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사회당 내무장관 마누엘 볼, 좌파 사르코지?
지난 5월 야심차게 출범한 프랑스 사회당 올랑드 정부의 지지율은 유로존 경제위기와 갈팡질팡 하는 경제정책 속에 끝없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한 달 뒤 총선에서 승리하며 출범한 사회당 내각의 인기는 더 형편 없습니다. 그런 사회당에서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을 꼽으라면 단연 올해 49살인 마누엘 볼(Manuel Valls) 내무장관입니다. 카탈루냐 출신 예술가의 아들로 태어난 볼은 지난해 사회당 대통령 경선을 통해 당 내에서는 금기시되던 개혁안을 거침없이 쏟아냈습니다. “정부지출을 늘리는 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사회당 정신 차려야 한다”, 심지어 당명을 바꿀 필요도 있다고 말했죠. 경선에서 그의 득표율은 6%. 당원들에게 철저히 외면 받았던 볼의 현재 지지율은 61%. 좌파 성향의 신문 누벨 옵세르봐퇴흐(Nouvel Observateur)는 볼을 가리켜 “부통령”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파리 근교 에브리(Evry) 시장 출신인 볼은 경찰, 소방공무원 등 일선에서 고생하는 시민들과 늘 함께하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무엇보다 볼은 이민자들에 대한 강경진압을 계기로 스타로 발돋움한 우파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자주 비교됩니다. 사회당 내무장관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치안 정책이 우파 정부 때와 별 차이가 없을 만큼 대단히 강경하기 때문이죠. 집시족 주거지역을 과감히 철거해버리고, 반유대주의를 설파하는 무슬림 종교지도자들을 가차 없이 추방했습니다. 범죄의 씨앗이 될 만한 문제도 강경하게 처리하는 게 정부가 시민들의 자유를 위해 해야 할 일이라는 그의 신념은 과거와 달리 프랑스 사회당과 좌파들이 사회정책에 있어 보수적으로 변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볼은 갈팡질팡하고 있는 사회당의 경제정책에 관해서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주 35시간 노동을 늘려야 한다거나, 철강산업 국유화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사회당 내에서는 여전히 볼을 아니꼽게 여기는 세력이 더 많아 보입니다. 하지만 볼이라는 인물의 등장이 사회당과 프랑스 좌파정부 전체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Econo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