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성차를 발견하는 연구들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1/2)
(Grace Huckins, 와이어드)
아민 라즈나한은 성차에 관한 연구를 택한 것이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NIH의 발달뇌유전학 부서장인 그는 성차에 관한 연구는 의도치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일찌감치 배웠습니다.
“시작부터 호된 신고식을 치렀죠.” 그는 박사과정때 남자와 여자의 뇌가 가진 구조적 차이와 이 차이가 성장 과정에서 어떻게 바뀌는지를 연구했습니다. “우리는 분명한 차이를 보았지만, 이 차이가 어떤 기능적 차이를 반드시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매우 조심스럽게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시 월스트리트 저널에는 이 연구를 언급하며 남자와 여자의 뇌가 다르기 때문에 아이들을 남학교와 여학교로 나누어 가르칠 필요가 있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그 때는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계속 그 일을 생각하고 있지요.”
하지만 라즈나한은 이후로도 계속 성차를 연구했습니다. 그의 연구 목표는 뇌신경 발달 장애를 더 잘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는 성염색체 배수성, 곧 일반적인 XX 나 XY 가 아닌 성염색체를 가진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XXY 를 가진 이들은 자폐나 ADHD, 불안증 등을 가질 확률이 더 높습니다. 라즈나한은 뇌구조의 성차, 예를 들어 특정 영역의 크기나 영역간의 연결 강도의 차이에 대한 연구가 성염색체 이상을 가진 이들이 뇌발달장애나 정신의학적 문제를 가지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이를 통해 정신질환이라는 까다로운 문제의 해결에도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월요일, 그와 그의 연구진은 PNAS에 남녀의 뇌에 성차가 있을 뿐 아니라, 그 성차가 성염색체에 의한 것이라는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우리가 이번 연구에서 밝히고자 한 것은 단순하지만 아직까지 시도되지 않은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라즈나한은 말합니다. “인간의 뇌에 있어 해부학적 성차는 어느 정도 실재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그러한 차이가 기능적 차이와 관련이 있을까요?”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 라즈나한과 그의 연구팀은 자신들이 직접 데이터를 수집하는 대신 이미 1,000 명 이상의 뇌스캔 데이터를 가진 휴먼 커넥툼 프로젝트를 이용했습니다. MRI 데이터를 이용해 남성과 여성의 각 뇌 영역에 얼마나 많은 회백질 – 대부분의 신경세포가 들어있는 – 이 있는지를 보았습니다. 많은 영역에서 그 양은 비슷했지만, 특정 영역에는 남자, 혹은 여자의 뇌에 회백질이 더 많았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데이터와 다른 대규모 데이터와의 비교를 통해 그 영역 들이 성염색체의 역할이 큰 영역임을 발견했습니다. 라즈나한은 이런 염색체와 뇌 구조 사이의 관계 가능성을 매우 흥미롭게 생각합니다. “만약 우리가 이런 성차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게 된다면, 이런 뇌 구조의 차이가 자폐와 같은 병을 가진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는 지를 아는데 도움을 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연구가 실제로 정신 질환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인지에 의문을 품는 과학자들도 있습니다. 로잘린드 프랭클린 대학의 뇌과학자인 리즈 엘리엇은 몇몇 질환에 나타나는 성차가 생물학적 이유라기 보다는 의사가 가진 편견이나 진단 기준 때문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차 연구를 지지하는 이들은 남자 아이가 여자 아이보다 자폐증 진단을 네 배 더 많이 받는다고 말하지만 엘리엇은 그 통계가 적절한 것인지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그 중 상당수가 진단 과정의 편견에 의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폐증의 정의가 남자 아이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다는 말입니다.”
엘리엇은 또한 이런 종류의 연구가 구체적인 의학적 이득을 주지 않을 경우, 이미 존재하는, 남자와 여자는 완전히 다른 존재라는 생각을 강화할 뿐이며, 설사 연구자들이 이를 의도하지 않더라도 여성 혐오를 정당화하는데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는 “의학적 가치가 전혀 없는” 연구라고 엘리엇은 말합니다. 반대로 “남녀의 차이는 타고난, 고정된 것이며 신이 내린 – 저자가 어떻게 표현하든 – 것이라는 생각을 강화할 뿐, 진정한 평등을 추구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이런 우려는 뇌과학 분야의 성차 연구가 항상 논란이 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결과의 일관성 또한 이 분야가 가진 문제 중 하나입니다. 뇌 영역의 크기, 혹은 그 영역간의 연결 강도에 관한 성차는 종종 연구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 분야에 오래 있을수록 문제는 더 복잡해집니다.”
이러한 불일치는 어쩌면 과학자들이 남녀의 유사성 보다는 성차에 대한 연구를 더 선호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2018년 스탠포드 대학의 메타연구혁신센터 소속의 일군의 연구자들은 과학자들은 성차가 없다는 결과 보다는 성차가 존재한다는 결과를 발표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이는 각 연구들이 소수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위양성에 더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이런 위양성 선호 편견이 각 연구들을 어느 만큼 신뢰할 수 있을지를 알기 어렵게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라즈나한과 그의 동료들은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으며, 때문에 자신들이 발견한 뇌 구조의 성차가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것임을 확인했습니다. 곧, 충분한 수의 데이터를 확보하려 했으며 이를 위해 휴먼 커넥툼 프로젝트의 대규모 데이터를 이용한 것입니다. 그들은 이 데이터에 뇌의 크기를 보정하였고 (남녀의 신체 크기가 평균적으로 다른 것처럼, 뇌의 크기 또한 다릅니다) 그 결과로부터 몇 가지 분명한 차이를 발견했습니다.
우선, 시각 영역과 관계된 후두부, 편도, 그리고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는 남자의 뇌가 더 컸습니다. 반대로 여성의 경우 의사결정과 자기 조절을 관장하는 전두엽 피질과 감정, 미각 등의 다양한 기능과 관련된 섬엽에 회백질이 더 많았습니다. 이 결과는 얼핏 여자가 남자보다 의사 결정에 더 뛰어나고, 남자는 더 기억력이 좋을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하는 듯 하지만, 라즈나한은 그런 식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말합니다. “우리가 발견한 차이가 실제 남녀의 행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 수 있습니다.”
우선, 회백질의 양이 뇌 기능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뇌는 크게 두 종류의 세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신경세포를 가진 회백질(gray matter)이며 다른 하나는 회백질들을 연결하고 신경 세포가 먼 영역에 신호를 보낼 수 있게 만드는 백질(white matter)입니다. 이들은 서로간에 의존하며, 둘 중 어느 하나가 더 큰 것이 어떤 이득을 주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회백질이 많다고 반드시 더 좋은 것은 아닙니다.” 매릴랜드 의대의 약학교수인 마가렛 맥카시의 말입니다. “이는 그저 신경세포가 얼마나 많으며 시냅스 또한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 등을 알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일 뿐입니다.”