게 종종 그들이 진화론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묻습니다. 사실 진화론은 질병의 치료에 바로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사람이 진화론을 알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나는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게 되는 이유를 진화생물학이 설명해주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진화론을 치료를 위해 배우는 것은 아니라고 답합니다. 오히려 진화론의 가치는 그 설명력, 곧 우리가 언제, 어떻게, 왜 이런 형태와 기능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여기서 ‘우리’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의미합니다) 알려준다는 데 있으며 더 보기

  • 2017년 11월 3일. 만성질환은 자연스러운 것도, 피할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1830년 뉴질랜드에 정착한 영국인들은 식량과 사냥용 놀잇거리로 유럽의 토끼를 데려왔습니다. 뉴질랜드에는 토끼의 천적이 없었기에 그 수는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당시 수천 헥타르의 땅 밑에 토끼 굴이 파였고 많은 농지가 황폐해졌습니다. 토끼의 생태계 파괴를 막고자 뉴질랜드 사람들은 토끼의 천적인 여우를 데려왔습니다. 여우는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냈습니다. 하지만 다른 문제를 만들었습니다. 바로 키위, 웨카, 카카포 등의 멸종 위기였던 새들도 잡아먹었다는 것입니다. 마크 트웨인은 이 이야기를 의도치 않은 결과의 예로 즐겨 언급했습니다. 이 여우 더 보기

  • 2017년 10월 31일. 세상의 종말: 핵전쟁이 아니라 작은 클립 때문에(2/2)

    1부 보기 불행히도 란츠는 수학을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부인에게 자신이 게임에 포함시키고자 하는 기하급수적 성장에 관한 수식을 만들어주길 부탁했습니다. 예를 들어 클립을 이용해 클립을 만드는 공장을 만들 수 있고, 1,000 개의 클립공장이 만들어내는 클립이 수 천 개의 클립 공장을 만들수 있다면 생산되는 클립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수 천의 숫자가 어느 순간 수 천 조에서 10^33(decillion) 같은 숫자로 늘어납니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공식이 서로 관계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더 보기

  • 2017년 10월 31일. 세상의 종말: 핵전쟁이 아니라 작은 클립 때문에(1/2)

    디자이너 프랭크 란츠의 게임 페이퍼클립(Paperclips)의 시작화면은 단순합니다. 화면의 왼쪽 위에, 아마 타임스뉴로만 폰트로 보이는 ‘클립 만들기(Make Paperclip)’와 몇 개의 조절 버튼이 있을 뿐입니다. 클립 만들기 버튼을 누르면 화면 위 클립의 숫자가 0 에서 1로 바뀝니다. 하지만 이 게임의 엔딩은 – 스포일러를 주의하세요! – 우주의 종말입니다. 뉴욕대학의 게임센터 소장인 란츠는 스토리를 가진 중독적인 클릭커 게임에 기하급수적 성장이라는 개념과 인공지능에 의한 종말이라는 주제를 담았습니다. “처음에는 자바스크립트를 연습할려고 시작했지요. 하지만 곧 여기에 나는 더 보기

  • 2017년 10월 27일. 눈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마음의 다리

    눈은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며 종종 마음의 창으로 비유됩니다. 최근 눈을 통해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험 증거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사이먼 배론-코헨이 개발한 “눈을 통한 마음 읽기 검사(Reading the Mind in the Eye Test, RMET)”는 우리가 타인의 눈과 눈 주위 근육의 움직임을 통해 그 사람의 내적 상태를 파악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의 더 보기

  • 2017년 10월 25일. 양자역학을 넘어: 노벨상 수상자 헤라르트 엇호프트 인터뷰[2013.10] (2/2)

    Q: 당신은 근본적인 물리법칙에 포함되는 기본원리에 국소성(locality)이 포함된다고 생각하나요? A: 그렇습니다. 나는 국소성이 필수 원리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즉, 지금 이 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저 멀리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무관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자연을 이해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자연의 부기장부(bookkeeping system) 또한 복잡해지겠지요. 나는 자연의 부기장부란 여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바로 이 주변의 정보 몇 비트만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국소성 외에 어떤 기본 원리가 있을까요? A: 원인과 결과의 구분이 더 보기

  • 2017년 10월 24일. 양자역학을 넘어: 노벨상 수상자 헤라르트 엇호프트 인터뷰[2013.10] (1/2)

    지난 며칠 동안 나는 과거 수십 년 동안 무시되어온 아인슈타인의 생각을 다루는 흥미로운 학회에 참석했습니다. 곧, 양자역학은 실재를 근본 수준에서 다루는 학문이 아니며 보다 깊은 곳에 위치한 실재의 한 반영에 불과하다는 생각입니다. 이 주장의 선두에 서 있는 이는 1999년 표준모형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은 헤라르트 엇호프트입니다. 나는 그와 비프 굴라쉬, 그리고 옥수수 스튜로 된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를 흥미로워 하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엇호프트는 양자역학의 악명높은 우연성이 더 보기

  • 2017년 10월 24일. 사실을 마주해도 당신이 절대로 생각을 바꾸지 않는 이유 (3/3)

    2부 보기 슬로만과 펀바흐 교수는 이 효과를 “다 속속들이 알고 있는 듯한 착각(illusion of explanatory depth)”이라고 불렀습니다. 사실 우리 주변의 거의 모든 것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실제로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안다고 믿고 있죠. 그리고 우리가 그런 착각에 빠진 채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건 다른 사람들 덕분입니다. 화장실의 예로 돌아가 볼까요? 내가 그 세세한 작동 원리까지는 몰라도 화장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건 다른 누군가가 수고를 들여 더 보기

  • 2017년 10월 23일. 사실을 마주해도 당신이 절대로 생각을 바꾸지 않는 이유 (2/3)

    1부 보기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으로 잘 알려진 기제를 생각해 봅시다. 확증 편향이란 사람들이 자신이 기존에 믿는 바에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려 하고, 자기 생각에 어긋나는 정보는 거부하는 편향을 말합니다. 인간의 수많은 비합리적인 사고 가운데 확증 편향만큼 잘 알려지고 잘 정리된 오류도 없을 겁니다. 확증 편향에 관한 실험만으로도 교과서 한 권을 쓸 수 있을 정도니까요. 이에 관해 가장 잘 알려진 실험을 진행한 기관도 오늘 이야기에서 자주 등장하는 스탠포드대학교입니다. 연구진은 사형에 관한 의견이 다른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